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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3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사우디아라비아(54위)와 친선 경기를 벌인다.
이 경기는 클린스만 감독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독일 축구의 레전드인 클린스만 감독은 올해 2월 한국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았다. 처음에는 기대치가 높았다. 선수 시절 명성이 워낙 높았고 감독으로서도 경력이 화려했다.
하지만 기대는 의문으로 바뀌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을 맡은 뒤 5차례 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3무 2패에 그쳤다. 1992년 대표팀 전임 감독제가 도입된 이래 취임 후 5경기까지 한 번도 못이긴 사령탑은 클린스만 감독이 처음이다. 앞서 거스 히딩크 감독은 4경기 만에, 홍명보 감독과 신태용 감독은 5경기 만에 첫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클린스만 감독의 행보다. 클린스만 감독은 분명 한국 대표팀 사령탑이지만 대표팀 경기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모습을 보기 힘들다. 가족이 거주하는 미국에서 생활하거나 해외파 관리 등을 이유로 유럽에 머물러있다.
사실 클린스만 감독이 어디에 머무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대표팀의 경기력이 기대 이하라는 점이다. 0-0 무승부로 끝난 지난 8일 웨일스전은 답답한 경기 내용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어떤 축구를 추구하는지 색깔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작 클린스만 감독은 웨일스전을 마친 뒤 “우리에게 매우 좋은 테스트였다”며 “나는 선수들이 보여준 것에 만족한다”고 말해 보는 이들을 갸웃하게 만들었다.
클린스만호의 부진은 일본의 고공행진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지난해 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16강까지 오른 일본은 월드컵 이후에도 연승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6월 A매치에서 엘살바도르(6-0), 페루(4-1)를 대파한데 이어 최근 유럽 원정평가전에선 ‘전차군단’ 독일을 무려 4-1로 이겼다. 일본전 패배에 충격을 받은 독일은 한지 플릭 대표팀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지난해 카타르월드컵에서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조별리그에서 꺾는 등 돌풍을 일으켰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로베르토 만치니 전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에게 새로 지휘봉을 맡겼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만치니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9일 코스타리카(46위)전에서 1-3으로 패하는 등 전력이 불완전하다, 올해 1월 걸프컵부터 최근 A매치 5연패 수렁에 빠졌다. 클린스만 감독 입장에선 부임 첫 승을 거둘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번 한국과 경기에서 승리가 절실하다. 두 팀에게 모두 평가전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경기라는 뜻이다. 가볍게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한편, 경기가 열리는 세인트 제임스 파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이다. 뉴캐슬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소유한 구단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홈그라운드나 다름없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곳에서 평가전을 치르기 위해 런던에 머물던 한국 대표팀에 전용기를 제공할 만큼 이 경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