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과 배드민턴협회, 모두 배려 없는 타이밍 아쉽다 [파리올림픽]

안세영-배드민턴협회 갈등 장기화 조짐
올림픽 준비한 선수·관계자 모두 웃지 못해
귀국 현장에서도 인터뷰 사양한채 빠져나가
갈등 제때 파악·해결 못한 문제 커
  • 등록 2024-08-09 오전 12:10:00

    수정 2024-08-09 오전 12:10:00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안세영이 환호하며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생명)과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진실 공방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타이밍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안세영이 속한 배드민턴 대표팀은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날 현장에는 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몰렸다. 선수단의 성과에 대한 축하도 있었으나 안세영의 입에 대다수의 시선이 쏠렸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 이후 여자 단식에서 28년 만에 금메달을 따낸 안세영은 직후 배드민턴협회를 향한 돌직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부상 관리, 선수 관리, 훈련 방식, 대회 출전과 관련한 갈등을 밝히며 대표팀과의 불투명한 미래를 말했다.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배드민턴협회는 안세영이 언급한 부상 관리 등의 부분이 정확히 어떤 걸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다른 선수와의 형평성을 고려하면서 최대한의 지원을 했다고 반박했다. 또 무리한 출전 강행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에도 안세영과 배드민턴협회의 갈등은 계속됐다. 안세영은 추가 인터뷰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배드민턴협회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현지에서 진행된 배드민턴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대한체육회는 선수 본인의 의사라고 밝혔으나 안세영은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을 뿐 기자회견 불참은 자기 의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현지에서 귀국 비행기를 타기 전 “한국에 가서 다 말하겠다”라고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공항에서 취재진 앞에 선 안세영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는 “정말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라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고 싶어서 이해해달라는 말씀이었다”라고 전했다. 이후 질문에는 “협회, 소속팀과 상의하고 말씀드리겠다”라고 되풀이하다가 소속팀 관계자와 갑작스럽게 공항을 떠났다.

결국 안세영과 배드민턴협회 사이에 시간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게 증명되면서 작심 발언 타이밍에도 아쉬움이 남게 됐다. 그는 처음 대표팀에 합류한 2018년부터 느껴왔던 걸 금메달 획득 직후 말했다. 안세영은 “제 목소리를 높이고 싶었다”라며 가장 힘을 받을 수 있는 시기와 환경을 스스로 만들고 선택했다고 밝혔다.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전에서 김원호-정나은 조가 중국 정쓰웨이-황야충 조에게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공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으면서 모두 어색한 분위기가 됐다. 은메달을 목에 걸며 16년 만에 혼합 복식 메달을 따낸 김원호(25·삼성생명)-정나은(24·화순군청)은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굳은 표정으로 임했다. 또 안세영의 발언과 관련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안세영 역시 이를 의식한 듯 현지에서 “많은 선수가 축하받아야 할 자리인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김원호-정나은 등은 귀국 현장에서도 인터뷰를 사양한 채 공항을 빠져나갔다. 같은 시간 귀국한 사격 대표팀, 체조 대표팀과의 온도 차이도 극명했다. 사격 대표팀과 체조 대표팀은 환영 현수막과 함께 오랜만에 만난 가족, 관계자들과 웃으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반면 배드민턴 대표팀을 위한 현수막은 없었고 공항을 빠져나가기에 바빴다.

배드민턴협회도 마찬가지다. 논란을 의식한 듯 선수단을 위한 현수막이나 축하 꽃다발은 없었다. 뒤바뀐 인터뷰 장소도 대한사격연맹 관계자가 취재진과 이야기해 정리했을 뿐 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나서지 않았다.

7일 귀국한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에 동행한 김 회장은 선수단보다 먼저 돌아왔다. 사진=연합뉴스
보도자료의 타이밍과 내용도 그랬다. 안세영은 한국 땅을 밟은 뒤 계속해서 상의한 뒤 말하겠다며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배드민턴협회는 안세영이 공항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올림픽 이전부터 시작된 갈등을 제때 해결하지 못하며 파리까지 오게 됐다. 여기에 안세영과 배드민턴협회의 소통 부재가 계속되며 우울한 잔칫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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