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나이 선녀님', 나무꾼 없어도 괜찮아[스크린PICK]

  • 등록 2021-10-23 오전 9:00:00

    수정 2021-10-23 오전 9:00:00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개봉 영화를 소개합니다.

◇한창나이 선녀님

새끼 낳은 소도 돌보고, 지붕에 널어둔 도루묵도 걷어야 하고, 나무에 올라 감도 따고, 택시 타고 한글 배우러 시내도 나가야 하고. 강원도 삼척 어느 산속에서 혼자 사는 선녀님은 앉아서 쉴 틈이 없다. 몸이 열 개여도 부족한 선녀님이 또 한번 일을 냈다. 평생 산 하나 밖에 못 넘어 본 그녀가, 오랫동안 살던 집을 떠나 새집 짓기를 결심한다. 또박또박 뚝딱뚝딱 오늘도 바쁜 선녀님의 하루.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 남편과 사별한 뒤 한글 공부를 시작한 68세 임선녀 할머니의 만학 열정이 무기력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삶에 대한 의지와 용기를 불러일으킨다. 대상을 따뜻하게 보듬는 감독의 사려 깊은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올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관객상 수상작이다.

감독 원호연. 러닝타임 83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 10월 20일.

◇듄

10191년,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로 전 우주를 구원할 운명을 타고난 폴(티모시 샬라메 분)은 어떤 계시처럼 매일 꿈에서 아라키스 행성의 한 여인을 만난다.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인 아라키스에는 우주에서 가장 비싼 물질인 신성한 환각제 스파이스의 유일한 생산지로 이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한창이다. 폴과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황제의 명령으로 죽음이 기다리는 아라키스로 향한다.

SF 걸작으로 평가받는 1965년 프랭크 허버트의 동명 원작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전 우주를 거느릴 왕좌에 오를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폴의 장대한 여정을 그린다. 2부작으로 기획된 ‘듄’은 이번 영화에서 본격적인 스토리를 풀어내지 못했지만 경이로운 비주얼의 세계관과 티모시 샬라메·레베카 퍼거슨·오스카 아이삭·죠슈 브롤린·제이슨 모모아·하비에르 바르뎀·젠데이아 콜먼 등 화려한 캐스트만으로 충분히 매력을 선사한다. ‘컨택트’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의 드니 빌뇌브 감독의 작품이다.

감독 드니 빌뇌브. 러닝타임 155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10월 20일.

◇라스트 듀얼:최후의 결투

부조리한 권력과 야만의 시대, 14세기 프랑스. 유서 깊은 카루주 가의 부인 ‘마르그리트’(조디 코머 분)는 남편 ‘장’(맷 데이먼 분)이 집을 비운 사이, 불시에 들이닥친 장의 친구 ‘자크’(아담 드라이버 분)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한다.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지른 자크는 마르그리트에게 침묵을 강요하지만, 마르그리트는 자신이 입을 여는 순간 감내해야 할 불명예를 각오하고 용기를 내어 자크의 죄를 고발한다. 권력을 등에 업은 자크는 강력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가문과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장은 승리하는 사람이 곧 정의로 판정받게 되는 결투 재판을 요청한다.

여성이 남편의 도움 없이 법적 지위를 가질 수 없었던 때 성폭력에 침묵하지 않은 한 여성의 이야기. 하나의 사건을 각기 다른 세 개의 시점으로 풀어낸 구조가 흥미롭다. 진실게임 끝에 맞게 되는 뜻밖의 진실에는 시대를 관통하는 거장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담겨 있다. 세 사람의 운명을 쥔 후반부 결투 재판은 이 영화의 백미다.

감독 리들리 스콧. 러닝타임 152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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