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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제공] "발을 잘못 딛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죠."
이경원(28·삼성전기)은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결승전의 부상 순간을 떠올리며 "그때 이미 이길 수 없음을 직감했다"고 했다. "발목 인대를 다쳤는데 경기 중 그런 부상을 당한 건 선수 생활하며 처음이었어요. 파트너인 (이)효정이에겐 말도 못하고 그냥 뛰었죠."
하필 꿈에 그리던 올림픽 결승전에서 일어난 일. 이경원은 압박 붕대를 감은 발목으로 겨우 셔틀콕을 넘겼지만 상대인 중국 선수들은 집요하게 이경원을 노렸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어요. 누구 발목도 아닌 바로 제 발목이니까요. 효정이가 다친 저를 대신해 두 배로 뛰느라 실수가 많았죠. 효정이가 오히려 경기 후 팬들의 질책을 받을 땐 정말 미안하더라고요." 목에 걸린 은메달은 빛났지만 아쉬움을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4년 뒤 런던 올림픽은 아직 그녀의 머릿속엔 없다. 은퇴를 생각하진 않았지만 미래를 차분히 그려볼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다. "너무 힘들게 준비했던 터라 지금은 배드민턴 생각이 안 나요. 쉬면서 생각을 좀 하려고요. 그러다 '운동 본능'이 다시 꿈틀대면 그땐 또 미친 듯이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