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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박미애기자] "아직도 멀었다. 지금보다 더 나를 깨고 싶다."
손담비는 처음부터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가 돋보였던 가수는 아니었다. 그녀는 데뷔 초 ‘여자 비’라는 이름으로 하이힐 대신 운동화를 신고 스커트 대신 바지를 입고 ‘크라이 아이’를 불렀다. 남자들도 어려워하는 크럼핑을 추는 손담비는 그 당시 중성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다 2008년 4월 ‘배드 보이’를 계기로 그녀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하이힐과 바지만 벗었을 뿐인데 손담비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달라졌다. 그해 9월 발표된 ‘미쳤어’는 패러디 신드롬을 이끌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손담비는 이 곡으로 엄정화, 이효리, 서인영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섹시 여가수 대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누구는 손담비가 이제야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었다고 하고 또 누구는 처음부터 여성미를 내세웠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손담비는 “데뷔 초의 ‘여자 비’가 없었다면 지금의 손담비도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크라이 아이’나 ‘배드 보이’를 부르면서 음악에 대해, 감성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어요. 처음부터 ‘미쳤어’로 나왔다면 지금의 손담비 느낌을 찾을 수 없었겠죠. 또 ‘여자 비’와 같은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도 없었을 거예요. 저는 한 가지 색으로만 대중에게 인식되고 싶지 않아요.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 저를 더 많이 깨뜨리고 싶어요.”
그녀는 음반 콘셉트에 대해 복고 퓨처리즘이라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토요일 밤에’와 ‘두번째라도…’는 80년대 유행하던 스타일의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복고에 신선한 느낌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 발라드곡 ‘느리게 잊기’는 손담비의 서정적인 보컬과 어우러져 슬픈 감성을 자극하며 ‘미쳤어’, ‘배드 보이’, ‘투명인간’ 등 기존 곡들을 리믹스 해 손담비의 다양한 매력을 감상할 수 있게끔 했다.
손담비는 이번 음반으로 80년대 문화를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며 “롤러스케이트도 처음 타봤다”고 신기해 했다.
“80년대에 태어나긴 했지만 어렸기 때문에 당시 문화에 대해 아는 게 없었어요. 그래서 마돈나, 신디 로퍼, 그리고 김완선 선배님의 활동 모습이 담긴 자료를 구해 간접 경험했고 그 자료들을 토대로 저한테 맞게 표현했어요.”
정규음반을 내놓기까지 여섯 장의 싱글 및 미니음반을 발표, 자신에게 맞지 않은 옷도 어울리게 소화할 수 있는 노하우와 여유가 생긴 터라 ‘토요일 밤에’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는 듯했다. 그녀는 이 자신감으로 다음 도전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도 가질 수 있었다.
“제 본업은 가수예요. 하지만 연기는 변신의 측면에서 생각하면 제 안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예요. 대중에게 연기자의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고민도 많이 해야 할 것이고 분명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실패가 두려워서 도전하지 않으면 퇴보하게 되잖아요. 아직도 갈 길이 먼데….”
손담비는 또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를 해보고 싶다는 소망도 조심스럽게 밝혔다. 자신이 계획한 것들을 모두 이루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정점을 눈앞에 둔 중요한 시점이란 걸 알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사랑은 조금 뒤로 미루겠다고 했다.
“성격상 일과 사랑,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잘해낼 수 없어요. 지금은 일을 조금 더 우선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요. 기회란 게 원할 때 주어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후회 없이 일한 다음에 그때 가서 사랑해도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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