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의 불만 "우리는 왜 문신 내놓고 방송 나오면 안되나요?"

지난 6월 MBC ‘쇼! 음악중심’ 출연 당시 오른쪽 팔뚝 문신을 테이핑으로 가린 이효리(사진=화면캡처)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농구 같은 스포츠 중계에서는 문신한 선수들이 흔하게 나오는데, 가수는 왜 안되나요?”

가수 이효리는 지난 여름 ‘미쳐’로 활동할 당시 일부 가요 프로그램에서 민소매 의상에 오른쪽 팔뚝에 테이핑을 하고 무대에 올랐다. 문신을 가리기 위해서다. 이효리뿐만이 아니다. 문신을 가리기 위해 스카프를 팔에 묶는 등의 패션 센스(?)를 발휘하고 가요 프로그램 무대에 오르는 가수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몇몇 가수들은 긴팔 의상을 입었지만 퍼포먼스를 할 때 언뜻 문신이 드러나기도 한다.

문신은 젊은이 사이에서 패션 아이템의 하나로 인식된다. 그렇게 새긴 문신을 일부러 숨기려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방송에 출연하는 가수들에게 문신은 ‘은밀한 아이템’이 돼야 한다. 방송 출연에 앞서 제작진으로부터 문신을 가릴 것을 요구받는가 하면 문신으로 인해 공들여 촬영한 뮤직비디오가 방송사 심의에서 15세, 심하게는 19세 이상 시청등급을 받기도 한다.

방송사에서 가요프로그램 출연 가수들의 문신 노출을 꺼리는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심의에서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에서 문신으로 인해 제재를 받은 사례는 없다. 지난 2011년 11월 케이블채널 Mnet ‘비틀즈코드’가 출연자였던 전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 이주노의 문신 때문에 권고를 받은 정도가 최근 사례다.

문신이 방송에 노출되면 안된다는 방송심의규정 조항이 있을까? 방통심의위 측은 “문신을 특정한 조항은 없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문신과 관련해서는 다만 어린이 청소년 보호 조항과 건전한 생활미풍 조항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어린이 청소년 시청보호 시간대에는 이들의 정서발달 과정을 고려해야한다’, ‘음란 퇴폐 음주 흡연 마약 등의 장면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등의 조항이 이에 해당한다. 이 관계자는 “방통심의위에서 일부러 방송에 문신이 나오는지를 확인하는 일은 없다”며 “시청할 때 불편하거나 심하게는 혐오감을 느꼈다는 등의 민원이 제기됐을 때나 이 같은 조항들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스포츠 중계에서는 문신에 대해 일종의 특례가 적용된다. 방송사의 의지로 선수들의 문신 노출을 통제하는 것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스포츠에서 방송사의 역할은 경기장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경기 장면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방송사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가요프로그램 등은 출연자에 대해 제작진이 사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어 규제 대상이 된다. 방통심의위 심의를 고려해 방송사에서 실제 적용될 만한 사례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잠깐. 최근 솔로로 컴백한 빅뱅의 태양은 손등에 문신처럼 보이는 문양이 새겨진 상태로 방송 무대에 올랐다. 이에 대한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측 설명은 간단했다. “판박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