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림, 에비앙서 18번째 생일 "특별한 하루가 됐으면 좋겠다"

LPGA 예비스타 노예림, 18번째 생일 앞둬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프로 3번째 대회 참가
"타이거 우즈도 좋지만, BTS가 더 보고 싶어"
"한국 가서 맛있는 음식 먹는 날 손꼽아 기다려"
  • 등록 2019-07-24 오전 6:00:00

    수정 2019-07-24 오전 8:25:36

재미교포 프로골퍼 노예림이 23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중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에비앙레뱅(프랑스)=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18번째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특별한 하루가 됐으면 좋겠어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예비스타’로 떠오른 재미교포 프로골퍼 노예림(18·하나금융)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410만 달러)에서 또 한 번의 돌풍을 기대하며 이렇게 말했다.

23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 사흘 뒤 개막하는 에비앙 챔피언십을 앞두고 뜨거운 태양 아래서 구슬땀을 쏟아내던 노예림이 클럽하우스로 돌아와 숨은 고른 뒤 이데일리와 인터뷰했다. 그는 “7월 26일이 18번째 생일이다”며 “대회 2라운드 때 생일을 맞게 되는 데 그날 나 자신에게 특별한 생일 선물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와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1월 프로로 전향한 노예림은 아직 시드가 없어 LPGA 투어에 자유롭게 출전할 수 없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 US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권을 얻어 참가하고 있다.

노예림은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LPGA 투어 손베리 클래식에 프로로 처음 참가해 깜짝 활약을 펼쳐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18세의 나이로 이제 막 프로가 된 노예림은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성현(26), 김세영(26), 양희영(30) 등 세계적인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마지막까지 인상적인 경기를 펼쳐 국내 골프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날 이후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알게 된 노예림은 “너무 신기했다”며 “시합 때는 경기에 집중하느라 잘 알지 못했지만, 아빠가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올랐다고 알려주셔서 뒤늦게 나에게 보내준 관심을 알게 됐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노예림의 등장은 신선했다. 175cm의 훤칠한 키와 활짝 웃는 모습으로 시종일관 경기하는 모습이 팬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어린 나이에도 시원한 장타와 거침없는 공격골프를 펼쳐 ‘될성부른 떡잎’이라는 평가를 듣기에 충분했다.

노예림은 “지난 1월 프로로 전향한 뒤 약간의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며 “시드가 없어 대회에 참가하지도 못했고 연습을 많이 해도 좋아지는 것 같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냈었는데 손베리 클래식에서 자신감을 완전히 찾은 게 가장 큰 소득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노예림이 골프와 인연을 맺은 건 7살 때다. 골프를 배우는 아빠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갔다가 그도 골프를 배웠다. 하지만, 뙤약볕에서 몇 시간씩 연습하는 걸 싫어했다. 그는 “연습하는 건 정말 싫어했다”며 “다행히 지금은 연습하는 것도 즐겁다”고 웃었다.

골프가 좋아지게 된 건 대회에 나가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덕분이다. 노예림은 “연습은 혼자 해야 했지만, 대회에 나가면 많은 친구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며 “조금씩 성적도 나기 시작하면서 더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골프에 소질이 있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승부 기질은 대단했다. 그는 “잘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7살 때 처음 시합에 나갔다가 꼴찌를 하고 집에 돌아와 엄청 울었다고 한다”며 “아빠 말씀으로는 못 쳐서 울었던 게 아니라 우승 상품으로 인형을 줬는데 그걸 못 받아서 엉엉 울었다고 했다”고 옛 기억을 떠올렸다. 1년 뒤 노예림은 같은 대회에 나가 우승했다. 어려서부터 남다른 승부근성을 보였던 일화다.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기 시작하면서 노예림도 골프에 더욱 푹 빠져들었다. 작년에는 프로로 전향하기 전 아마추어 무대를 휩쓸며 전미 주니어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노예림이 에비앙 챔피언십의 코스 안에 걸려 있는 주먹을 쥐고 있는 자신의 사진 앞에서 손으로 감싸는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박성현의 쿨한 매력 배우고 싶다.”

지난 7월 4일부터 미국 위스콘신주 오나이다의 손베리 크리크 골프클럽에서 열린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 2라운드. 노예림은 중간합계 16언더파 128타를 쳐 단독 2위에 올랐다. 선두 박성현과는 불과 1타 차여서 10대의 그린 반란을 예고했다.

