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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이상화’로 불리는 김민선(23·의정부시청)은 지난 13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를 7위로 마친 뒤 당차게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지만 아쉬움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는 2000년대에 태어난 ‘MZ 세대’가 대표팀 주요 선수로 발탁됐고 이들은 전세계가 지켜보는 무대에서 겁없는 활약을 펼쳤다. 한국 남자 피겨 선수로는 최초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차준환(21·고려대),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트리플 악셀 점프를 뛰는 유영(18·수리고), 스노보드 이채운(16·봉담중), 스피드스케이팅 정재원(21·의정부시청) 등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선수들은 4년 뒤 열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특히 차준환은 전용 링크장도 없어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톱5’를 달성했다. 4년 전 평창에서 17세에 올림픽 데뷔전을 치렀던 차준환은 지난달 열린 4대륙 선수권 대회에서 총점 273.22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282.38점으로 개인 최고점을 써내며 5위에 올랐다.
공중에서 4회전을 도는 쿼드러플 살코 점프를 안정적으로 구사하는 차준환은 점프와 스핀뿐만 아니라 남자 선수들에게서는 보기 힘든 섬세하고 아름다운 표현력이 강점이다. 캐나다에 베이스캠프가 있지만 코로나19로 국내에서 홀로 훈련했음에도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올림픽에서 세계 정상급 기량을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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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유영은 여자 선수로는 고난도 점프인 트리플 악셀을 연마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고 코로나19 시기와 겹쳐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지만 결국 올림픽에서 트리플 악셀 착지에 성공하며 최고의 경기를 선보였다.
‘도핑 파문’을 일으킨 카밀라 발리예바(4위·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순위가 아직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아 향후 유영의 올림픽 최종 순위가 5위로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유영은 “6위든 5위든 상관없다. 올림픽에서 내가 펼친 경기에 만족한다. 부족하지만 많이 성장했다. 더 노력해서 오늘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 이 느낌 그대로 다음 올림픽에 나가서 더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19일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 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선수단에 마지막 메달을 안긴 정재원도 밀라노를 바라본다. 4년 전 평창에서 맏형 이승훈(34)의 금메달을 돕는 ‘조연’이었다면, 이번 대회에서는 당당히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25세가 되는 밀라노에서는 충분히 금메달을 노릴 수 있다.
MZ 세대는 과거 ‘금메달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과정을 중시하며 자신이 만족할 만한 경기를 펼치면 더이상 크게 아쉬워하지 않는다. 이는 올림픽을 바라보는 국민들 시선의 변화와도 연관이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팬들은 스포츠맨십을 보이는 성적 외적인 모습에 열광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민석(23·성남시청)은 금메달 후보였지만 7위에 머물러 고개를 숙이고 우는 듯한 닝중옌(중국) 옆자리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박장혁(24·스포츠토토)과 이준서(22·한국체대)는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황대헌(23·강원도청)이 금메달을 따자 얼싸안고 기뻐했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MZ세대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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