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스피드스케이트장은 대한민국 동계스포츠의 살아있는 역사다. 동시에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400m 스피드스케이팅 트랙을 갖춘 빙상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경기장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철거 위기에 몰려 있다.
유네스코는 지난 2009년 ‘조선 왕릉’인 조선 13대 왕 명종의 어머니 문정왕후가 잠든 ‘태릉’과 명종·인순왕후를 합장한 ‘강릉(康陵)’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왕릉 보존을 위해 훼손 능역을 복구할 것을 문화재청에 권고했다. 대한체육회는 고민 끝에 태릉선수촌 관련 시설물 8개의 문화재 지정을 신청했다. 결국 문화재청은 대한체육회가 요구한 시설물 8개 가운데 4개의 존치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태릉선수촌과 태릉스피드스케이트장은 존치 시설물에서 빠졌다.
태릉선수촌은 이미 대체 시설을 마련했다. 충청북도 진천에 선수촌을 건립해 국가대표 훈련 등의 기능을 모두 이전했다. 오히려 태릉선수촌보다 훨씬 업그레이드 된 시설을 자랑한다. 반면 태릉스피드스케이트장은 그렇지 않다. 경기장을 대체할 새 스케이트장 건설은커녕 대체 부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국제 규격의 스피드스케이트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강릉에 있다. 문제는 유소년 스피드스케이트 선수 가운데 70% 이상이 수도권에서 생활한다는 점이다. 태릉스피드스케이트장이 철거되면 이들은 수도권에서 왕복에 최소 4~5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오가며 훈련을 해야 한다. 시간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아니면 운동을 그만두는 방법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강릉스피드스케이트장은 현재 폐쇄된 상태다. 연간 30억~40억원에 달하는 시설 운영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향후 다시 스케이트장을 열더라도 제대로 지속 운영된다는 보장이 없다. 현실적으로 강릉스피드스케이트장은 태릉스피드스케이트장의 대안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문체부는 14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업예산과 강릉스케이트장 활용 문제로 최종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문체부가 기존 태릉스피드스케이트장의 철거 연기를 검토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그렇다면 지붕에서 물이 새는 등 태릉스피드스케이팅장의 열악한 시설 환경을 하루빨리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한다.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이어질수록 동계올림픽까지 개최했던 대한민국 동계스포츠는 갈수록 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