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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쓰러진 선수를 부추겨 함께 결승선을 통과하고 부상의 공포를 땀으로 이겨낸 인간 승리는 오랫동안 전 세계인의 기억에 남을 만한 감동의 장면들이었다.
지난 1일 도쿄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육상 800m 준결선에 출전한 아이제아 주윗(미국)은 속도를 높여 달리다 그만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이어 나이젤 아모스(보츠와나)가 그 위로 넘어졌다. 순위 경쟁에서 밀려난 만큼 포기할 수 있었지만 둘은 다시 일어섰다. 주윗이 일어나 아모스에게 손을 내밀었고, 둘은 함께 달려 결승선을 통과했다. 메달이 아닌 도전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함께 보여준 순간이었다.
육상 여자 7종 경기 중 200m 경기에 나선 카타리나 존슨-톰프슨(영국)은 곡선 구간을 달리다가 종아리에 심각한 통증을 느껴 쓰러졌다. 응급요원이 휠체어를 끌고 와 그를 앉히려 했다. 그러나 톰프슨은 다시 일어서 결승선을 향해 걸었다. 동료들은 그가 완주하기를 기다렸고 93초 만에 겨우 결승선을 통과했다. 톰프슨은 선수들의 부축에 의지해 숨을 골랐다. 비록 자신의 주로를 벗어난 탓에 경기에선 실격됐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불굴의 투지를 보여줬다.
필리핀의 작은 거인 하이딜린 디아스는 정부로부터 전복 음모론자로 낙인찍혀 제대로 훈련조차 할 수 없었다. 필리핀이 아닌 말레이시아로 피신한 그는 기업의 후원이 끊긴 탓에 SNS를 통해 후원을 요청하면서 올림픽을 준비했다.
필리핀 공군 소속인 디아스는 시상식에서 필리핀 국기가 올라가고 국가가 울려 퍼지자 거수경례를 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가난과 역경을 이겨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금메달이었다.
장애를 극복한 폴란드 탁구 선수 나탈리아 파르티카(폴란드)도 전 세계 스포츠팬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오른쪽 팔꿈치 아래가 없었는 선천적 장애를 안고 태어난 그는 7세 때 탁구채를 잡아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패럴림픽에서 단식 금메달을 따냈다. 도쿄올림픽에선 당당히 실력으로 비장애 선수와 겨뤘다. 한계를 넘는 도전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파르티카는 도쿄에 남아 패럴림픽에서 다시 한번 금메달을 노린다.
신재환은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783점을 획득해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올림픽위원회)과 동점을 이뤘고, 타이브레이크 규정에 따라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부상의 공포를 정신력과 땀으로 이겨낸 순간이었다. 그는 “부상으로 체조를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가장 힘들었다”며 “그 순간을 극복하려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여자 유도 강유정(25·순천시청)은 경기를 앞두고 긴 머리를 삭발해 화제가 됐다. 한국 여자 유도 48kg의 간판인 그는 반드시 메달을 따내겠다는 각오로 경기 하루 전 계체 통과를 위해 삭발까지 했다. 결연한 각오의 표시이기도 했다. 32강에서 탈락해 아쉽게 올림픽 메달 도전은 좌절됐다. 그는 “머리카락은 내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며 오히려 “아쉬운 성적으로 마쳤지만, 이대로 주저앉지는 않겠다”고 더욱 굳은 각오로 또 다른 울림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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