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 "저작권·독립영화 보호, 예술인의 실천이 세상 바꿀 수도"[만났습니다]①

행동하는 지성, 배우 유지태
큰 숲만 보는 정치가 놓친 영역, 예술이 변화시킬 수도
조합으로 창작자 보호해야…12년째 독립영화 살리기
예술인 꿈꾸는 학생 미래 관심…학교의 역할 고민
  • 등록 2024-07-26 오전 7:00:00

    수정 2024-07-26 오전 7:00:00

배우겸 감독 유지태(사진=BH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때로는 돈키호테 같은 사람들의 순진한 생각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 감독, 대학교수, 그리고 활동가. 데뷔 26주년을 맞은 유지태(48·사진)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누군가는 그를 ‘행동하는 소신의 예술인’이라고도 부른다. 유지태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저희 같은 예술인이 진정성을 갖고 끊임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는 기대와 자긍심이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치가 못하는 걸 예술로…작은 행동으로 변화를”

그의 최근 행보만 봐도 알 수 있다. 유지태는 지난 22일(현지시각) 통일부 북한인권홍보대사 자격으로 미국 워싱턴 DC에서 통일부와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이 공동 주최한 ‘2024 북한인권 국제대화’에 참석해 우리나라 및 국제 사회에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한 관심을 촉구했다. 지난해 그가 탈북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웹툰 ‘안까이’를 집필해 세상에 공개한 후 약 1년여 만이다.

시간을 앞으로 돌려 지난 5월 30일.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저작권 분야 국제기구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이하 CISAC)이 주최한 ‘2024 CISAC 세계 총회’에서도 유지태는 존재감을 빛냈다. 20년 만에 서울에서 열린 해당 총회에는 국내 정치인, 문화예술인들을 비롯해 글로벌 저작권 협회장단 300여명이 참석해 K콘텐츠의 성공요인 및 저작권 보상체계 개선 등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유지태는 국내 영상 창작자들을 대표해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의 회원 자격으로 총회의 연단에 섰다. 그는 K콘텐츠를 이끄는 국내 영상 창작자들을 보호할 저작권 보상체계가 없는 현실을 꼬집으며 관련한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국내 영상 창작자들의 저작권을 보호할 최소한의 ‘정당한 보상’ 마련을 위한 입법 현황을 알리고 세계 저작권 단체에 긴급 연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여러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회적 현안들에 목소리를 내는 건 누구라도 쉽지 않다. 이른바 ‘스타’라고 불리는, 이미지를 자산으로 대중의 호감을 먹고 사는 유명 배우로선 더욱 행하기 어려운 선택지였을 거다.

유지태는 그런 자신을 ‘순진한 예술인’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예술은 정치가 큰 숲만 보느라 포착하지 못한 미시적인 영역을 비추고 변화시킬 수 있는 위대함을 지녔다. 아직도 그런 순진한 생각을 하곤 한다”고 털어놨다.

26년간 순수함을 유지할 수 있던 원천은 굳건한 신념에서 비롯됐다. 영향력을 갖춘 문화예술인들이 좋은 마음을 갖고 행한, 작지만 진정성 어린 실천들이 업계에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믿음이다. 유지태는 믿음에서 우러난 행동들이 언젠가는 이해관계와 자본이 복잡하게 얽힌 문화예술계의 현실까지 바꿀 것이라고 역설했다. 데뷔 후 홀로 꾸준히 국내 독립예술영화 지원을 위한 소신 행보를 이어온 것도 위의 이유에서다.

실제 그는 2012년부터 ‘유지태와 함께 독립영화 보기 행사’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 사비로 독립영화 전용 극장 인디스페이스의 티켓 100장을 구매해 관객들과 의미있는 독립영화 한 편을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다. 지난 2월에는 다큐멘터리 ‘길 위의 김대중’을 관객들과 관람했다.

유지태는 “우리 생각보다 문화예술인들이 더 큰 에너지를 품고 있을 수 있다. 우리의 작은 행동이 사회적인 영향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며 “내가 남긴 흔적과 관계없이 이를 받아들이는 대중의 문화 성숙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 역시 체감한다”고 말했다.

배우 유지태.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저작권·학생들 미래 관심…단체가 보호막 돼줘야”

특히 그는 같은 창작자로서 창작자들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문제에 많은 관심이 있다. 지난 5월 CISAC 총회에 참석한 취지 또한 ‘호스트’의 개념으로 정의했다. 유지태는 “감독으로도 활동했지만 주된 정체성은 배우다. 배우가 미디어로 움직일 수 있는 영향력을 활용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제공하고 싶었다”며 “DGK 관계자들을 만나 ‘시간 될 때 같이 저작권 스터디를 해보자’ 역제안을 해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배우 겸 감독으로서 영상창작자가 겪는 생계의 위협, 불공정 계약 관행 등 척박한 현실을 피부로 체감한 적이 많아서라고도 강조했다.

유지태는 “모든 창작자는 자식을 잉태하는 기분으로 콘텐츠를 만든다”며 “자신의 저작물이 2차 저작물의 형태로 다른 업체에 넘어가 무분별하게 재생산되는 상황을 비관해 세상을 등진 창작자들이 적지 않다. 저작권을 보호받지 못해 감정적·경제적으로 궁핍해진 이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다만 입지가 있는 일부가 아니고선 개개인이 자신의 권리나 사회 변화를 도모하기 힘든 환경을 지적하며 예술인들이 힘을 모을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예술인들이 조합이나 노조의 형태로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지태는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조합, 노조의 형태가 좀 더 건전히 자리 잡아야 한다”며 “특히 창작자들의 권리를 개인이 아닌 단체가 보호해 줘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노조나 조합 등 단체의 형태가 상대적으로 힘이 없어 목소리를 내기 힘든 신인 창작자나 독립예술영화 창작자들의 보호막이 돼줄 수 있다는 취지다.

지난해부터 건국대 영상영화과 전임교수로 재직 중인 그의 최근 관심사는 예술인을 꿈꾸는 학생들의 미래와 생계다. 그는 “학생들을 위한 네트워킹을 만들고, 재학생과 학교를 졸업한 예술인들이 어떻게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며 “자신 역시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사람으로서 체감한 부분이지만, 예술학도들은 그들을 받아줄 무대가 없으면 졸업 이후 백수, 그 기간이 길어진다면 극단적으로는 사회 부적응자가 되어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야 이들이 흔들리지 않고 사회에 잘 진출할 수 있을까, 학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지태는 누구?

△1998년 배우 데뷔 △단국대 문과대학 졸업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석사 졸업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박사 수료 △2023년 건국대 영상영화학과 전임교수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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