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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의 문이 활짝 열렸다. 개막을 사흘 앞둔 월요일 오전 일찍부터 수만 명에 이르는 갤러리가 코스를 찾았다.
드라이빙레인지에 마련된 관중석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고, 코스 안에서 한눈을 팔면 지나는 사람과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인산인해다. 오후엔 우즈가 연습장에 모습을 보이자 구름관중이 밀려왔다.
우즈, 마스터스에 다시 설까
올해 대회의 분위기가 빨리 달아오른 데는 타이거 우즈의 복귀가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을 끝내고 개인 일정을 보던 중 차량 전복사고로 다리를 심하게 다친 우즈는 최근까지 재활에 집중해 당분간 투어 출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지난주 갑자기 그의 전용기가 오거스타 공항에 착륙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마스터스 복귀설이 나왔다. 그리고 현지시간으로 일요일인 3일 오전에 코스로 나와 몸을 풀었다.
현지 언론은 우즈의 일거수일투족을 상세히 보도했다. 약 20분 정도 드라이빙레인지에 머물며 7차례 드라이버샷을 포함해 모두 33개의 공을 쳤다고 전했다.
4일에도 다시 코스로 나온 우즈는 드라이빙레인지에서 몸을 풀며 계속해서 컨디션을 점검했다. 어프로치샷과 벙커샷 등 전날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연습장에서 보냈다. 표정도 훨씬 밝아져 대회 출전 전망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오후에는 저스틴 토머스, 프레드 커플스와 1번홀부터 연습라운드를 시작했다. 카트 없이 걸어서 코스를 이동했다.
우즈는 마스터스 출전을 준비하고 있으나 아직은 참가를 확정하지는 않았다. 마지막까지 컨디션을 확인한 뒤 6일 조 편성이 발표되기 전 최종결정하기로 했다.
우즈는 마스터스의 흥행보증수표다. 우즈가 돌아온다면 마스터스로서는 대환영이다. 또한 팬들에게도 더 없는 볼거리다.
우즈가 마스터스 나올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천지 차다. 입장권 가격에도 영향을 줄 만큼 흥행에 절대적인 요소다.
2019년엔 흥행보증수표인 우즈가 14년 만에 그린재킷을 다시 입으면서 더욱 큰 관심을 끌어모았다. 당시 대회를 중계한 CBS의 3라운드 시청률은 6%로 최근 4년 만에 가장 높게 나왔다.
2주일 전만 해도 올해 마스터스는 우즈가 참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현지에서도 내년 마스터스에서 필드로 돌아올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2주 만에 상황이 변하면서 흥행 대성공의 기대감에 휩싸였다.
우즈는 2019년 마스터스에서 역대 5번째 그린재킷을 입어 메이저 통산 15승을 올렸다. 올해 대회에 출전해 우승한다면 잭 니클라우스(미국)이 세운 마스터스 최고령 우승 기록(46세 2개월 24일)을 경신한다. 1975년 12월 30일생인 우즈의 올해 나이는 만 47세다.
마스터스의 우승은 ‘신만이 알 수 있다’고 했고,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다는 말처럼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다시 우승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오거스타 기념품은 ‘리셀’ 시장에서도 ‘넘사벽’
마스터스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엔 11월에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고, 지난해엔 관중 일부만 입장을 허용해 제한적으로 열렸다.
올해는 관중 입장을 전면 개방하면서 3년 만에 예전의 모습을 되찾게 됐다. 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찾아 마스터스 위크를 즐겼다. 남자골프의 시즌 첫 메이저대회로 열리는 마스터스는 해마다 4월 첫 번째 주에 열린다. 골프계에선 이 기간을 ‘마스터스 위크’로 부른다.
마스터스 최고의 명소는 여전히 기념품을 파는 머천다이즈다. 오전 일찍부터 하루종일 줄을 서서 입장을 해야 할 정도로 많은 갤러리가 입장해 대회 기념품을 구매하느라 분주했다.
구하기 어려운 퍼터는 10년이 넘은 제품이 구입가격 보다 10배 이상 뛰어 3000달러 이상 거래되기도 하고 현장에서 구입한 퍼터가 다음날 2~3배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 퍼터가 더욱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일반 기념품 판매점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퍼터 판매를 중단에 이미 판매된 제품은 더욱 귀하신 몸이 됐다.
마스터스 대회장에는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이 코스 곳곳에 있다. 1번홀 티잉 그라운드로 향하는 곳에 가장 큰 매장이 있고, 6번홀 뒤의 북쪽 출입구 앞에도 있다. 또 홀과 홀 사이에도 작은 매장이 있어 언제든 기념품을 살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퍼터를 파는 곳은 클럽하우스 옆에 있는 프로샵 뿐이다. 이곳은 일반 갤러리는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선수를 포함해 대회 후원사 관계자 및 선수의 가족이나 지인,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회원과 회원이 초청한 지인 등 한정된 사람만 입장할 수 있다. 캐디를 비롯해 일반 대회 관계자도 출입할 수 없다. 이렇게 제한된 인원에게만 허용한 프로샵에서 한정판으로 판매하는 탓에 제품의 가치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기념품이 워낙 인기를 얻다 보니 연습일 골프장을 찾는 갤러리의 대부분은 선수의 연습 장면을 지켜보는 것보다 기념품 구입이 먼저인 경우도 허다하다. 기념품 판매점을 나서는 갤러리의 대부분은 손에 적어도 2~3개의 쇼핑 봉투를 들고 다닌다.
인기가 있는 소장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하루만 지나도 품절 사태를 빚기도 한다. 첫날에도 티셔츠 등 사이즈가 정해진 제품은 품절 되는 현상을 보여 일부 팬들은 아쉬워했다.
마스터스의 기념품은 비단 갤러리들에게만 인기가 있는 게 아니다. 선수들도 한가득 선물꾸러미를 준비해 후원사 관계자나 지인들에게 선물한다.
미국 매체가 마스터스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기념품 구입 가격을 조사한 결과 평균 3000~5000달러 이상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이슨 데이(호주)는 해마다 기념품 구입비로 약 5000달러 이상을 쓴다고 밝혔다. 이렇듯 열광적인 기념품 판매에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마스터스가 열리는 일주일 동안 5000만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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