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국내 최고의 프로듀서 중 하나로 꼽힌다.(사진=권욱 기자 doorim@edail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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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드라마 ‘아이리스’ 등으로 국내 최고의 프로듀서로 꼽히는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오는 7월 케이블채널 tvN을 통해 케이블 드라마 사상 최대 제작비를 투입하는 드라마를 방송한다. 64억 원을 투입하는 20부작 드라마 `제3병원`이 그것. 곧이어 올해말에는 ‘아이리스 2’도 선보인다.
정 대표를 만나 그의 일과 꿈, 그리고 소문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촬영을 시작한 `제3병원`에 이어 `아이리스2`를 준비한다는 소식에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아이리스`는 애착이 크다. 미국 드라마 `24`를 보고 한국형 `24`를 만들고 싶었다. 영화 같은 드라마, 요원들의 이야기, 멋지지 않을까. `아이리스2`를 올해 말 시작하기 위해 시놉시스를 이미 만들었다. 몇몇 배우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보다 먼저 `제3병원`에 집중하고 있다. 20부작, 64억 제작비다. 케이블 드라마 사상 최고 제작비다. 지상파 드라마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만들겠다. 김승우, 오지호, 김민정 등으로 배우를 포진시켰다. 지금 촬영이 한창인데, 7월23일 첫회가 나간다.
-한국의 대표적인 `프로듀서`로 꼽히는데, `프로듀서`에 대한 철학이 있나.
▲프로듀서의 역할은 제작의 모든 것을 `총괄`한다고 본다. 기획, 캐스팅, 투자유치, 배급, 그리고 정산까지. 모든 걸 아우르고, 책임지는 사람이어야 한다. 90년대 초반부터 공연제작, 영화수입, 영화제작, 드라마제작, 그리고 매니지먼트까지 해보지 않은 게 없다. 최근에 드라마 제작에 나서고, 감독으로 변신한 것도 도전 정신 덕분이다. 한순간 정점을 찍으면 다른 데 눈을 돌리게 된다. 끊임없이 그렇게 살아왔다.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을 성사시키고 나니 영화수입에 눈을 돌렸고, `반지의 제왕`으로 최고의 흥행 수익을 얻고 보니, 드라마 제작에 나서게 된 식이다. 이제 드라마에 집중하고 있다. 그게 프로듀서의 매력이다.
-20대 초반부터 사업을 시작했는데, 남다른 비결이 있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다. 미국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게 86년이었는데, 그곳에서 공연 프로모터를 했었다. 당시 윤형주, 김세환, 조영남, 양희은 같은 한국 통기타 가수들을 LA 오디토리움에 초청해 공연도 했다. 굉장한 성공이었다. 그때가 이십 대 초반이었다. 이후 귀국해 1995년에 태원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최근 대중문화는 대기업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데, 20년 가까이 대중문화와 함께한 사람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개성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 방송이든, 영화든, 음반제작이든 대기업의 투자 배급 마인드가 강해지면 `크리에이티브`에 방해를 받는다. 독창성을 담보하기 어렵지 않겠나. CJE&M 등 대기업이 제작사와 공생하는 관계를 바란다. 갑과 을이 아닌, 협력 관계가 좋지 않을까 싶다. 가능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역시 크리에이티브가 강하면 살아남지 않을까 싶다.
-지난해 추석 `가문의 수난`을 선보이면서 감독으로 혹평을 받았는데, 감독으로서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나.
▲점수를 준다면 프로듀서로 90점 정도, 감독으로는 과락을 면할 수준이라고 본다. 다만, 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싶지 않다. `가문의 수난`은 약 2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손익분기점이 130만 명이었으니 2배 가까운 수준이었다. 혹평? 제대로 받았다. 이 영화는 예술영화가 아니다. 다만 안 웃긴다는 평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많은 관객이 만족했다고 생각한다. SNS 시대 아닌가. 어떤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는지, 관객이 정확하게 안다. `가문의 수난`이 유치한 영화라는 걸 모르고 오겠는가. 그런 걸 잠시 즐기고 싶었던 관객이 240만이었다. 이런 영화를 굳이 평단에서 작품성이 어떻다, 소재가 유치하다 이렇게 평할 필요가 있나.
-한때 회사를 상장했다가 회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손해를 많이 봤는데, 어떻게 견뎌낼 수 있었나.
▲지난 2007년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우회상장을 했다. 지금 말하지만 원치 않은 과정이었다. 당시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영화 `가문의 영광` 시리즈와 `반지의제왕` 시리즈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손해를 많이 봤다. 모두 100억 원이 넘는 돈을 날린 것 같다. `태원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의 소유권을 놓고 재판도 벌였다. 그 생각만 하면 `욱`하는 심정이다. 몸보다 정신이 힘들었다. 다행히 용기를 잃지 않고, 오기를 꺾지 않은 게 시련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됐다.
-`프로듀서`로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성격으로 불리는데, 세간의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신인 감독하고 유독 작업을 많이 했다. 내 성향이 세다고 알려진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해보면 막상 틀린 데… 아쉽다. 이름이 회자하다 보니, 오해와 편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가장 상처받고 속이 상하는 부분이다. 받아들이려고 한다. 성격이 아주 민감하다. 딱 꽂히는 스타일이다. 장점을 따진다면 굉장히 집중할 수 있다는 것, 단점은 다른 사람보다 나 스스로 피곤한 것이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내 성격인데. 하하.
-솔로의 삶, 외로울 것 같다. 최근 한 여배우와 열애설도 나왔는데.
▲노코멘트. 그 부분은 말 안하겠다.
정태원 대표는…
정태원 대표는 1964년생으로 국내 최고의 프로듀서이자 제작자로 꼽힌다. 1996년 마이클잭슨의 한국 첫 공연을 열었다. 또 영화수입, 영화제작, 음반제작, 매니지먼트 등 대중문화의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벌였다.
정태원 대표는 1995년 영화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 `황금나침반`등 화제작을 수입했고, 코미디 영화 `가문의 영광` 시리즈, `포화 속으로` 등의 흥행에 성공해 큰돈도 만졌다. 이제껏 700편이 넘는 영화를 수입했고, 30편 가까운 영화를 제작했다.
정 대표는 2009년에는 드라마 `아이리스`를 제작했다. `아이리스`는 영화 못지않은 촬영으로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정 대표는 `아이리스`의 스핀오프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에 이어 올해 말 `아이리스2`를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에는 `가문의 영광` 시리즈인 영화 `가문의 수난`으로 감독으로 나서기도 했다.
(사진=권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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