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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방송가는 코로나19 확산세에 ‘플랜A’가 아닌 ‘플랜B’, 즉 보완책를 가동시켰다. 탁월한 위기 대처 능력과 신선한 기획력이 돋보인 콘텐츠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22일 “모든 방송이 똑같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그 위기에 얼마나 재빨리, 어떻게 적응을 했는지가 콘텐츠의 성패를 갈랐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예능의 형태가 달라졌다. 해외 대신 국내, 야외 대신 스튜디오 중심의 예능으로 포맷을 변경하며 바이러스 감염 위기에 대처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위기를 잘 대처한 대표적인 예능으로 꼽힌다. ‘놀면 뭐하니?’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준비 중인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비대면 공연인 ‘방구석 콘서트’를 열어 시의 적절한 기획으로 호평을 받았다. ‘놀면 뭐하니?’는 또 공간보다 사람에 집중한 ‘부캐’(부캐릭터) 컬렉션으로 새로운 재미를 꾀했다. 유재석을 중심으로 한 부캐 세계관은 혼성그룹 ‘싹쓰리’, 걸그룹 ‘환불원정대’ 프로젝트까지 연이어 히트했다. 최근 MBC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주말 예능을 대거 결방했는데, 토요일 저녁인 프라임 시간에 ‘놀면 뭐하니?’를 대신해 상승세를 타고 있는 ‘트로트의 민족’ 스페셜 방송을 편성한 것도 플랜B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방송사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트롯 경연 프로그램을 인기 프로그램 시간대에 특별 편성함으로써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모든 예능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해외 오지에서의 생존을 그리는 SBS ‘정글의 법칙’은 해외가 아닌 국내 촬영지를 선택해 방송을 재개했지만 시청률, 화제성에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배를 타고 여행하는 프로그램으로 해외에서 국내로 선회한 tvN 예능 ‘바닷길 선발대’도 0.8%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김 평론가는 “단순히 공간의 변화로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는 힘들었다”며 “‘부캐’ 신드롬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람을 활용한 트렌드한 아이템과 기획력이 흥행에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짚었다.
코로나19 속 한국 콘텐츠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굳건히 했다. 새로운 한류 열풍이 일어났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으로 ‘집콕족’이 늘면서 OTT 이용이 늘면서다.
뿐만 아니라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사이코지만 괜찮아’ ‘청춘기록’,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등이 ‘2020년 일본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작품 톱10’에 함께 이름을 올리며 K드라마의 힘을 보여줬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로 만들어진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한류에 새로운 계기가 됐다. ‘킹덤’ ‘인간수업’에 이어 지난 18일 공개된 ‘스위트홈’도 21일 기준 한국을 포함해 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대만·카타르·태국·베트남 등 총 8개국 넷플릭스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콘텐츠 유통 구조가 완전히 바뀌면서 OTT는 전 세계인이 즐겨 이용하는 플랫폼이 됐다”며 “한국 드라마가 OTT에 비교적 빨리 진입한 것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 앞으로 드라마 분야의 성과가 더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