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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역사서 끄집어낸 세계의 관심사
한국의 역사를 다룬 로컬적 작품인 ‘파친코’는 어떻게 세계인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었을까. 자이니치(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 또는 조선인) 안에서도 세계인들이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이주민과 여성 서사라는 소재들을 훌륭히 표현했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파친코’ 속 자이니치는 일본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뿐만 아니라, 세계에 있는 다양한 경계인들을 대표하며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든다. 극중 인물들이 겪는 과정과 감정은 국적이 달라도 많은 이방인들이 겪었을 그것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섬세하게 묘사됐다. 이는 경계를 허물고 공감대를 높이는 요소가 됐다.
‘파친코’에서 중심이 되는 선자(전유나, 김민하, 윤여정 분)라는 인물도 극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다. 아픈 역사 속에서의 여성들의 삶, 그들의 노력과 희생, 역할 등을 조명하며 역사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어린 시절부터 노년시절까지 선자의 삶이 시대별로 그려지는데, 일제강점기와 1989년까지 그 시대의 모습들을 한 인물에 투영해 보여주며 몰입도를 높인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파친코’에 대해 “로컬 이야기가 들어갔지만 관점은 경계인의 삶이다”면서 “현재 세계적으로 이주를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있고,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호평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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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주인공인 미드? 경계인이 만든 수작
익숙한 듯 낯설고, 낯선 듯 익숙하다. ‘한국인들이 나오는 미드(미국 드라마) 같다’는 것이 국내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파친코’는 한국인의 역사를 다뤘지만 미국 자본과 한국계 미국인들이 만든 작품이다. ‘오징어게임’ ‘기생충’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 받기 시작한 K콘텐츠라고 보긴 어렵지만,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한국인의 정서를 잘 살리며 시너지를 냈다. 무엇보다 경계인인 한국계 미국인들이 제작을 하며 이방인들의 아픔을 다룬 ‘파친코’의 메시지에 공감했고, 이를 잘 표현했기 때문에 더 깊고 입체적인 작품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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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파친코’는 한국과 미국, 일본을 오가는데 이런 점들이 우리에겐 낯설 수 있지만, 다문화·다인종으로 구성된 미국 시청자들에겐 익숙하면서도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일 것”이라며 “다문화적인 관점이 해외에서 호응을 받게 된 것인데 굉장히 좋은 케이스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한국인이 바라본 한국인의 역사가 아니라, 한국인의 역사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이 들어갔기 때문에 우리에겐 익숙하면서도 낯선 지점이 있고 해외에선 더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아직 3회밖에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것으로는 분명 웰메이드 작품”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