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 배우 박해준이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탄생한 ‘노태건’ 캐릭터를 연기하며 느낀 부담과 체중 증량 등 연기하며 공을 들인 과정 및 노력들을 솔직히 털어놨다.
박해준은 영화 ‘서울의 봄’ 개봉 직후였던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고 전두환이 이끈 신군부와 하나회가 1979년 12월 12일 일으켰던 군사 반란 실화를 모티브로 상상력을 가미해 재구성한 영화로 개봉 전부터 주목받았다. 황정민과 정우성이 ‘아수라’ 이후 김성수 감독과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두 배우를 비롯해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정만식, 박원상, 고 염동헌, 안내상, 최병모, 박훈, 정해인, 이준혁 등 대한민국에 내로라하는 모든 배우들이 총출동한 화려한 라인업으로도 화제다. ‘서울의 봄’은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후 6일 만인 지난 27일 오후 200만 관객을 넘어서는 등 올 여름 최고 흥행작인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보다도 가파른 흥행 속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3’ 이후 제일 빠른 흥행 속도라 연말을 앞두고 ‘서울의 봄’이 극장가에 한국 영화의 불씨를 다시 되지필지 관심이 쏠린다.
박해준은 영화에 대한 긍정적 반응에 “매일 매일 관객수가 얼마나 되나 보고 있다”며 “영화를 향한 기대감이 있으니 들뜨는 건 사실이다. 주변 분들 연락도 많이 받았다. 어떤 분은 아직도 손발이 떨린다고 말해주시더라. 여태껏 영화 개봉한 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좀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보통 2시간 이상 영화를 보면 사람들이 평균 세 번 정도 시계를 확인한다 하더라. 제가 이 영화를 기술 시사 때 봤는데 영화를 본 후 처음 시계를 봤을 때 이미 2시간 10분이 지나 있더라”며 “그 정도로 시간이 잘 가고 너무 재미있었다”고 덧붙였다.
캐릭터를 위해 살도 찌웠다. 박해준은 “당시 전작인 드라마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에서 맡던 캐릭터가 살이 쪄도 되는 캐릭터라 아무 관리도 안하고 있었다. 이미 조금 살이 쪄있는 상태에서 김성수 감독님이 ‘부부의 세계’ 이태오처럼 화면에 나오는 것보단 지금 상태에서 살이 조금 더 찌는 게 낫지 않겠냐 제안해주셨다”며 “살을 찌우면 나이도 좀 더 있어보이겠단 생각에 그 상태를 유지했다. 편히 먹었고 솔직히 마냥 좋았다”고 털어놔 웃음을 유발했다.
그러면서 “원래 체질상 살이 잘 붙는 스타일도 아닌데 시기도 잘 맞아 떨어졌다”며 “이젠 먹으면 찔 정도로 나이가 들었더라”고 전했다.
노태건이 전두광을 마냥 추종하는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강조했다. 박해준은 “완벽한 전두광의 편이라기보단 동업자같은 느낌이었다”며 “‘네가 필요하니’ 만나는 거란 의심이 들게 만드는 게 연기할 때의 목표였다. 그의 이야기의 동조는 하되 한편으로 늘 그를 향한 걱정과 의심을 갖는, 견제가 항상 있는 인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그런 부분에서 이 인물이 우유부단하거나 주체적이지 않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상황을 둘러싼 대처가 유기적인 사람일 수 있겠더라. 실제로도 감독님은 노태건이 굉장히 부들부들하고 사람들과 관계가 좋은 인물이란 말씀을 하셨다”며 “그러니 전두광과 서로가 필요한 존재라 하시더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연기한 건 처음”이라며 “(황정민 선배처럼)강력한 캐릭터성과 함께 외형적으로 분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너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있지 않나. 그래서 연기할 땐 이 인물의 근본, 상황에 따른 대처와 목적을 생각하며 임했다. 목적을 갖게 되면 자연스레 욕망이 생기고 그 욕망을 따르면 그게 캐릭터가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존인물의 행적 및 사람 박해준의 생각과 분리해 연기자로서 ‘노태건’이란 배역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도 밝혔다. 박해준은 “캐릭터 자체의 관점에서 이 인물이 인간적이었기 때문”이라며 “복합적인 캐릭터라 재미있었고, 연기하며 실존인물을 따로 참고하지도 않았다. 인물이 처한 상황에만 집중했다”고 전했다.
열띤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자신 역시 공감하고 있다고. 박해준은 “SNS 심박수 챌린지(애플워치나 스마트폰 등으로 ‘서울의 봄’을 본 뒤 심박수가 증가한 사진을 찍어 인증하는 챌린지)를 나도 봤다”며 “저 역시 마찬가지다. 제 심박수도 아마 그렇게 뛰었을 거다. ‘한국영화의 봄이 올 거’란 문자도 받았다. 이 정도로 좋은 이야기를 들은 게 처음”이라고 기뻐했다.
이어 “관객들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으면 하는 작품”이라며 “다양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갑론을박을 했으면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들게 하는 것, 그게 이 영화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