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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재범기자]이런 걸 황금분할이라고 해야 하나. 8일 열린 44회 대종상 시상식에서는 이른바 '싹쓸이'가 없었다.
최다 부문 수상인 '미녀는 외로워'가 3관왕. 그 외에 ‘괴물’, ‘가족의 탄생’, ‘타짜’, ‘각설탕’, ‘국경의 남쪽’, ‘중천' 등의 작품이 사이좋게 2개씩 상을 나눠 수상했다. '미녀는 괴로워'가 12개 부문, '괴물'이 11개 부문, '호로비츠를 위하여'와 '타짜'가 각각 7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일 정도로 상이 고르게 분포됐다.
이런 말이 나온 데는 대종상이 44년이란 긴 역사에 비해 유난히 변화에 인색하고, 해마다 크고 작은 잡음에 시달렸던 발자취와 무관하지 않다.
과연 올 해 대종상은 영화 관계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기존 타성에서 벗어났을까. 유감스럽게도 여기에 대한 대답은 "아니오"이다.
◇ 작품상 '가족의 탄생', 연기 부문엔 달랑 후보 1명만...
이번 대종상 작품상을 받은 '가족의 탄생'을 보자. 이 영화는 시상식에서 작품상 외에 시나리오상을 받았다. 그런데 묘하게도 연기자에게 주는 상은 단 하나도 수상하질 못했다.
대종상에서 배우에게 주는 상은 남녀주연, 남녀조연, 신인 남녀배우상 등 6개 부문. '가족의 탄생'은 수상을 못한 건 고사하고 여우조연상 부문(김혜옥)을 제외하고 아예 후보에도 오르질 못했다.
그럼 '가족의 탄생'은 주목할 배우가 없었던가. 문소리 고두심 엄태웅 공효진 봉태규 정유미 등 다들 연기에 있어 분명한 자기 색깔 지녔기로 소문난 배우들을 두루 포진해 호연을 펼쳤다. 이들은 대종상 이전에 열린 국내외에서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저마다 한 번씩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변신에 실패했다고 개봉 당시 싸늘한 평가를 받았던 연기자까지 주연상 후보에 올린 인심좋은(?) 대종상 심사위원들은 '가족의 탄생'의 배우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 '싹쓸이' 배제한 수상 결과, '나눠주기'의 씁쓸함은 왜...
지난 해 대종상에서는 '왕의 남자' 수상 부문을 두고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영화제측에서 19개 공식 부문이 아닌 남녀 인기상까지 헤아려 '왕의 남자'가 역대 최다인 10개 부문을 수상했다고 발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던 것.
당시 기자들의 지적에 옹색한 변명으로 일관하던 대종상측은 올 해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의 '역대 최다 부문 수상작'에서 '왕의 남자'를 슬그머니 제외해 버렸다. 8개 부문 수상인 '서울무지개' '연산군' '젊은 날의 초상'까지 거론했으니 '왕의 남자'의 10개 부문 수상이 오류였음을 인정한 셈이다.
◇ 부문별 시간 안배 실패해 후보도 소개 못한 엉성한 진행
대종상에 냉소적인 일부 영화 관계자들은 시상식이 끝나면 "꾸준한 것은 늘 어수선하고 엉성한 행사 진행뿐"이라고 비꼰다. 대종상 시상식은 올 해도 이런 부정적 시각을 떨쳐버리는 데 실패했다.
SBS가 생중계한 이번 시상식은 우선 방송사 뉴스 시간대를 피해 시작하다 보니 오후9시라는 늦은 시간에 열렸다. 그리 길지도 않은 시상식을 엿가락처럼 늘려 1, 2부로 나뉜 행사가 끝난 시각은 오후11시20분. 아무리 금요일임을 감안해도 너무 늦은 시간이다.
여기에 시상식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각 부문별, 수상자별 시간 안배도 실패해 마냥 늘어진 1부의 진행에 비해 관심을 끄는 부문의 시상이 몰린 2부는 허겁지겁 후보도 소개하지 못하고 수상자부터 발표하는 어이없는 모습이 연출됐다.
그런가 하면 수상자들의 불참으로 대리 수상을 하는 어색한 모습이 올 해도 어김없이 여러 부문에서 속출했다. 또한 요란스럽게 레드카펫을 통해 식장에 입장한 뒤, 소위 시청자에게 '눈도장'만 찍은 뒤 슬그머니 사라지는 악습도 여전했다. 결국 2부 후반부에 객석으로 카메라가 돌아갔을 때 썰렁하게 비어있는 좌석들이 보는 사람을 민망하게 만들었다.
◇ 그리고 마지막, 영화 경력 15년의 박광정이 신인 남우 후보?
사실 이번 대종상의 진짜 웃지못할 코미디는 배우 박광정이 신인 남우상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이다. 박광정은 연극무대 활동을 빼더라도 92년 '명자 아끼꼬 쏘냐'부터 최근작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까지 15년의 스크린 경력을 지닌 연기자다.
아무리 최신작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가 그가 주연급 배역을 맡은 첫 작품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억지스런 선정이다. 그동안 그가 '넘버3'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보여준 다양한 개성의 연기도 주연급이 아니면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인지...
그러면 남녀 조연상을 왜 부문을 만들어 시상을 할까.
해마다 지켜보면서 '올 해는 좀 더 나아지겠지' 기대를 하지만, 아직 대종상이 갈 길은 한참 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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