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찬우' 캐스터와 미리 보는 레슬매니아 라이브(인터뷰)

  • 등록 2018-04-06 오전 7:00:00

    수정 2018-04-06 오전 8:37:07

국내 첫 레슬매니아 생중계를 책임질 IB스포츠 정찬우 캐스터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전 세계 프로레슬링 팬들이 고대하는 WWE의 빅이벤트‘레슬매니아(Wrestlemania)’가 불과 3일 앞으로 다가왔다. 1985년 레슬매니아 1회 대회가 열린 이래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올해까지 이어왔다.

2018년 ‘레슬매니아 34’는 오는 9일(한국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메르세데스-벤츠 슈퍼돔에서 성대하게 펼쳐진다. 미국 현지에선 세계적인 스타인 전 UFC 여성 챔피언 론다 로우지의 프로레슬링 데뷔전으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올해 레슬매니아34는 스포츠 전문 채널 IB스포츠를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될 예정이다. 그동안 레슬매니아가 녹화로 중계된 적은 있었지만 생중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팬들의 기대가 하늘을 찌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레슬매니아 생중계를 책임질 주인공은 스포츠 팬들에게 익숙한 정찬우 캐스터다. 정찬우 캐스터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꽃미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각종 스포츠 현장을 누빈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지구상에서 사람이 움직이는 것은 모두 중계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온갖 스포츠 경기를 경험한 그도 첫 레슬매니아 생중계는 긴장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바쁜 시간을 쪼개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해 거사를 준비하고 있다.

현장감을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준비 중인 정찬우 캐스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가올 레슬매니아34의 분위기를 미리 느껴본다. 다음은 일문일답.

-스포츠 팬들, 특히 WWE 팬들은 정찬우 캐스터를 모르는 이가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본인 소개를 직접 부탁한다.

▲예전 엑스포츠 시절에 스포츠 캐스터를 시작해서 메이저리그, 한국프로야구, 일본프로야구, 프로농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중계해왔다. WWE는 2006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WWE와 함께 한지 벌써 13년째 되고 있다.

-‘지구상 스포츠 가운데 정찬우 캐스터가 중계하지 못하는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사실인가.

▲(웃음) 종목을 워낙 다양하게 했다. 한 번은 골프 중계를 마치고 격투기 중계를 한 뒤 리듬체조 갈라쇼까지 하루에 중계한 적이 있다. 종목이 달라질 때마다 목소리와 말투를 바꿔가면서 중계하기 어렵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한두 종목에 집중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다양한 종목을 소화하게 됐다. 중계해본 종목을 숫자로 헤아리면 수십 개는 되는 것 같다.(웃음)

-혹시 이것까지 중계해봤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종목이 있나.

▲재래시장에서 열린 소규모의 격투기 대회부터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김연아, 손연재 갈라쇼도 해봤다. 알려진 구기종목은 물론 심지어 영국에서 유명한 스누커나 댄스스포츠까지 해봤다. 사람이 움직이는 것은 다 중계해본 것 같다.

-IB스포츠 캐스터가 ‘극한직업’이라는 평가도 있다. 일주일 스케줄이 어떻게 되나.

▲일주일에 6개 정도 중계를 해야 하는데 6개 종목이 다 다르다. 고교야구, 축구, 레슬링 등 중계마다 스타일을 바꿔야 하니 쉽지만은 않다.

- 이제부터 WWE 얘기를 해보자. 게시판 등을 보니 팬들이 정찬우 캐스터에게 ‘빛찬우’ 또는 ‘갓(God)찬우’라고 별명을 붙여줬더라.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나.

▲솔직히 저는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뭐라고 불러주시건 감사하게 생각한다. 국내에서 WWE를 중계하는 캐스터가 많지 않다 보니 시청자들이 그나마 저를 익숙하게 느껴서 과분하게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것 같다.

- IB스포츠가 국내서 최초로 WWE 프로그램을 생중계하고 있다. 처음에는 여러 우려가 많았는데 다행히 안정적으로 방송되고 있다. 혹시 생중계의 애로사항은 없나.

▲WWE 방송은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국내 팬들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선 자막이 들어가야 한다. 처음에는 자막 없이 생방송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WWE가 한 편의 드라마라고 생각할 때 드라마를 생방송으로 본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WWE 생방송에서 펼쳐지는 현장의 즉흥적 상황을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이해시킬지 걱정이었다. 다행히 제작진의 노력 덕분에 현재까지는 큰 무리가 없는 것 같다.

