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안방극장’에도 멀티캐스팅 바람이 분다. ‘이 배우들이 한 작품에 나온다고?’라는 놀라움을 안기는 드라마가 늘고있다. 안방극장에 부는 새 바람의 발원지는 바로 스크린. TV에 불어닥친 ‘스크린발(發) 멀티캐스팅’의 명과 암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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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문화계를 뜨겁게 달군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 그룹 제국의아이들의 임시완과 배우 이성민을 ‘투톱’으로 캐스팅한 줄 알았던 이 드라마는 ‘복병의 천지’였다. 김대명, 변요한, 강하늘, 강소라, 신은정, 이경영까지. 어느 캐릭터 하나 버릴 게 없는 존재감을 만든 건 멀티캐스팅의 성공이었다.
방송을 앞두고 있는 MBC 새 월화극 ‘화정’도 마찬가지다. 최근 공개된 ‘화정’ 대본 리딩 사진엔 마치 시상식을 방불케하는 현장이 담겼다. ‘화정’엔 차승원, 이연희, 이성민, 김재원, 정우인, 신은정, 한주완, 정웅인, 서강준 등이 출연한다.
‘역대급 라인업’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작품은 또 있다. KBS2 금토 미니시리즈로 편성 예정인 ‘프로듀사’(가제)다. 예능국의 서수민 책임프로듀서(CP)와 ‘별에서 온 그대’를 쓴 박지은 작가가 손잡았다. 김수현, 공효진, 차태현, 아이유 등 지금까지 알려진 출연진만 해도 ‘드림팀’이다. ‘프로듀사’에 남 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방송관계자들 사이에선 ‘스타로 시작해 스타로 끝나는 캐스팅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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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이라 불리는 드라마 캐스팅 라인업이 ‘갱신’되고 있다. 캐스팅 작업이라 하면 흔히 남자 1,2번과 여자 1,2번이라 불리는 역할에 80%의 무게가 쏠렸던 게 사실. 불과 1,2년전의 분위기였다.
A 드라마 외주제작사 프로듀서는 이데일리 스타in에 “최근 1년 사이 캐스팅 구도가 확연히 달라졌는데 주인공 캐스팅에 실렸던 무게가 고르게 분산되고 있다”며 “역할 마다 비중이 다른 건 당연하지만 단순히 양적으로 캐릭터의 중요도를 따지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스틸러’로 주목 받을 수 있고 ‘악역’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드라마 시장에서도 형성됐기 때문에 작가나 PD 입장에서도 다양한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게 된다”며 “남녀주인공에 초점이 맞춰진 구조가 아니다보니 전체적으로 스타급 라인업을 완성하는 일이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정웅인은 악역으로 존재감을 떨쳤다. ‘별에서 온 그대’의 신성록은 살벌한 악역 변신으로 연기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유인영은 ‘별에서 온 그대’와 ‘기황후’에서 보여준 남다른 존재감에 드라마 중후반에 재등장했다. ‘왔다! 장보리’의 이유리는 악녀 연민정을 연기하며 지난해 연기대상을 품에 안았다. 신예 신재하는 ‘피노키오’에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28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케이블채널 OCN ‘실종느와르 M’의 1,2회엔 강하늘이 특별출연한다. ‘미생’ 이후 영화 3편을 연속으로 내놓는 바쁜 와중에도 “작품이 좋아 비중과 상관없이 임해보고 싶었다”는 게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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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어떤 작품이냐에 따라’라는 대목이다.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평일 미니시리즈 기준으로 2~3개월 단위로 새 작품을 내놓는 곳이다. MBC, SBS, KBS 등 지상파 3사의 평일 미니시리즈만 따져도 1년에 최소 18개 드라마가 전파를 탄다. 이 가운데 신스틸러도 살고, 악역도 살고, 주인공도 사는 멀티캐스팅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경우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작가가 누군지, PD가 누군지에 따라 ‘배우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B 드라마 외주제작사 기획 프로듀서는 “만약 A 방송사에서 김수현, 박지은, 김은숙, 홍자매 등 스타 작가들의 작품이 편성돼 멀티캐스팅을 완성했다고 가정한다면, 그 작품을 기점으로 약 6개월동안은 타 작품이 그 배우와 출연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며 “입봉하는 PD나 신진 작가들이 설 곳이 줄어드는 부작용을 낳지는 않을지 걱정도 된다”고 전했다.
배우만 쏠리고, 완성도는 쏠리지 않을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온다. 드라마 현장에선 여전히 쪽대본이 나오고, 생방송 촬영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캐스팅은 영화만큼 ‘A급’이 됐지만 영화 시장만큼 자본을 확보할 순 없는 구조다. 간접광고(PPL)가 작품을 망치거나,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반복되는 상황을 예상하는 것도 그래서다.
한 지상파 드라마국 관계자는 “흔히 완성도 높은 웰메이드 드라마를 보고 ‘영화 같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드라마 시장이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며 “겉으로만 화려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실을 기하는 부분에 있어서 합심해야 할 때”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