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투어 선수들에게 시드전은 절대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곳이다. 메이저대회보다 중압감이 더 높고, 정규 시즌이 모두 끝난 11월 중순에 열리기 때문에 춥고 혹독하다. 프로골퍼로서의 자존심도 땅에 떨어진다. 금전적인 피해도 만만치 않다. 남은 대회는 3개. 중하위권 선수들의 피 말리는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됐다.
KLPGA 투어 출전권 가치는 최소 2억
시드를 획득하면 ‘돈방석’까지는 아니지만 일단 억대 연봉은 보장받을 수 있다. 모자에 부착하는 메인스폰서 로고 값은 최소 5000만원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클럽, 의류, 볼, 신발 등 각종 서브스폰서 계약금을 모두 합하면 1억원은 훌쩍 넘는다. 간소했던 의류에 상표가 덕지덕지 붙게 있지만 자신의 가치를 증명받은 ‘훈장’이나 다름없다.
상품성이 있는 선수는 2억원도 가능하다. KLPGA 투어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는 박결(19·NH투자증권), 지한솔(20·호반건설)은 메인스폰서 계약금만 2억원을 챙겼다.
시드를 잃으면 생계를 위협받을 위기에 몰린다. 자존심은 뒷전이 된다. 2부투어 규모도 작지는 않지만 상금랭킹 1위 수입이 1억원을 넘지 않는다. 3부투어까지 밀리면 1000만원 획득도 어렵다. 게다가 후원 계약도 이뤄지지 않아 1년에 최소 5000만원의 대회 경비조차 충당하지 못한다.
‘위너스클럽’ 멤버들도 위기
KLPGA 투어는 상금랭킹 1위부터 60위 선수들에게 출전권을 준다. 61위부터 80위까지 20명은 오는 11월 17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시드전 본선에 나가야 한다. 2부 투어 상금 상위자와 예선전 통과자들을 포함, 모두 144명 정도의 선수들이 ‘운명의 승부’를 벌인다. 81위부터는 예선전으로 밀린다. 올해는 별도 선발전을 통과한 외국 선수도 참가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현재 커트라인 60위 밖에는 유명 선수의 이름이 많다. 63위 김다나(26), 69위 윤슬아(29), 73위 양제윤(23), 74위 임지나(28), 80위 이예정(22) 등이다. 이들 모두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
윤슬아는 걱정이 없다. 지난해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정상에 올라 내년까지 상금랭킹에 관계없이 출전권을 보장받았다. 나머지가 문제다. 2013년 금호타이어 여자오픈 우승자 김다나는 올해로 2년 시드가 만료된다. 마지막 우승이 6년 전인 임지나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시드전에 불려 갈 위기에 놓였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양제윤이다. 2012년 2승을 거두며 대상까지 받았지만 파괴력은 해가 거듭될수록 약해지고 있다. 시드 안정권에 들기 위해서는 8000만원 정도의 상금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양제윤이 벌어들인 금액은 약 5400만원. 남은 3개 대회에서 우승을 하거나 매 대회 톱10에 들지 못하면 시드를 반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