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5년 후배들 앞에 선 유인촌 장관

母校 미동초등학교 방문
연극 제스처·억양 써가며 '독서의 중요성' 즉석 수업
  • 등록 2008-05-14 오전 9:03:55

    수정 2008-05-14 오전 9:04:04

▲ 유인촌 장관이 13일 미동초등학교 6학년 5반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조선일보 제공] 시끌시끌하던 6학년 5반이 일순 잠잠해졌다. 13일 오전 서울 미동초등학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교시에 교실로 들어왔다. 가슴에 '일일교사'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학생들 33명 앞에 선 유인촌 장관은 "아저씨 알아요?"로 말문을 열었다. 이 학교 56회 졸업생인 유 장관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이 학교가 진행하는 '책 읽어주기' 수업에 초대됐다. 6학년 5반은 45년 전 유 장관 자신이 배웠던 학급이다.

"공부 많이 해요?" "아니요" "왜?" "어려워요" "공부 말고 다른 거, 체육은?" "체육 많이 안 해요" "담임 선생님이 다 가르치나요?"

일일교사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많이 했다. "아저씨 학교 다닐 때는 한 학급이 70~80명에 오전반·오후반이 있었다" "오늘 보니 운동장은 좁아졌는데 교실은 좋아졌다" 같은 얘기를 하다가 유 장관은 불쑥 "요즘 꿈 많이 꿔요?"라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한 학생이 "죽는 꿈을 꾼다"고 답하자 장관은 깜짝 놀라더니 "잠잘 때 꾸는 꿈 말고 평상시에도 꿈을 많이 꿔야지"라고 말길을 돌렸다. 그러고 나서 테스트를 한다며 손바닥을 내민 채 물었다. "여기 뭐가 있지?" 아무 것도 없는 빈 손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던 아이들은 유 장관이 "어, 떨어진다 떨어진다" "조심조심 만져" 같은 말을 하며 '연기'를 하자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한 남학생은 "손바닥 안에 내 얼굴이 있어요. 너무 귀여워요"라며 웃었다.

이날 유인촌 장관은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신화' 중 한 대목을 읽어줬다.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 드라마 '전원일기' 등으로 유명한 배우 출신인 그는 왼손으로 책을 들고, 오른손으로는 연극적인 제스처를 썼고, 억양을 바꿔가며 이야기했다. 책을 다 읽은 유 장관은 "신화를 읽으면 상상력과 도전 정신을 키울 수 있다. 작은 꿈이든 큰 꿈이든 이룰 수 있는 토대는 책 속에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창문 좀 열어봐" 했다.

"아까 내 손 안에 있던 건 파닥거리는 새야. 여러분의 마음, 꿈, 용기가 다 이 안에 있다. 귀엽지? 이제 이 새가 미래를 향해 날아간다" 하며 창밖으로 '새'를 날려보냈다. 학생들은 박수를 쳤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는 유인촌 장관이 취임식 때부터 밝힌 문화정책의 모토다. 이날 수업이 끝나고 한 여학생은 "책 읽어준 것보다 새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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