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최상단에 ‘고 박용하 매니저’가 올라와 화제가 되자 서울 한 지상파 방송사 앞에 모여있던 매니저들 입에서 푸념이 터져나왔다. 박용하의 생전 매니저가 고인 사망 일주일 뒤 고인의 통장에 예금된 돈과 유품 등을 훔치려 했다는 내용이 한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에서 방송된 게 발단이었다. 매니저들은 이로 인해 또다시 자신들의 직업이 대중의 색안경 낀 시선을 받게 될 것을 우려했다.
연예 콘텐츠가 중심인 한류는 눈부신 약진을 했다. 아이돌 그룹을 필두로 한 K팝, 스타들이 출연하는 드라마와 예능은 ‘한류’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을 세계 각지에 알리는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매니저는 그런 연예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직군의 하나다. 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연예기획업으로 등록된 업체는 2,400개에 이른다. 종사자 수는 어림잡아 1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매니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아직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유명 가수 소속사 이사인 A씨는 “얼마 전 초등학생들 대상으로 다양한 직업을 소개를 해야 하는 강의가 있어 강사로 참석을 했다”며 “학생들에게 ‘매니저 하면 뭐가 생각나느냐’고 묻자 ‘연예인 따라다니는 사람’, ‘연예인 심부름 해주는 사람’이라는 답을 해 씁쓸했다”고 말했다.
요즘은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연예인이 담당 담당 매니저와 출연해 함께 보내는 일상을 공개하면서 박성광 매니저 임송이 대중의 호감을 얻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매니저에 대한 인식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전체 매니저, 매니지먼트 업계 종사자들의 업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
과거 매니지먼트 초창기에는 불법을 일삼는 세력들이 자금 세탁을 위해 기획사를 운영한다든가 폭력조직이 연관돼 있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그러나 그게 업계 전체의 이야기는 아니다. 더구나 지금은 기획사의 업무도 분업화, 체계화, 전문화가 이뤄졌다. 상장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대기업들도 진출하고 싶어하는 분야가 됐다.
문제는 대중의 인식이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수민 의원은 지난 9월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대중문화예술 법률자문내역’을 근거로 연예계 일부 악덕 기획사들이 연습생들을 상대로 데뷔를 시켜준다며 돈을 뜯어가는 등 횡포를 저지르고 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분명 ‘일부’라는 단서가 붙었고 유명 연예인이 소속돼 있거나 인지도 있는 매니저가 대표인 기획사도 아닌데 어느 사이 ‘같은 부류’로 묶이는 일이 다반사다.
자신의 연예인을 위해 제작진, 광고주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까지 흘렸다는 매니저들의 미담도 많지만 추문들에 밀려 잊혀지기 일쑤다. 오히려 인터넷과 SNS 등으로 팬덤의 영향력이 강력해지면서 형성된 연예인과 매니저, 팬의 삼각관계에서 악역은 늘 매니저 담당이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승소할 수 있어도 판결까지 가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판결이 내려지면 기획사의 잘못이 없더라도 연예인과 관계가 소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수의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기획사 임원 B씨는 “그렇다고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수 없는 게 매니저의 신세이기도 하다”라고 토로했다. 연예인의 패소는 이미지로 이어져 향후 연예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연예인을 회사에 잔류시키기 위해 선택한 게 합의인데 이후 잡음이 생길 때마다 해당 기획사, 매니저는 팬들의 선입견에서 비롯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팬들의 스타에 대한 신뢰만큼은 변함이 없다.
강태규 대중문화 평론가는 “당장의 손실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둔 게 결과적으로 매니저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격”이라며 “업계의 위상 정립을 위해 무리한 주장을 하고 소송을 제기하는 연예인들에 대해서는 강경한 대응을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매니저, 기획사는 이제 한류의 해외 창구 역할도 하는 만큼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