지난 1월 프로로 전향한 노예림은 올해 투어 시드를 따지 못해 초청 선수 또는 월요 예선을 거쳐야만 대회에 나올 수 있었다. 노예림은 이 대회에 월요 예선을 통과해 출전했고, 2라운드까지 우승 경쟁을 펼쳐 더욱 크게 주목받았다.

아쉽게 우승은 놓쳤다. 그러나 사흘 동안 박성현과 함께 경기한 노예림에게는 본격적인 프로 무대 데뷔를 앞두고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 됐다.

노예림은 “박성현 선수를 매우 좋아했었는데 같이 경기하면서 그의 매력에 푹 빠졌고 팬이 됐다”며 “사실 그전에는 단지 경기하는 모습이 좋았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표정의 변화 없이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과 경기 내내 흔들리지 않는 모습 등을 보면서 진짜 매력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닥공 골프’(닥치고 공격골프)로 유명한 박성현의 경기 방식은 평소 노예림이 생각해온 골프와 비슷하다. 노예림은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골프를 좋아한다.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 4라운드에서 나온 한 장면은 노예림이 어떤 선수인지를 잘 보여준다.

마지막 날 9번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는 실수를 했다. 우승 경쟁을 펼치던 그에겐 뼈아픈 실수였다. 3타째를 치고 그린까지 남은 거리는 265야드였다. 노예림은 3번 우드를 꺼내 4온을 노렸다. 그린 왼쪽엔 페널티 구역이 있었고, 공을 그린에 올리기 위해선 완벽한 샷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순간 노예림이 생각했던 대로 샷이 나왔다. 4온에 성공했고, 약 6m 거리의 파 퍼트를 넣어 타수를 잃지 않았다. 노예림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생각한 대로 샷을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때 그동안 연습했던 보상을 받는 것 같아 더 큰 보람과 쾌감을 느낀다”며 “이런 모습이 골프선수로서 나의 장점인 것 같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막 프로로 첫 을 내디딘 노예림은 확실한 미래도 설계했다. 그는 프로골퍼로 몇 승을 거두고 어떤 성적을 내겠다는 목표보다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자신만의 확고한 목표를 밝혔다. 그는 “사람들은 타이거 우즈가 나오지 않으면 ‘경기가 재미없다’고 말하는데 그건 우즈가 그만큼 팬들에게 어필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며 “내가 타이거 우즈와 같은 선수가 될 수는 없지만, 그 정도로 팬들이 좋아하고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타이거 우즈보다 BTS가 더 보고 싶어요.”

노예림은 2001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줄곧 미국에서 살았지만, 한국말로 대화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능숙하다. 그 비결은 한국 드라마와 예능 덕분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집안에서는 계속 한국말을 써와 대화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면서 “하지만 한글을 쓰고 읽을 줄은 몰랐는데 한국 드라마와 예능 덕분에 한국어 실력이 좋아졌다”고 숨은 비결을 밝혔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노예림은 여느 10대들처럼 케이팝(K-POP)을 좋아하고, 한국 드라마와 예능에 푹 빠져 있다. 그는 “한국 드라마와 예능을 빼놓지 않고 본다”며 “‘무한도전’이나 ‘아는 형님’, ‘런닝맨’은 정말 재미있다”고 엄지를 세웠다. 그중에서도 노예림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건 케이팝이다. 특히 그도 BTS 매력에 푹 빠져 있다.

노예림은 “어려서부터 타이거 우즈를 정말 좋아했고 지금도 우즈의 경기나 스윙 장면을 영상으로 찾아보는 걸 좋아한다”면서 “하지만 우즈를 만나는 것보다 BTS를 공연을 보는 게 더 좋다”고 케이팝 사랑을 숨기지 않았다. 케이팝을 좋아하는 노예림은 연습 때는 늘 BTS의 노래나 한국 가수들의 발라드를 듣는다.

언제부턴가는 한국에 오는 날을 늘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올해도 빠르면 8월 한국에 올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는 “한국에 가는 게 너무 좋다”며 “맛있는 음식도 많아서 좋지만, 그냥 한국의 모든 것이 좋다”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 참가하는 노예림이 연습 중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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