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희는 시종 진지한 얼굴과 말투로 고발 프로그램들을 비틀고 꼬집는다. 예컨대 이런 식. "여러분, 일반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간식으로 즐겨 먹는 핫바. 이 핫바에 엄청난 흉기가 숨겨져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라고 말한 뒤, 핫바에서 끝이 뾰족한 막대기를 뽑아내 카메라에 들이댄다. 엄정한 '황 PD' 기준으로는 플라스틱 칼이 들어 있는 케이크 역시 '보란 듯이 흉기를 넣어 판매되는 제품'이다. 그 칼을 싸고 있는 비닐은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한 장치'이며 케이크 상자 속 성냥은 '증거 인멸을 위한 도구'다. MBC 'PD 수첩'의 광우병 보도가 왜곡·과장 논란을 빚으며 커다란 사회적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방송되는 이 코너는 왁자한 웃음 뒤에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원래 사회 고발 프로그램을 굉장히 좋아해요. 즐겨 보니까 아이디어가 생기더군요. 가만히 보다 보면 제작진이 간혹 억지를 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아마도 소재가 고갈된 상태에서 무리한 취재를 하다 보니 그런 거겠죠. 그런 상황을 풍자하고 싶었어요."
황현희는 '개콘'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해 왔다.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무표정한 얼굴과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말로 사람을 웃기는 게 그의 특징. 그는 "주병진, 고(故) 김형곤 선배를 존경한다"며 "날카로운 시사 풍자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 방송에서 '아무리 먹어도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지 않는 시리얼 제품을 다루겠다'고 예고했다가 관련 업체의 전화를 받고 생각을 바꿨다"며 "좀 더 신중하게 방송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대형마트를 돌아다니며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고 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제품으로 사람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