개그맨 황현희 "냉정하고 웃기게 시사고발 프로를 고발합니다"

  • 등록 2008-07-23 오전 9:09:48

    수정 2008-07-23 오전 9:09:53

[조선일보 제공] TV 사회 고발 프로그램의 허점을 명쾌하게 풍자했다. KBS 2TV '개그 콘서트'의 새 코너 '황 PD의 소비자 고발'. 개그맨 황현희(28)가 주역인 이 코너는 3주 만에 '개콘'의 새로운 '별'로 떴다. 제목은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에서 따왔다. 게시판에는 "예리하면서도 익살스럽다"는 칭찬이 이어진다.

황현희는 시종 진지한 얼굴과 말투로 고발 프로그램들을 비틀고 꼬집는다. 예컨대 이런 식. "여러분, 일반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간식으로 즐겨 먹는 핫바. 이 핫바에 엄청난 흉기가 숨겨져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라고 말한 뒤, 핫바에서 끝이 뾰족한 막대기를 뽑아내 카메라에 들이댄다. 엄정한 '황 PD' 기준으로는 플라스틱 칼이 들어 있는 케이크 역시 '보란 듯이 흉기를 넣어 판매되는 제품'이다. 그 칼을 싸고 있는 비닐은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한 장치'이며 케이크 상자 속 성냥은 '증거 인멸을 위한 도구'다. MBC 'PD 수첩'의 광우병 보도가 왜곡·과장 논란을 빚으며 커다란 사회적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방송되는 이 코너는 왁자한 웃음 뒤에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원래 사회 고발 프로그램을 굉장히 좋아해요. 즐겨 보니까 아이디어가 생기더군요. 가만히 보다 보면 제작진이 간혹 억지를 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아마도 소재가 고갈된 상태에서 무리한 취재를 하다 보니 그런 거겠죠. 그런 상황을 풍자하고 싶었어요."

2004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황현희는 꾸준하고 성실했다. 4년여 늘 1, 2개 코너를 이끌며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사했다. '범죄의 재구성'의 "조사하면 다 나와" '춤추는 대수사선'의 "사실이야 진짜야" 등 유행어도 적지 않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스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지금도 뜨는 게 두렵다. 스타가 되는 건 마치 독약을 마시는 것 같다"고 했다. "갑자기 뜨는 친구들 보면 '연예인병'에 걸리더라고요. 어깨에 힘 들어가고 뜬금없이 음반 낸다고 하고."

황현희는 '개콘'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해 왔다.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무표정한 얼굴과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말로 사람을 웃기는 게 그의 특징. 그는 "주병진, 고(故) 김형곤 선배를 존경한다"며 "날카로운 시사 풍자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관동대 법대 출신이다. 아버지 '지시'에 따라 9급 공무원, 경찰, 검찰 사무직 시험에 응시했지만 연거푸 떨어졌다. 그런데 KBS 개그맨 공채 시험은 한 번 만에 합격했다. "몰래 개그맨 생활을 했는데 '대조영'을 본 뒤 채널을 돌리시던 아버지가 '개콘' 속 제 모습을 발견하고는 난리가 났었어요. 리모컨이 바로 얼굴에 날아왔죠."

그는 "얼마 전 방송에서 '아무리 먹어도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지 않는 시리얼 제품을 다루겠다'고 예고했다가 관련 업체의 전화를 받고 생각을 바꿨다"며 "좀 더 신중하게 방송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대형마트를 돌아다니며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고 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제품으로 사람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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