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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대기자만 20명”…日 평론가 호평도
지난 25일 ‘파친코’가 애플TV+를 통해 공개된 후 트위터에는 작품을 향한 일본 누리꾼들의 각종 감상평 및 의견이 담긴 트윗들이 실시간으로 달리고 있다.
일본 현지 외신 및 관계자들의 이야기 등을 종합해 보면, 드라마 ‘파친코’를 향한 일본 현지의 분위기는 한국 및 서구권에서 폭발적 호응을 얻었던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제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일교포 A(38) 씨는 “일본에서 애플TV+의 점유율이나 관심이 그리 크지 않다. ‘파친코’란 드라마가 나온 소식 자체도 그리 화제가 되고 있진 않다”며 “일본에선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을 소비하는 OTT 시청 패턴이 워낙 고착화돼 있어서 새로운 OTT나 작품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K드라마를 향한 일본인들의 관심도는 높지만 ‘파친코’는 소재 및 주요 인물들만 재일동포, 일본인으로 등장할 뿐 미국에서 미국인 제작진이 만든 드라마라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고도 설명했다.
다만 드라마 ‘파친코’의 바탕이 된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 동명의 원작 소설의 향한 주목도는 꽤 높은 편이다. 일본에서 유학해 현지에서 회사생활 중이라는 직장인 민주연(가명) 씨는 “드라마 ‘파친코’ 공개 시기와 맞물려 원작 소설의 일본어판이 출간됐다”며 “드라마는 전편을 공개하지 않아서 먼저 내용을 다 보고 싶은 마음에 원작 소설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는데 대여 예약 인원만 20명이 넘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파친코’를 시청해보진 않았어도,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서적을 구입한 사람들의 후기를 묻는 문의 트윗들이 종종 관측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작품을 시청한 일본 누리꾼 및 평론가들은 ‘파친코’를 향한 호평을 보내고 있다. SNS로 영화 평론 활동을 하는 한 트윗 이용자는 “운명과 시대에 휩쓸린 그 시절 재일한국인들의 삶은 못 각도만 미세히 조정해도 어느 방향을 튈지 예측할 수 없는 ‘파친코 구슬’과도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애플TV+ 시리즈가 낳은 최고의 감동적 수작”이라고 평했다.
영화 ‘미나리’에서 재미코리안 할머니로 등장한 윤여정이 재일코리안을 연기한 점도 흥미롭게 다가온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극우 누리꾼들 “애플의 일방적 韓 편들기 불편”
문제는 ‘파친코’의 소재 및 내용을 ‘역사왜곡 및 미화’라고 주장하는 일부 극우 세력들과 아직 원작 및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은 누리꾼들의 우려 섞인 시선도 못지않게 팽팽하다는 점이다.
또 다른 극우 누리꾼은 “미국의 대형 OTT인 애플TV+가 조선인의 편을 일방적으로 드는 작품을 만들어 세상에 내놨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애플TV+를 시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파친코’는 애플TV+가 유튜브로 무료 공개한 1화 에피소드 영상이 560만 뷰를 돌파하며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영화, TV 비평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내린 사람들의 비율이 98%, 관객 평가는 93%를 기록했다.
한편 ‘파친코’는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이자 2017년 진미도서상 최종후보작에 오른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리메이크한 다국적 프로젝트 시리즈다. 고국을 떠나 억척스럽게 생존과 번영을 추구했던 한인 이민 가족의 삶과 꿈을 그려낸 대하 드라마다. 한일합병 이후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 갯마을에서 태어난 ‘선자’란 여성이 주인공으로, 그의 어린시절부터 청년 시절, 일본에서 나고 자란 그의 자식과 손자까지 총 4대에 걸친 가족사를 담았다. 우리나라에선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이 노년의 ‘선자’를, 신예 김민하가 젊은 ‘선자’ 역을 맡았고, 한류스타 이민호가 ‘고한수’ 역을 맡아 화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