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예바 중계 보이콧한 KBS·SBS...유영 "신경 안썼다면 거짓말"

  • 등록 2022-02-16 오전 12:13:47

    수정 2022-02-16 오전 12:45:01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1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해 키릴 리히터의 ‘인 메모리엄’ 음악에 맞춰 연기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도핑 양성 반응을 보이고도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구제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연기에 KBS와 SBS 중계진은 침묵을 지켰다.

발리예바는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5조 2번째, 전체 26번째로 나섰다.

그의 연기가 시작됐지만 KBS의 남현종 캐스터와 곽민정 해설위원, SBS의 이현경 캐스터와 이호정 해설위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발리예바가 무대를 마친 뒤에야 이 해설위원은 “저는 금지약물을 복용하고도 떳떳하게 올림픽 무대에서 연기를 한 선수에게는 어떤 멘트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캐스터도 “도핑 양성이 나온 상태에서 출전이 강행된 연기에는 그 어떤 언급도 저희 중계자는 할 수 없었음을, 하지 않았음을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역시 침묵으로 일관한 KBS의 곽 해설위원 역시 차가운 목소리로 “도핑 약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싶었다면 경기를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가뜩이나 발리예바 바로 다음으로 출전하는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유영에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 하는 모습이었다. 곽 해설위원은 “우리 유영 선수는 공정한 경기를 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곽 해설위원은 발리예바가 3위 안에 들면 꽃다발을 주는 간이 시상식은 물론 메달 수여식도 열지 않겠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방침을 언급하며 “가장 이해되지 않는 점”이라며 “다른 선수들은 무슨 죄냐”라고 꼬집었다.

발리예바는 이날 첫 번째 점프 과제인 트리플 악셀을 뛰다가 두 발로 착지하는 실수를 보이는 등 완성도 있는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82.16점을 받으며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자신의 세계 기록(90.45점)에는 크게 못 미치는 점수다. 연기를 마친 발리예바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유영은 ‘필살기’인 트리플 악셀에 성공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회전수가 부족했지만 넘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다만 그가 보여준 연기에 비해 70.34점의 아쉬운 점수를 받았다.

유영에 앞서 4조 첫 번째, 전체 19번째로 출전한 김예림은 67.78점을 받았다. 김예림 역시 큰 실수 없이 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등을 수행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각각 6위와 9위에 오른 유영과 김예림은 상위 25위 이내에 여유 있게 포함돼 17일 펼쳐지는 프리스케이팅 출전권을 따냈다.

유영은 경기 뒤 “전에 선수 신경 쓰지 않고 내 할 거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발리예바의 도핑 파문 관련 “신경이 안 쓰였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내 스케이팅이 우선이다. 여러 사건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잘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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