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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치열할까
겨울은 여름과 함께 방학과 맞물려 관객이 많이 몰리는 극장가 성수기다. 1년 중 가장 관객이 많이 몰리는 시기는 7~8월이고, 그 다음이 12월에서 1월로 넘어가는 1월과 12월이다. 실제 최근 3년간(2014~2016) 관객의 평균 비율은 7~8월 전체의 24%, 1과 12월 19%였다. 한 해 전체 관객을 2억명으로 보면 1월과 12월에만 3800만명의 관객이 극장에 몰린다. 천만영화를 기대할 수 있는 시장으로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이 이 시기에 대작을 내놓는 배경이다.
올해 겨울이 더 치열한 건 12월 한 달에 체급 큰 세 작품이 몰려서다. 당초 올 겨울은 롯데시네마의 ‘신과 함께’와 여름 대전을 넘긴 NEW의 작품으로 판이 짜이는 듯했는데 막판에 CJ엔터테인먼트의 ‘1987’이 합류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6월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이한 해에 개봉을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지만, ‘1987’의 개봉과 관련해서 ‘군함도’ ‘남한산성’ 등 야심차게 민 작품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작 세 편이 비슷한 시기에 상영을 하면서 개봉 시기를 둘러싼 눈치 작전도 치열했다. ‘신과 함께’가 12월20일로 개봉일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이어 ‘강철비’가 같은 날인 12월20일로 결정했다가 정면대결에 부담을 느낀 듯 12월14일로 1주일 앞당겼다. ‘신과 함께’와 출연진이 겹쳐 개봉일 잡기가 여의치 않았던 ‘1987’은 14일도 고려를 했다가 고심 끝에 문화의 날인 12월27일로 확정했다.
◇왜 블록버스터인가
대작이 늘고 제작비가 늘어나는 이뉴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대작에 관객의 관심이 높고, 흥행할 시 큰 수익이 얻어서다. 상업영화 흥행 1위인 ‘명량’과 다양성 영화 흥행 1위로 이례적인 흥행을 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비교하면 알 수 있다. ‘명량’은 총제작비 190억, 누적매출액 1357억원이고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총제작비 3억, 누적매출액 373억원이다. 이들 영화의 순이익(투자사 및 제작사)은 ‘명량’ 344억,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143억원이다. 흥행 수익률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높지만 금액 자체는 ‘명량’이 200억원이 더 많다. 리스크 부담이 크지만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 대작이 늘어나는 것이다.
◇현실 탈출구 vs 현실을 비추는 거울
영화는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탈출구가 되는 동시에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영화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간접체험을 제공하면서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역할도 한다. ‘신과 함께’와 ‘1987’이 그렇다. ‘신과 함께’는 인간이 죽음 후 저승에서 각기 다른 지옥을 경험한다는 한국적 사후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이다. 살인·나태·거짓·불의 등 7개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무사히 통과한 망자만이 환생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설정으로, 화재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소방관의 여정을 따라가는 이야기다. 상상 속의 공간을 스크린에 어떻게 구현할지가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중견 감독들의 자존심
‘강철비’(정우성·곽도원·이하 주연진), ‘신과 함께’(하정우·차태현·주지훈·김향기·이정재) ‘1987’(김윤석·하정우·유해진·김태리·박희순)의 캐스팅 만큼 감독의 이력도 화려하다. 김용화 감독, 장준환 감독, 양우석 감독은 한국 영화계에 입지를 다진 중견 감독들이다. 김용화 감독은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미스터 고’ 등의 작품을 통해 시각적인 영역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했다. 이를 눈여겨 본 할리우드의 러브콜은 받은 김용화 감독은 마블 히어로의 창시자 스탠 리와 손잡고 히어로물인 ‘프로디걸’로 할리우드 진출을 앞뒀다.
‘강철비’는 양우석이 감독이 천만 관객을 동원한 ‘변호인’ 이후 두 번째로 내놓는 작품이다. 웹툰 ‘봉이 김선달’ ‘스틸레인’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브이’ 등의 웹툰을 통해 새로운 시각과 소재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아온 스토리텔러다. ‘강철비’는 그의 웹툰 ‘스틸레인’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한반도와 세계 정세를 포함한 시선으로 남북 문제에 접근한다. 장준환 감독은 외계인이라 믿는 자들에 맞서서 나 홀로 지구를 지키고자 한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지구를 지켜라’ 괴물로 길러진 한 소년의 복수를 그린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를 통해 통념을 깬 이야기로 영화적 상상력과 재미를 선보였던 감독이다. 역사의 흐름을 바꾼, 한국사의 드라마틱한 순간을 어떻게 그려낼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