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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 이후 PGA 투어에선 최경주를 앞세운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아시아 출신 선수 최다승을 비롯해 아시아 출신 선수 최초의 메이저 우승까지. 한국 선수들이 먼저 기록을 달성했다.
15년 넘게 이어오던 아시아 간판의 주인공이 바뀌었다. 일본 남자 골프의 희망 마쓰야마 히데키가 1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PGA 투어 시그니처 대회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출신 선수의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우승으로 PGA 투어 통산 9승을 달성한 마쓰야마는 최경주(8승)와 함께 보유하고 있던 아시아 출신 선수 최다승 기록을 넘어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최경주를 필두로 그간 PGA 투어에서 아시아를 대표해온 한국 선수들에겐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는 점에선 새로운 경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최경주 이전 PGA 투어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자리는 일본 선수들의 차지였다. 1983년 하와이언 오픈(현 소니오픈)에서 우승한 이사오 아오키를 비롯해 최경주보다 먼저 3승 고지에 오른 마루야마 시게키 등이 있었다. 1992년 PGA 투어에 입성한 마루야마는 1999년 브리지스톤 오픈과 2001년 그레이터 밀워키 오픈 그리고 2002년 바이런넬슨클래식에서 우승했다.
최경주가 2000년 PGA 투어로 진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2002년 컴팩클래식에서 첫 승을 올린 최경주는 같은 해 탬파베이 클래식에서 2승 그 뒤 2005년 크라이슬러클래식에서 세 번째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마루야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어 2006년 크라이슬러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출신 선수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웠고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8승 고지에 올랐다.
한국 선수들 틈에서 조용히 활동해온 마쓰야마는 일찍부터 최경주의 기록을 경신할 위협적인 후보로 꼽혔다. 일본에선 마쓰야마 이후 이시카와 료, 고다이라 사토시 등이 PGA 투어로 진출했으나 뚜렷한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도 한국 선수는 4명이 나왔으나 일본은 마쓰야마가 유일했다.
2013년 프로가 돼 2013~2014시즌부터 PGA 투어 활동을 시작한 마쓰야마는 일찍 두각을 보였다. 데뷔 첫해 메모리얼 토머먼트 우승을 시작으로 2016년 WM 피닉스 오픈, 2016~2017시즌에는 WGC HSBC 챔피언스, WM 피닉스 오픈, 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3승을 거두며 전성기를 누렸다.
데뷔 3시즌 만에 5승 고지에 오른 마쓰야마는 당시 세계랭킹 2위까지 올라 최경주가 갖고 있던 아시아 출신 선수 역대 최고 순위(5위)도 단숨에 넘어섰다.
그 뒤 한동안 우승이 없었던 마쓰야마는 2021년 마스터스를 제패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09년 양용은의 PGA 챔피언십 제패 이후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이자 마스터스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 출신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한국 선수들이 갖고 있던 기록을 하나씩 넘어온 마쓰야마는 그뒤 2021년 조조 챔피언십, 2022년 소니 오픈 그리고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우승으로 기어코 최다승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이 기록은 마쓰야마에게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마쓰야마는 우승 직후 “최경주 선수의 8승을 넘어서는 게 목표 가운데 하나였다”라며 “멘토인 마루야마 시게키는 늘 내게 ‘최경주의 아시아 최다승(8승)을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 그 목표를 이뤘으니 마루야마에 문자를 보내야겠다”라고 의미를 뒀다.
최경주의 최다승 경신이 마쓰야마의 목표 중 하나였던 것처럼 마쓰야마의 기록은 우리 선수들에게도 새로운 목표가 될 수 있다. 이제부턴 추격하는 입장이다.
대표 주자로는 김주형과 임성재, 김시우가 있다. 모두 마쓰야마보다 어린 나이다.
김주형은 PGA 투어에서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가장 어린 나이로 3승 고지에 올랐다. 2022년 데뷔해 2시즌 동안 3승이나 쌓았다. 마쓰야마보다 속도가 더 빠르다. 다승의 경험도 있어 기량과 나이 등을 고려할 때 마쓰야마를 추격할 믿음직한 후보다.
다음으로는 4승을 기록 중인 김시우와 2승의 임성재에게 기대를 걸만하다. 아직 한 시즌 2승 이상 다승을 경험해보지 못해 빠르게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그러나 물꼬가 터지면 더 자주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릴 기량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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