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종목 돌풍' 전투민족의 위엄…활·총·칼 金 9개 비결은

우리 선수단 금메달 9개 모두 양궁·사격·펜싱서 ‘수확’
양궁 6개월간 선발전 진행…사격 대표 절반 이상 2000년대생
재계 조력도 필수적…현대차, 40년간 양궁협회 지원
SKT·한화, 펜싱·사격에 각각 300억·200억원 투자
  • 등록 2024-08-05 오전 6:00:00

    수정 2024-08-05 오전 8:33:16

위부터 양궁 임시현, 사격 반효진, 펜싱 오상욱(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올림픽 대들보 양궁과 펜싱 남자 대표팀, 이번 대회에서 최대 반전을 보여주고 있는 사격까지. 2024 파리올림픽에서 ‘활·총·칼’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파리올림픽이 시작하기 전 대한체육회에서 내세웠던 목표는 금메달 5개와 종합 순위 15위. 그러나 양궁, 펜싱, 사격의 선전 덕분에 우리 선수단은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5개를 넘어 9개를 수확했다. 4일 오후 5시 현재 종합 순위도 6위를 기록 중이다.

한국은 대회 8일째까지 활로 금메달 4개, 총으로 3개, 칼로 2개를 얻었다. 양궁 임시현(3관왕), 남수현, 전훈영, 김우진(2관왕), 이우석, 김제덕, 사격 오예진, 반효진, 양지인, 펜싱 오상욱(2관왕), 구본길, 박상원, 도경동이 금메달의 주인공들이다.

양궁 혼성전에서 임시현과 함께 금메달을 따낸 김우진은 한 일본 기자가 “한국이 양궁을 잘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질문하자 “공정한 협회 덕분에 모든 선수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한다”고 설명했다.

양궁 선발전 활 4000발 쏴…사격은 실력 위주 파격 발탁

세계 무대를 압도하는 한국 양궁의 비결은 철저한 실력주의다. 학연이나 지연은 전혀 없다.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조차도 파리올림픽 대표에서 탈락할 정도로 선발전 경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은 6개월간 총 5차례에 걸친 선발전에서 4000여발의 활을 쏘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올림픽을 포함한 직전 대회 우승 경력이 있어도 우선 출전 자격은 없다. 모든 선수가 동일한 조건에서 선발전을 치른다.

대표팀의 철저한 준비도 한몫했다. 가장 큰 특징은 진천선수촌에 올림픽 경기장을 그대로 재현하는 스페셜 매치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의 구조물까지 똑같이 만들었고, 프랑스어로 경기를 진행했다. 두려움을 이기기 위한 다이빙은 물론 장마 속 축구장 소음 훈련, 혹한기 해발 1500m 산악 훈련 등 혹독한 훈련을 계속했다. 한겨울 영하 17도 한파에도 한강변 22km를 걷는 야간 훈련도 했다. 슈팅 로봇을 개발하는 등 양궁협회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큰 반전을 선보이고 있는 사격은 금메달 예상 목록에도 없던 종목이었다. 막상 올림픽이 시작되자 가장 활발하게 금메달을 명중시켰다. 무한 경쟁을 통해 성공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져 이번 올림픽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격 황제’ 진종오가 떠난 뒤 이렇다 할 기대주가 없던 한국 사격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노골드’ 수모를 겪었다. 이에 국가대표 선발전 방식부터 뜯어고쳤다. 합계 점수 중심에서 올림픽 결선처럼 맞대결 성적의 비중을 높였다. 이 덕분에 나이는 어려도 강심장인 ‘실전형 선수’가 뽑혔다. 올림픽 대표팀 16명 중 9명이 2000년대생인 파격 발탁이었다. 이들은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3개나 따내며 맹활약했다. 특히 진종오 한 명에게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10대·20대 초반 유망주들이 금메달을 따낸 게 가장 큰 수확이다. 아울러 사격 대표팀은 파리올림픽 경기장을 재현한 가상현실 프로그램까지 활용해 실전에 대비했다.

펜싱도 완벽하게 세대교체를 이뤘다. 박상원, 도경동이 은퇴한 김정환, 김준호의 빈자리를 메웠다. 펜싱의 비결 역시 ‘무한 경쟁’이다. 나이 많은 베테랑이어도 실력이 있으면 끝까지 젊은 선수들과 경쟁한다. 구본길이 12년간 4번이나 올림픽에 출전한 이유다.

‘키다리 아저씨’ 현대차그룹·SK텔레콤·한화

재계의 전폭적인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대한양궁협회 회장사를 맡아 약 40년간 한국 양궁을 물심양면 지원했다. 국내 단일 스포츠 종목 후원으로는 최장기간이다. 파리 대회 양궁 경기장인 앵발리드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진천선수촌에 설립한 게 현대차그룹이다. 파리 현지에선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불과 10km 떨어진 곳의 스포츠클럽을 통째로 빌려 양궁 국가대표팀 전용 연습장을 마련했다. 자동차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해 양궁 훈련 장비와 훈련기법도 개발했다.

한국 펜싱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해온 SK텔레콤(SKT)은 2003년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은 뒤 20년 넘게 300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SKT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해외 전지훈련 및 국제 대회 지원 등에 집중했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국내에서 19회째 열린 ‘SK텔레콤 국제 그랑프리 펜싱’ 대회는 한국 펜싱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선수들이 쓰는 고가의 장비나 시설 비용 역시 SK에서 지원한다. 펜싱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종 주요 국제 대회에 참가하게 한 이후부터 한국 펜싱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사격의 ‘키다리 아저씨’는 한화 그룹이다. 2023년 한화그룹이 대한사격연맹 회장사 자리를 내려놨지만 20년 넘게 비인기 종목에 물심양면 쏟은 성과가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빛을 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격 마니아로 알려진 김승연 한화 회장은 2002년부터 대한사격연맹 회장사를 맡아 지난해 말까지 유지했다. 한화그룹이 사격 발전 기금으로 내놓은 돈이 200억원이 넘는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가운데)이 양궁 혼성 금메달 듀오 김우진(왼쪽), 임시현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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