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수만… '수장 잃은' SM의 미래는?

SM, 라이크기획과 계약 연말 종료
주가 9% 상승하며 깜짝 반등했지만
'프로듀싱 공백' 우려하는 시선 다수
"이수만 부재, SM·K팝 업계 큰 손실"
  • 등록 2022-10-15 오전 9:44:36

    수정 2022-10-15 오전 11:12:28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사진=SM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올 연말부터 SM 가수들의 프로듀싱에서 손을 뗀다. SM엔터테인먼트의 성공과 K팝의 부흥을 이끌고 있는 상징적인 존재인 만큼 그의 부재가 몰고 올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SM엔터테인먼트는 14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12월 31일부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사업자인 라이크기획과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을 조기 종료한다고 공시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라이크기획과 용역 계약을 맺고 매년 인세를 지급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지난해 프로듀싱 라이선스로 지급한 금액은 240억원이다. 최근사업연도 매출액인 7015억원 대비 3.42%에 달한다.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 조기 종료 확정 소식이 전해지자 SM엔터테인먼트의 14일 주가는 전일 대비 9.49%(6000원) 오른 6만92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최고가는 7만1800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프로듀싱 조기 종료 소식이 일시적으로 호재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SM 주주인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보도자료를 내고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 조기 종료 확정 공시를 환영한다”며 “현 SM 이사회의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입장을 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주주들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프로듀싱은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를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것도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고, 그의 프로듀싱 노하우가 있었기에 여러 성과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앞으로 진행해야 할 프로젝트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자칫 그의 부재는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자신을 SM 주주라고 밝힌 30대 여성 이모씨는 “스티븐 잡스가 애플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것처럼 리더의 영향력과 선구안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며 “단기간 투자자들에겐 이번 조치가 호재로 다가오겠지만, 장기 투자자 입장에선 이수만 없는 SM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SM 투자자인 40대 남성 김모씨는 “라이크기획과 계약이 조기 종료되면서 영업이익이 늘어나게 된 점은 환영하지만, 수장이 없는 SM이 내년에도 올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매출액의 3.42%에 달하는 240억원이 영업이익으로 포함되기 위해선 7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는데, 수장이 없는 SM이 이같은 성과를 동일하게 낼 수 있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이수만의 부재, SM·K팝 업계 큰 손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SM엔터테인먼트의 창립자이자 K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의 체계를 구축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1995년 창립 이래 SM엔터테인먼트의 근간을 만들었고 론칭하는 아티스트 모두 성공을 거뒀다. 1세대 아이돌 H.O.T와 S.E.S를 비롯해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아티스트를 성공시키며 K팝 열풍이 지속할 수 있도록 온힘을 다했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K팝 음원 및 앨범제작 체계를 구축한 인물이다. 국내 최초로 전문 A&R 시스템을 도입했고, 해외 작곡가들과의 네트워크 및 송캠프를 최초로 시작해 K팝의 음악 다양성을 추구했다. 덕분에 지금 K팝은 댄스, 힙합, R&B, 발라드, 록, EDM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를 수 있게 됐고, 해외 작곡가들과도 협업도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한류와 K팝 열풍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H.O.T.의 성공으로 한국 대중문화가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보아·동방신기의 일본 진출 및 성공으로 한국 대중가요의 해외 진출 롤모델을 제시했다. 또 슈퍼주니어, 소녀시대의 히트를 기반으로 전 세계 K팝 열풍의 태동을 이끌었고, 최근엔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메타버스 아이돌 에스파를 성공적으로 론칭해 전 세계 음악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다인조 아이돌, 아이돌 세계관, 개방성과 확장성을 기반으로 한 NCT(New Culture Technology) 모델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K팝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끌었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사진=SM엔터테인먼트)
콘서트 및 공연 문화의 새로운 경쟁력도 제시했다. 아시아 투어 콘서트를 시작으로 전 세계 해외투어 콘서트 시장을 개척했고, 세계 최초 온라인 유료 콘서트인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비욘드 라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의 기획에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프로듀싱이 더해져 온라인에 최적화된 공연을 선보일 수 있도록 완성됐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AR 기술을 무대에 적용하는 기술적인 전반의 내용을 지휘함은 물론 다중화상연결 시스템을 이용한 시청자와의 소통, 다채로운 카메라 워킹, 공연의 전반적인 연출, 음악의 사운드 등 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직접적인 디렉션을 주는 프로듀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프로듀싱 노하우를 얻기 위한 해외 각국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도시 건설 사업 ‘키디야 프로젝트’의 아시아 유일 어드바이저로 추대됐다. 2022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MISA)와 현지시장 진출 및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몽골 문화부 장관의 공식 초청으로 자체 개발한 CT(Culture Technology) 시스템을 전파, K팝을 넘어 미래 엔터테인먼트 시티 프로듀싱으로 확장하고 있다.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SM엔터테인먼트를 최고의 엔터기업으로 성장시키고, 한류와 K팝 열풍을 이끈 장본인이란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K팝이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주류 음악으로 떠오른 중요한 시점에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부재는 SM엔터테인먼트에게도, K팝 업계에도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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