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Comeback]②리메이크 된 처녀귀신 vs 부기맨

  • 등록 2018-11-08 오전 6:00:00

    수정 2018-11-08 오전 6:00:40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하얀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과 벽장 속 괴물 부기맨(‘할로윈’에서 마이클 마이어스의 별호). 한미 국가 대표 공포 캐릭터가 귀환했다. 8일 개봉한 ‘여곡성’(감독 유영선)과 지난 달 31일 핼러윈데이에 개봉한 ‘할로윈’(감독 데이빗 고든 그린)이 그것. ‘여곡성’과 ‘할로윈’은 각각 1986년, 1978년의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 했다. ‘여곡성’은 이제 막 개봉해서 관객 동원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할로윈’은 북미 지역에서 2주 연속 1위에, 전 세계에서 2억2942만 달러(한화 약 2581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원작과 어떻게 다른가

‘여곡성’과 ‘할로윈’은 리메이크를 하면서 원작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원작과 두드러진 차별점은 주인공인 여성 캐릭터의 변화다. ‘여곡성’은 신씨 부인(서영희 분)과 옥분(손나은 분), ‘할로윈’은 로리 스트로드(제이미 리 커티스 분)가 서사를 이끄는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다. ‘여곡성’은 원작의 스토리를 가져오되 캐릭터에 현대적 감성을 입혔다. 천민 출신 옥분이 집안의 대를 이를 아이를 배게 되면서 욕망을 드러낸다. 유영선 감독은 “원작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들 사이의 관계가 흥미로웠다”며 “원작에서 수동적인 관계가 리메이크 영화에서 능동적으로 변한다. 캐릭터가 욕망을 드러내고 그 욕망이 충돌하는 지점이 요즘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할로윈’은 40년 뒤의 이야기로, 속편이다. 마이클 마이어스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한 로리 스트로드(제이미 리 커티스 분)의 분투를 그린다. 40년 전 마이클 마이어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바빴던 로리는 없다. 딸과 손녀를 위해서 무장한 할머니의 힘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국내외 안팎으로 성평등 인식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영화계도 기존에 상업영화에서 다뤄진 여성 캐릭터를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영화 관계자는 “‘여곡성’과 ‘할로윈’ 속 여성 캐릭터의 변화는 성평등 요구가 높아진 시대상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왜 천고마비의 계절인가

한미를 대표하는 공포 레전드가 동시에 가을에 귀환한 점이 흥미롭다. ‘할로윈’과 같은 날 개봉한 조나단이라는 소년이 삼촌과 삼촌의 친구와 함께 마법시계를 찾아나서는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감독 일라이 로스)도 판타지 공포이며, 폐쇄된 수영장에 갇히는 두 자매의 이야기인 ‘12피트’(감독 맷 에스카다리)나 원룸에 혼자 사는 여성이 누군가의 침입 흔적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도어락’(감독 이권)은 스릴러로 분류되지만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공포를 그린다.

공포영화의 개봉이 가을에 쏠린 것은 성수기를 피해서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극장의 최성수기인 여름에 100억, 200억원대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차지하면서 ‘공포영화는 여름 개봉’ 공식이 깨진지 오래다”며 “올 상반기 267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곤지암’도 비수기 시즌을 잘 공략한 덕분에 깜짝 흥행을 이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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