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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태우지 마세요.” 아르메니아인이 기자에게 한국어로 또박또박 말했다. 순간 두 귀를 의심했다. 뜻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남다른 스무 살의 자원봉사자 에미와 밀레나를 만났다.
먼저 에미는 ‘미래’라는 한국어 이름까지 갖고 있었다. 그는 “한국 친구가 추천해 준 이름”이라며 “예쁘다고 생각했고 뜻도 좋아서 미래라고 결정했다”고 웃었다.
미래와 밀레나는 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두 사람은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가 나오기 전부터 한국 선수단을 맡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미래는 “지난해 청소년 삼보 대회 때도 한국 팀을 담당했다”며 “이번에도 한국이 오는 걸 알고 있어서 자원봉사를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한국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역시나 K-팝과 K-드라마였다. 밀레나는 “12살 때부터 한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는데 화면에 나오는 글자를 직접 읽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스스로 공부했는데 이후엔 대학교에서도 공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밀레나는 한국에 빠져들게 한 드라마는 ‘꽃보다 남자’였다. 대학교 과제로 보게 된 ‘태극기 휘날리며’ 역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한국 드라마를 챙겨보고 있다. 지난달 말 시작한 ‘무인도의 디바’, ‘반짝이는 워터멜론’을 재밌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와 밀레나만 한국에 관심을 두는 게 아니었다. 미래는 주변에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냐는 물음에 “K-팝 때문에 한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정말 많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른 자원봉사자들도 우리에게 ‘한국팀을 담당해서 좋겠다’고 말도 하고 사진도 많이 찍으려고 한다”며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고 전했다.
실제 대회 기간 미래와 밀레나 말고도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로 인사를 걸어오는 자원봉사자들이 많았다. 자원봉사자 대부분은 10대로 구성됐는데 선수단뿐만 아니라 기자에게도 사진 요청을 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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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나는 “그때 먹었던 삼겹살이 맛있어서 한국에 가면 꼭 먹고 싶다”며 “드라마에서 봤던 찜질방에도 가서 양머리하고 맥반석 계란도 먹고 싶다”며 즐거운 상상을 했다.
단 음식을 좋아한다는 미래는 “빙수를 먹고 싶은데 팥빙수 말고 과일빙수를 먹고 싶다”며 확실한 취향을 밝혔다. 이어 노래방에 가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미래는 “아르메니아에선 노래방 시설이 없어서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사람들이 다 보는 무대 한가운데서 불러야 한다”며 “그렇다고 집에서 부르기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은 친절하다고 생각하는 미래와 밀레나는 실제 경험한 뒤에도 생각이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제까지 만난 한국인은 모두 친절했다”며 “이번 대회를 방문한 선수단도 우리를 위해 라면을 끓여주는 등 잘해주셨다”라고 웃었다. 이어 “완벽하게 만들어진 드라마 속 이미지를 먼저 접하게 되지만 실제 만나봐도 친절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미래와 밀레나는 대사관 직원이 돼 한국에 머무는 걸 꿈꾼다. 두 사람은 “꿈을 이뤄 아르메니아와 한국의 교류에 힘을 보태고 싶다”며 “한국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한국으로 이사 가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두 사람은 “한국 분들이 아르메니아를 잘 모르실 텐데 좋은 곳이니까 찾아보시고 놀러 오셨으면 좋겠다”라며 더 많은 한국인이 아르메니아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