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아직 유효한 4차산업혁명에서 엔터의 역할

  • 등록 2019-06-11 오전 6:00:00

    수정 2019-06-11 오전 6:00:00

지난해 행사에서 암호화폐 기반 결제시스템을 도입했던 드림콘서트(사진=(사)한국연예제작자협회)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한동안 활발했던 4차 산업혁명의 이색 시도가 주춤한 분위기다. 지난해 드림콘서트·코리아뮤직페스티벌 등 K팝 스타들이 대거 참여하는 대형 콘서트들에서는 티케팅에 블록체인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 결제시스템을 도입했다. 올해 초만 해도 걸그룹 드림캐쳐가 암호화폐 드림캐쳐토큰(DRC)을 발행하고 콘서트 티켓 일부를 예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시도도 했다. 또 유튜브에서 유튜버로 활약하는 가상의 캐릭터를 선보이거나 5G 시대를 맞아 다채널다화면을 보이는 기술적 진보도 눈에 띄었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움직임들이 지난해보다 둔화된 상황이다. 내용이나 기술면에서 눈에 띄는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18일 개최된 드림콘서트에서도 티케팅은 기존의 일반 결제시스템으로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내용과 기술적 시도가 성과를 내지 못했고 오히려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콘텐츠 제작이라는 본업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스타를 이용한 아이디어 차원의 시도가 마케팅 등에서 유리해 투자 유치라는 잿밥에 관심을 더 뒀다는 비아냥도 등장했다. 본연의 사업을 뒷전으로 미루고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신규 사업들을 무리하게 접목했다가 성과를 내지 못했고 경쟁에서는 뒤처졌다는 말이다.

다만 이같은 시도를 ‘실패’로 규정하는 건 섣부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4차 산업혁명의 테스트베드로서 여전히 매력적인 분야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몇 년후에 일상화될 변화라 하더라도 초기에는 대중이 낯설게 받아들을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그 돌파구가 될 요소를 갖추고 있다. 이재원 대중문화 평론가는 “변화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을 단축시켜줄 수 있는 힘을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확보하고 있다”며 “스타에 대한 충성도 높은 팬덤, 대중과 접점이 넓은 영상,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은 다른 산업 분야에 비교해 의사 결정 시스템이 간결하다. 새로운 시도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 등에 순발력 있는 대처가 가능하다. 또 팬덤의 힘은 낯섦을 극복하고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4차 산업혁명의 테스트베드로서 주목받은 이유는 이 같은 매력이 어필했기 때문이다. 일부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은 이에 따른 ICT(정보통신기술) 업체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테스트베드 역할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 실패와 성공은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등장하는 과정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은 부족함을 채우고 앞으로 나가자는 의미다. 그 시도가 지닌 의미까지 부정당한다면 4차 산업혁명의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도전적 아이디어와 그를 뒷받침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VR(가상현실)·AI(인공지능)·블록체인 등을 접목하는 시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시도가 4차 산업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데 하나하나의 소중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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