-IB스포츠가 WWE 생방송을 시작한지 3달이 지났다. 점수를 매긴다면.

▲70점 정도는 줄 수 있는 것 같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잘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시청자들에게 더 풍부한 정보를 주면 좋겠지만 아직은 현지 분위기를 잘 전달하는데 더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오는 9일 국내 최초로 레슬매니아 생방송이 펼쳐진다. 어떻게 준비를 하고 있나.

▲레슬매니아는 경기가 쉴새 없이 이어진다. 모든 경기는 사전 배경이 있다. 스토리가 10여 년 전 이상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선수들은 현지에서 퍼포먼스를 펼치지만 선수와 경기에 대한 배경 스토리는 중계진이 준비해야 한다. 각 경기가 완성되기까지의 스토리를 열심히 찾아 준비하고 있다.

-2015년에 레슬매니아 현장을 방문했다. 선수들과 인터뷰 하고 현장을 취재하면서 분위기를 직접 몸으로 느꼈다고 들었다. 어떤 경험이었나.

▲현장에서 본 경험이 지금까지 레슬링을 즐기면서 중계하게 된 토대가 됐다. 순수하게 즐기는 팬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레슬러의 모습으로 분장한 팬들이 주차장 등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며 좋아하는 선수들을 기다리고 응원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백스테이지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색다른 모습도 신선했다. 미즈(현 인터콘티넨탈 챔피언)가 대표적인 예다. 미즈는 링 위에선 거만한 캐릭터지만 카메라 뒤에선 달랐다. 장애우에게 먼저 찾아가 사인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어주더라. 진정 팬들을 위할 줄 아는 스타라는 것을 느꼈다. WWE는 거대한 산업이다. 그 산업의 밑바탕은 팬들의 성원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현장에서 알 수 있었다.

-벌써 레슬매니아가 34년째다. 이번 레슬매니아는 어떤 점을 주목해서 보면 좋을까.

▲WWE를 대표하는 스타였던 존 시나가 간판스타 자리를 물려주려는 징후가 뚜렷하다. 언더테이커와의 경기가 어렵게 만들어지는 상황이다. 시나가 어떤 모습으로 레슬매니아에 등장할지 지켜보면 재밌을 것이다. 또한 브록 레스너는 여전히 WWE의 최고 스타다. 그 자리를 로만 레인즈가 물려받으려 한다. 왕관을 물려줄 대관식이 이뤄질지 궁금하다. 전 UFC 여성 챔피언 론다 로우지는 이번 레슬매니아를 통해 WWE 선수로 데뷔한다. WWE를 대표할 최고의 여성 스타가 탄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시 개인적으로 응원하거나 좋아하는 선수가 있나.

▲브록 레스너가 MMA에서 활약할 때부터 중계했다. UFC 챔피언에 오르는 경기를 직접 방송했다. 당시 레스너가 게실염이라는 병을 이겨내고 UFC에 복귀한 뒤 “죽을 만큼 고통스런 경험을 했다”며 “거만한 모습을 보였던 것을 반성한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WWE에 돌아온 지금도 선수로서 애정을 가지고 있다.

-항상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더 시끄러워졌으면 좋겠다. WWE 콘텐츠와 관련된 여러 논란에 대해 더 많은 얘기가 나오길 바란다. 좋던 싫던 팬들이 반응하는 스포츠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WWE는 ‘스포츠 반, 드라마 반’이다.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컨텐츠다. 명품 드라마, 명품 서커스를 편안하게 즐긴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지난 로에서 매트 하디의 ‘얼티밋 딜리션’ 중계 당시 멘붕에 빠진 정찬우 캐스터의 표정이 ‘짤’(짧은 동영상 파일)로 도는 등 화제가 됐다. 어찌 된 일인가.

▲이전에 해본 적이 없는, 워낙 독특한 방식의 경기였다. 중계를 하다 보니 어떤 방식으로 소개해야 할지 살짝 당황했다. 마지막에 나온 표정은 리얼이었다. 웃음을 참느라 허벅지를 찌르면서 중계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뒤 마무리 멘트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중에 게시판 등에서 짤이 돌더라.(웃음)

-마지막으로 레슬매니아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안방에서 편안하게 즐겨달라.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간에 화제 거리가 많이 나와 주위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저도 재밌는 레슬매니아가 되도록 혼신을 다해 중계하겠다.

2015년 레슬매니아 현장에서 함께 한 정찬우 캐스터.
WWE 슈퍼스타 빅E(왼쪽)
WWE 슈퍼스타 쉐이머스(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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