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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5일째인 지난 9일. 올해로 세 번째 방문을 했다는 한 관객이 성공적인 것 같다고 만족해하며 한 말이다. 개막 전 예매 오류로 빈축을 사기도 했지만, 3년 만에 전 좌석을 개방해 정상 개최 중인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순조롭게 진행되며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서의 부활 신호탄을 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축소됐던 행사들이 재개하며 많은 영화인들이 부산을 찾았다. 개막식에는 전 세계에서 4000여명의 영화인들이 참석했으며, 영화제 측의 초청 여부에 상관없이 오랜만에 축제를 즐기기 위한 영화인들의 비공식 방문도 많았다. 올해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초청작 ‘오픈 더 도어’ 공동제작자로 영화제를 찾은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코로나19 이후에 열리는 대규모 오프라인 영화제라 그런지 예전의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며 “내년은 올해보다 더 활성화된 영화제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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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을 돈 영화제 최고의 스타는 올해 환갑의 양조위였다. 개막식부터 6일 올해의아시아영화인상 기자회견과 ‘2046’ GV(관객과의 대화), 7일 ‘무간도’ GV, ‘양조위의 화양연화’ 오픈토크까지 그가 뜨는 곳마다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 아이돌 인기를 방불케 했다. 야외에서 진행한 오픈토크에는 무려 4000여명이 운집했다.
서울 시민인 지모(30세, 회사원)씨는 양조위를 보기 위해 휴가를 내고 개막식 전날인 4일 부산을 찾았다. 지씨는 “왕가위 감독의 팬으로 ‘중경상림’을 통해 양조위를 처음 알게 됐고 ‘화양연화’를 보고 본격적으로 빠지게 됐다”며 “멀리서 봤지만 죽기 전에 그의 실물을 봐서 기쁘다”고 했다. 지씨뿐 아니라 많은 2030 세대들이 마블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와 뉴트로 열풍을 타고 재조명된 왕가위 감독의 작품을 통해 양조위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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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특히나 OTT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히 ‘온 스크린’ 섹션 작품 편수가 지난해 3편에서 9편으로 늘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영화계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이 하던 ‘밤행사’를 열거나 부스를 열어 적극적인 소통의 노력을 펼치며 영화인들과 영화산업 종사자들,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줬다는 평가다.
6일부터 영화의전당 인근 카페를 빌려 나흘간 운영된 라운지 ‘넷플릭스 사랑방’은 영화인과 취재진, 관객들에게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넷플릭스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과 제작진은 물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다녀갔다. 7일에는 ‘웨이브 약한영웅의 밤’ ‘티빙 술꾼 도시의 밤’이 열렸다. 조현준 넷플릭스코리아 매니저는 “나흘간 운영하면서 저희 작품을 소개하는 것뿐 아니라 정말 많은 영화인과 취재진, 관객(시민)이 방문해서 회의하고 담소를 나누고 그야말로 사랑방 같은 공간을 만들어주셨다”며 “외부 반응도 좋고 내부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병헌 한지민 박해수 등 소속사 배우들과 영화제를 찾은 손석우 BH엔터테인먼트 대표는 “4대 투자배급사 중심이었던 과거에 비해 OTT 플랫폼과 시리즈를 품에 안은 영화제가 다이나믹하고 풍성해진 것 같다”며 “올해가 확장해나가는 과도기로 내년, 내후년의 영화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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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48개국 1059개 업체, 2185명의 관계자가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했다. 이는 ACFM이 2006년 처음 출범한 이래 최고 참가 규모다. 특히 오프라인 세일즈부스 70여개가 개설 초반에 매진됐다는 후문이다. 올해는 17개국, 196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영국과 몽골이 신규로 참가했다. 이는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데다가 최근 K콘텐츠 및 아시아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 ACFM가 열리는 벡스코 제2전시장에는 개막 첫날부터 많은 사람이 붐볐다. 부스와 별도로 마련된 라운지 공간에서 세일즈 관련 미팅도 활발했다.
오석근 ACFM 위원장은 “ACFM이 3년 만에 오프라인 행사로 열리고 있는데 개막 행사에 참석한 이들이 한 목소리로 한 얘기가 온라인 비즈니스는 한계가 있다는 거였다”며 마켓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또 “9일 한국 IP 피칭이 있었는데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콘텐츠산업 종사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며 한국 콘텐츠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4일 폐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