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 프로화를 추진하는 대한핸드볼협회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한국 핸드볼은 구기종목으로서 대표적인 효자종목이다. 안에서는 비인기종목 설움을 받을지언정 밖에서는 좋은 성적을 냈다. 올림픽 등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국민적인 관심과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여자핸드볼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여자 대표팀이 구기 종목 최초 금메달을 수확했다. 4년 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선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동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을 소재로 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같은 감동적인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것도 이제는 과거의 영광이 됐다. 여자대표팀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본데 이어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고전 끝에 8강에서 무릎을 꿇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결승에서 일본에 대패해 아시아 정상에서도 내려와야 했다.
핸드볼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바뀌지 않으면 한국 핸드볼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위기감은 대한핸드볼협회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협회는 ‘핸드볼의 프로화’를 선언했다. 올해부터 기존 실업리그를 발전시켜 ‘H리그’를 출범했다. 프로핸드볼연맹을 설립하고 마케팅 자회사 및 전문 방송사 및 중계 채널도 만들었다. 핸드볼 프로화는 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도 했다.
프로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핸드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언제까지 ‘한데볼’ 설움을 반복할 수 없다는 무거운 숙제를 짊어지고 있다. ‘그들만의 스포츠’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미래가 없다는 것이 공통된 생각이다. 프로리그를 통해 건강한 핸드볼 생태계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경기력이 올라가고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리라는 것이 이들의 기대다.
H리그는 올해 첫발을 내디뎠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 평균관중은 수백명 수준이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도 여전히 많다. 실험은 이제 시작이다. 프로화가 해피엔딩이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적어도 ‘그냥 무너질 수 없다’는 그들의 위기감은 충분히 와 닿는다. 달라진 환경만 탓하는 것은 무기력하다. 변화와 발전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 이번 핸드볼계의 새로운 시도를 전 체육계가 주목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