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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투어를 떠난 ‘필드의 에너지’ 양수진(33)이 은퇴 후 찾아온 제2의 삶에 만족해했다.
양수진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디다스골프 청담직영점에서 열린 아디다스골프×말본 크로스비 컬렉션에 참석해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췄다. 2020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국여자오픈 출전 이후 더는 투어에 나오지 않은지 3년여만이다.
2009년 KLPGA 투어에 데뷔해 한국여자오픈 등 통산 5승을 거둔 양수진은 2020년 시즌 중 조용히 필드를 떠났다. 2018년까지는 왕성한 투어 활동을 펼쳐왔으나 이후 조금씩 대회 출전수를 줄였고, 2020년 이후로는 대회에 나오지 않았다. 지금 같은 분위기였더라면 화려한 은퇴식을 할 법도 했지만, 그는 떠난다는 말도 없이 자취를 감췄다.
현역 활동을 끝낸 양수진은 요즘 또 다른 무대에서 팬들과 만나고 있다. 교습가로 변신해 레슨 현장에서 아마추어 골퍼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투어를 떠난 것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는 없다”며 “투어를 뛰면서 모든 것을 쏟아냈고 할 만큼 했던 것 같다. 다시 돌아가기보다는 지금 하는 일을 더 잘하고 싶다.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제2의 인생을 즐겼다.
양수진은 프로 데뷔 초기였던 2012년 드라이브샷 평균거리 259야드를 쳐 장타 부문 1위에 올랐다. 지난해 KLPGA 투어 장타 순위와 비교하면 평균 262.47야드로 ‘장타퀸’에 오른 방신실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양수진은 KLPGA 투어 활동 시절 통통 튀는 매력과 호쾌한 경기 스타일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다만 코스에선 친숙함이 덜했다. 따뜻하기보다 차갑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다. 또 경기에 집중하다 보니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방어적이어서 팬들과의 소통도 활발하지 못했다. 늘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생긴 경계심 때문이었다.
은퇴 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이런 모습이 사라졌다.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늘어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많아지면서 원래의 활동적인 모습을 되찾았다.
아마추어 골퍼를 위해 레슨하면서 또 다른 보람도 찾아가고 있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적성에 맞았다. 어느새 레슨 현장에서도 이름을 날리고 있는 양수진은 20명이 넘는 고정 회원이 있을 정도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레슨프로로 변신한 양수진은 아마추어 골퍼를 위한 팁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많은 골퍼를 만나다 보니 잘못된 스윙으로 고민하는 골퍼가 많더라”며 “골퍼들의 스윙을 분석해 보면 몸을 쓰지 못하고 팔로만 스윙해 실수를 많이 하고 있었고 어드레스 때 팔에 잔뜩 힘을 줘 몸이 경직된 상태로 스윙하는 나쁜 습관도 많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단히 설명하면 어드레스 때 양팔의 삼각형을 유지하면서 몸의 중심, 즉 코어를 이용해 스윙하면 훨씬 견고하고 일관된 스윙을 해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스윙의 견고함을 높여주는 팁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더 좋은 스윙을 만들고 싶다면 저에게 찾아오세요”라고 그 틈을 이용해 깨알 홍보도 빠뜨리지 않았다.
레슨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양수진은 또 다른 계획도 꺼내 보였다. 그는 “지금은 아마추어 골퍼만 대상으로 레슨하고 있지만, 나중엔 주니어 선수를 지도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레슨의 경험을 더 쌓고 공부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