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인맥축구' 비난 받았던 황의조, 유럽 빅리그 성공시대 활짝

  • 등록 2021-04-06 오전 6:00:00

    수정 2021-04-06 오전 7:22:24

프랑스 리그앙 보르도에서 활약 중인 황의조가 스트라스보르와의 리그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리그 10호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사진=보르도 구단 홈페이지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간판 골잡이 황의조(29·보르도)가 유럽 빅리그에서 화려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유럽 무대 진출 두 번째 시즌만에 시즌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정상급 공격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황의조는 지난 4일(현지시간) 프랑스 보르도의 누보 스타드 드 보르도에서 스트라스부르와 치른 2020~21 프랑스 리그앙(1부리그) 31라운드 홈 경기에서 1-3으로 뒤진 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골을 성공시켰다.

팀 동료 로랑 코시엘니가 상대 수비수 반칙을 유도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장 루이 가세 보르도 감독은 황의조에게 페널티킥을 찰 것을 지시했다. 황의조가 보르도에 입단한 뒤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잔발로 상대 골키퍼의 타이밍을 뺏은 황의조는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 왼쪽 구석을 뚫었다. 골키퍼가 방향을 읽었지만 공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2-3으로 패했지만 황의조에게는 의미가 큰 골이었다. 이 골은 황의조의 시즌 10번째 골이었다. 2019년 7월 보르도와 계약을 맺은 뒤 채 2년도 안돼 한 시즌 두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아울러 최근 리그 3경기 연속골(4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프랑스 리그앙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와 더불어 세계 5대 리그로 손꼽히는 빅리그다. 네이마르, 킬리앙 음바페. 앙헬 디마리아(이상 파리 생제르맹)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다수 활약하고 있다.

리그앙에서 두자릿수 골을 기록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공격수로 성장했다는 의미다. 올 시즌 리그앙에서 현재까지 10골 이상 넣은 선수는 총 14명뿐이다.

세계 5대 빅리그에서 한 시즌 두자릿수 골을 기록한 한국인 선수는 차범근(독일 프랑크푸르트·레버쿠젠), 박주영(프랑스 AS모나코), 손흥민(독일 함부르크·레버쿠젠·잉글랜드 토트넘)에 이어 황의조가 역대 4번째다.

황의조의 행보는 극적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2018년 7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김학범 감독이 손흥민, 조현우와 함께 황의조를 와일드카드로 선발하자 축구계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김학범 감독이 애제자인 황의조에게 병역혜택 기회를 주기 위해 뽑았다는 ‘인맥 발탁’ 논란이 불거졌다. 심지어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황의조를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퇴출하라’는 글이 올라올 정도였다.

하지만 황의조는 아시안게임에서 7경기 동안 9골을 터뜨리며 우리나라의 금메달 획득에 앞장섰다. 그를 둘러싼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A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도 황의조를 대표팀의 붙박이 주전 공격수로 발탁했다.

황의조는 아시안게임과 대표팀에서의 활약을 발판삼아 2019년 7월 보르도와 4년 계약을 맺고 유럽 진출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황의조는 보르도에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포지션 대신 다른 포지션에서 뛰어야 했다. 지난 시즌 보르도를 이끌었던 파울루 소자 감독은 황의조를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아닌 윙어 또는 섀도우 스트라이커로 활용했다. 아시아 선수는 스피드가 좋고 많이 뛰지만 골결정력은 떨어지고 몸싸움이 약하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심지어 왼발을 즐겨 쓰지 않는데도 오른쪽 측면으로 나설 때도 있었다.

그렇다 보니 소속팀에선 윙어로 뛰다가 대표팀에 오면 최전방 공격수를 맡는 다소 이상한 상황이 연출됐다. 황의조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상태에서도 제 몫을 다했다. 첫 시즌 6골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핵심 주전으로 인정받았다.

이번 시즌 사령탑이 가세 감독으로 바뀌었지만 황의조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가세 감독 역시 황의조를 왼쪽 측면 윙어로 활용했다. 비시즌 동안 최전방 공격수 훈련에 집중했던 황의조로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시즌 초반에는 주전 경쟁에서 밀려 출전 기회 조차 많이 얻지 못했다.

하지만 황의조는 스스로 길을 열었다. 시즌 개막 후 2~3개월 동안 고전했던 황의조는 시간이 지나면서 확실히 살아났다. 윙어로서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공격포인트를 쌓아가자 가세 감독은 지난해 12월부터 최전방 공격수로 본격적으로 활용했다.

가세 감독은 “황의조는 최전방에서 뛰면 공격의 파괴력이 더욱 커지고 측면으로 이동하면 공격에 힘을 실어준다”며 “마치 스위스 군용 칼 같은 만능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기 자리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면서 황의조는 펄펄 날아올랐다. 2021년만 놓고 보면 14경기에 출전해 8골을 터뜨렸다. 같은 기간만 놓고 보면 리그앙에서 세계 톱클래스 공격수 음바페와 함께 공동 1위다.

황의조의 전성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의조는 보르도와 아직 계약기간이 2년 남아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두자릿수 득점을 계기로 그의 주가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미 몇몇 팀들이 황의조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의 좋은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더 높은 목표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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