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극장가 출격 앞둔 '카운트''멍뭉이''대외비'…위기의 韓 영화 구할까

  • 등록 2023-02-22 오전 6:30:00

    수정 2023-02-22 오전 6:30:00

(왼쪽부터) 영화 ‘카운트’, ‘멍뭉이’, ‘대외비’ 포스터.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 ‘카운트’(감독 권혁재)부터 ‘멍뭉이’(감독 김주환), ‘대외비’(감독 이원태)까지. 한국 영화들이 봄바람이 부는 3월 대거 출사표를 던진다.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극장가에선 외화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 이하 ‘아바타2’)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가 하면,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 이하 ‘슬램덩크’)는 300만을 넘어 400만 관객 고지까지 넘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마블 히어로 대작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 매니아’(감독 페이튼 리드, 이하 ‘앤트맨3’)까지 개봉해 박스오피스를 휩쓸면서, 기존에 개봉한 한국 영화들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업계 및 평론가들 사이에서 ‘한국 영화 위기론’이 대두한 가운데, 위 세 영화가 3월 극장가에 한국 영화 훈풍을 다시 불게 할지 주목된다.

‘슬램덩크’→‘앤트맨3’ 강세…韓 영화 순위권 밖

21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박스오피스 1위는 ‘앤트맨3’, 2위는 ‘슬램덩크’, 3위 ‘타이타닉: 25주년’, 4위 ‘아바타2’, 5위 ‘어메이징 모리스’가 이름을 올렸다. 박스오피스 톱5에 한국 영화는 단 한 작품도 오르지 못했다. 배두나, 김시은 주연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가 전체 박스오피스 7위로 국내 작품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 중이고, ‘영웅’(감독 윤제균)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 달 18일 개봉해 국내 대작으로 꼽혔던 황정민, 현빈 주연 영화 ‘교섭’(감독 임순례)과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등이 주연을 맡은 ‘유령’(감독 이해영)은 완전히 순위권 밖을 벗어났다. ‘교섭’은 개봉 직후 설 연휴 특수에 힘입어 한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나, 며칠 지나지 않아 ‘슬램덩크’, ‘아바타2’에 밀려났다. 개봉 한 달이 넘었지만, 20일 기준 누적 관객 수가 171만 명으로 200만 명도 채우지 못했다. ‘유령’의 누적 관객 수는 66만 명으로 100만 명도 채 안 된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아바타2’, ‘슬램덩크’ 등 외화들이 아니었다면 극장가가 완전히 망했을 것”이라며 “충무로 톱배우들을 내세운 스타 캐스팅, 감독의 인지도가 관객들에게 극장을 방문하게 할 매력 요소로 더 이상 작용하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이를 지적했다.

믿을 수 없는 한국영화의 저조한 성적표에 영화 개봉을 앞둔 현업 관계자들의 고민도 짙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배급사 관계자는 “지난 연말부터 현재까지 극장가의 판도를 보면 엄청난 제작비와 기술로 무장한 할리우드 대작들, 특히 원작 IP가 큰 인기를 끌고 있거나 전편이 히트해 충성관객층이 보장된 팬덤 소비형 영화들만 살아남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는 한국 영화, 특히 신인 감독과 새로운 내용의 작품들이 투자를 받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상당히 착잡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카운트’→‘대외비’ 3월 출사표…위기가 기회될까

어두운 전망 속에서, ‘카운트’와 ‘멍뭉이’, ‘대외비’ 등 다양한 장르와 개성을 갖춘 한국 영화들이 3월 극장가를 겨냥해 대거 개봉을 앞뒀다.

먼저 22일 개봉하는 ‘카운트’는 금메달리스트 출신,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미친개’ 마이웨이 선생 시헌(진선규 분)이 오합지졸 핵아싸(아웃사이더) 제자들을 만나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를 그린 힐링 스포츠 성장 드라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복싱 라이트미들급 금메달을 땄지만, 편파 판정 논란에 휩싸여 선수 생활을 은퇴했던 박시헌 선수의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영화 ‘엑시트’, ‘너의 결혼식’ 제작진이 참여했으며, ‘범죄도시’, ‘극한직업’ ‘공조2: 인터내셔날’ 등을 거쳐 인기스타로 자리매김한 진선규의 첫 단독 스크린 주연작이다. 실패를 겪은 주인공 시헌이 복싱부 제자들을 만나 이들을 가르치며 지난 날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30억 원 이하의 제작비가 들어간 저예산 영화로 알려졌지만, 시사회를 접한 관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온라인 영화 커뮤니티 ‘익스트림 무비’에선 “간만에 온 가족이 함께 볼 영화가 생겼다”, “적절한 웃음과 감동” 등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귀여운 강아지들과 유연석, 차태현이 의기투합한 영화 ‘멍뭉이’(감독 김주환)는 3월 1일 개봉한다. ‘멍뭉이’도 ‘카운트’와 마찬가지로 순제작비 30억 원이 들어간 저예산 영화다. 영화 ‘청년경찰’로 코믹 버디물의 대가란 호평을 받았던 김주환 감독의 신작이다. 두 형제가 사랑하는 반려견 루니의 완벽한 집사를 찾기 위한 면접의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귀여운 강아지들이 대거 등장해 배우들과 다양한 케미를 선보일 예정으로, 동물 애호가들과 반려인들의 취향을 저격할 전망이다.

조진웅, 이성민, 김무열이 호흡을 맞춘 범죄 누아르 ‘대외비’도 3월 1일 출격한다. ‘범죄도시2’ 이후 오랜만에 극장가에 선보이는 범죄 소재 국내 영화다. 1992년 부산,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과 정치판의 숨은 실세 순태, 행동파 조포 필도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비밀 문서를 손에 쥐고 판을 뒤집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 ‘악인전’(2019)으로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이원태 감독의 신작이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 회장 역으로 지난 연말 대중을 사로잡았던 배우 이성민의 차기작에, 충무로의 보증수표 조진웅의 주연작이라 관심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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