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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양승준 기자] "지난 25년을 되돌아보면 꿈 꾼 것 같아요. 기억이 날 듯 잘 안나고 어렵게 되돌아보면 꿈같이 아득하고. 꿈 꾸듯 살다가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네요."
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은 가수 이승철의 소감은 의외로 소박했다. '희야'·'안녕이라고 말하지마'·'마지막 콘서트'·'소녀시대'·'오늘도 난'·'끝인가요'·'긴 하루'·'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등 주옥같은 히트곡으로 가요사의 한 획을 그은 이승철. 지난 1985년 그룹 부활 멤버로 데뷔한 그는 "44세까지 내가 가수 활동을 할 줄은 옛날에는 상상도 못했다"며 "패티 김, 조용필, 인순이 선배님과 같이 계속 활동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흐뭇하고 꿈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며 음악적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고 감사했다.
◇ 이승철이 직접 밝힌 가수 생활의 고비
하지만 이승철이 가수로 걸어온 지난 25년은 굴곡도 많았다. 대마초 사건과 이혼 그리고 '소리쳐' 표절 논란까지 이승철은 가수 활동 중 여러번 홍역을 치렀다.
"가수로서 은퇴를 생각했던 일은 대마초 사건도 아니고 이혼 했을 때도 아니에요. 바로 '소리쳐' 표절 논란이 터졌을 때 였죠. 그 동안 팬들을 포함해 많은 분들에게 좋은 노래 들려주려고 노력했고 나름 잘 한 일도 많은데 모든 일이 덮어졌을 때 '내가 누구를 위해 노래를 해야하나' 이런 회의가 들었어요. 은퇴하고 싶었죠. 또 포기하고 싶었고요. 음악으로 인정 못받고 돌팔매질 당할 때가 제일 힘들더라고요."
"콘서트 할 때나 무대에 섰을 때 매번 '가수하길 잘 했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우리 집안에 노래잘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이런 돌연변이를 낳아주신 어머니께 감사드리고 싶네요. 만약 옛날에 '너 죽고 나 죽자'식으로 가수하는 것을 말리셨더라면 어땠을까 싶어요." (웃음)
이승철은 25주년을 맞아 두 가지 음악적 만찬을 준비했다. '너에게 물들어 간다'라는 25주년 기념 음반 발매와 '오케스트라록' 공연이 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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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시대·박진영, '이승철의 음악을 물들이다'
이승철이 가수로서 맞는 25번째 생일은 후배들이 챙겼다. 소녀시대·김태우·박진영·아이비·김범수 등 후배 가수들은 이승철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해 선배에게 헌정했다. S.E.S 출신 유진도 노개런티로 이승철의 '너에게 물들어 간다'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
"솔직히 이번 기념 음반은 3주만에 만든 것 같아요. 콘서트 끝나고 3월 말부터 시작해서 한달이 채 안 걸렸죠. 그 짧은 기간 안에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후배 및 동료 뮤지션들이 열심히 동참해 줘 가능했던 일이었다고 봐요. 정말 적극적으로 음반 작업에 참여했죠. 리메이크 곡도 다 본인들이 골랐고, 박진영 같은 경우는 바쁜 와중에도 편곡 등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고…"
◇ '3D무대에 야마카시까지'…'공연의 황제' 이승철의 도전
"가수 데뷔 후 가장 크게 하는 공연인 것 같아요. 주경기장은 가수들에게 꿈의 무대죠. 가수의 역량을 볼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고요. 5만여 명의 관객에 둘러싸여
공연을 한다니 저도 설레고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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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에는 볼 거리와 들을 거리도 풍성하다. 이승철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3D 입체 무대를 비롯해 20여 명의 댄서들이 무대에 올라 재즈 댄스, 발레, 야마카시(스트리트 스턴트 묘기)를 하는 구성도 준비했다. 공연에 투입된 제작비만해도 40억원이다.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댄서와 오케스트라 배틀이라던지. 영상과 음악을 하나로 버무려 뮤지컬처럼 만들려고 고민중이죠. 또 오케스트라와 밴드 음악이 만나는만큼 최상의 사운드를 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으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
음악이던 공연이던 한 스타일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대중적인 공감대 형성에 노력한 이승철. "프랭크 시나트라처럼 70세까지 노래하고 싶다"는 그가 앞으로 남은 26년 동안은 어떤 음악적 변화로 울림을 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