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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양조위 초청에 관한 후일담을 이 같이 공개했다. 허 집행위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사실 양조위 섭외는 지난 연말에 완료했다”며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을 하기까지 9개월 넘게 입이 간지러워 혼났다”고 말했다.
양조위 초청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뜨겁게 장식한 빅뉴스였다. 양조위는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개막식, 기자회견, GV(관객과의 대화), 오픈토크 등 일정을 소화했는데, 가는 곳마다 팬들을 몰고 다니며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인기를 증명했다. 미리 이야기가 퍼져 나갔다면 이 같은 반응을 장담하기 어려웠을 터다. 허 집행위원장 이하 영화제 측의 입단속을 위한 고생(?)이 빛을 발했다고 할 수 있다.
양조위는 압도적인 지지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허 집행위원장은 “양조위는 이미 최고 수준의 업적은 쌓았는데, 지난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라는 슈퍼히어로 영화에 출연하면서 한 배우가 이룰 수 있는 연기 폭의 최대치에 이르렀다”며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라 판단해 섭외에 들어갔는데 상당히 빨리 답을 줬다”고 얘기했다. 더욱이 양조위는 이번 내한에 아내 유가령과 동행한 사실이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부부가 나란히 선 모습은 볼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유가령은 처음부터 영화제 측에 양조위와 함께 영화제를 찾더라도 ‘절대 앞에 나서지 않겠다’며 조용한 내조를 원했다는 후문이다.
OTT 시리즈물의 확대도 양조위 초청 못지않은 화두였다. ‘온 스크린’ 섹션의 작품 수는 지난해 3편에서 올해 9편으로 대폭 늘었다. 작품 수만큼 관련 행사들이 늘면서 OTT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그는 OTT 시리즈물의 영화제 내 영향력 확대에 대해 달갑지 않은 시선이 있다는 사실도 헤아렸다. 허 집행위원장은 “그런 비판은 어느 정도 예상했고 또 일리가 있다”면서도 “다수의 영화감독과 영화배우들이 시리즈물에서 활약하면서 영화와 시리즈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시리즈물은 TV든 모바일로 볼 수 있는데 왜 굳이 관객들이 시리즈물을 보기 위해 영화제를 찾을까를 생각해보면 극장 상영이 주는 특권적인 기쁨, 특권적인 체험이 있는 것 같다”며 “이 경험이 쌓이면 극장의 체험을 상기시켜 간접적으로나마 극장의 활성화, 고전영화의 활성화에 보탬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도 했다”고 낙관했다.
반환점을 돈 영화제는 현재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영화제 측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80~90%의 관객 수를 회복할 것으로 관측했다. 개막식은 전 세계에서 모인 영화인 및 영화업 종사자, 시네필 4000여명의 참석 속에 성료, 영화제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줬다. 이는 3년 만의 정상 개최와 함께 K콘텐츠의 글로벌 열풍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내외부 평가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는 칸, 베니스, 베를린과 같은 영화제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러한 지적에 허 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영화 중심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시작한 영화제”라며 “그러한 기치 없이 유럽 3대 영화제를 본떠 만들었다면 오히려 실패했을 것”이라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는 “유럽 영화인들이 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느냐면, 새로운 아시아 영화의 재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부산국제영화제에 가야 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며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영화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것이 되는 ‘글로컬’한 영화제”라고 방향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비경쟁 영화제로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우리보다 규모가 크고 전통도 오래된 영화제조차 영감을 얻고 배워갈 수 있는 영화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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