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백’ 신세경 “물의神과 로맨스, 실제론 물 공포증”(인터뷰①)

  • 등록 2017-08-28 오전 5:00:00

    수정 2017-08-28 오전 5:00:00

사진=나무엑터스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긴장이 풀렸나 봐요. 하하. 기분 좋은 홀가분함이에요.”

배우 신세경이 늦여름 감기가 멋쩍은 듯 수줍게 웃었다. 지난 6개월 동안 매진했던 tvN 드라마 ‘하백의 신부’(극본 정윤정·연출 김병수)는 지난 22일 끝났다. 신세경은 물의 신 하백(남주혁 분)과 사랑에 빠진 정신과 의사 소아 역을 맡았다. 초반엔 까칠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로, 후반부엔 남주혁과 애틋한 로맨스로 작품을 이끌었다.

◇공들인 키스신…치열한 노력 결과

이번엔 유독 키스신이 많았다. ‘은총 키스’, ‘박력 키스’, ‘석양 키스’, ‘계단키스’ 등 매회 1회 이상 등장했다. 때론 흐드러진 벚꽃나무 아래서, 혹은 노을을 배경으로 차 위에서 촬영했다. 설렘이란 감정을 전달하고자 공들여 촬영했다. 부담감을 느낄 새 없이 각도를 계산하고 동선을 고민했다. 신세경은 “키스신마다 각기 다른 감정을 전달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신과 인간의 사랑은 순탄하지 않았다. 애절한 눈물신도 있었다. 서로를 위해 희생도 감수해야 했다. 드라마라 가능한 판타지였지만, 신세경은 두 캐릭터의 순수한 사랑에 공감했다. 그는 “부모님을 보면서 서로를 지켜주는 온전한 사랑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실제 연애관에 대해 묻자 “직업이나 나이를 떠나 믿음을 주는 사람이 좋다”고 말했다.

◇수중신·멧돼지·운전신…“에피소드 많았죠”

촬영 현장에선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수중신이다. 수년 전 수중촬영은 그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 이후 물 공포증이 생겼다. 팔다리를 물에 담구는 정도는 괜찮지만, 코와 입이 물에 잠기는 일은 그에게 아직 어렵다. 새 작품을 제안 받으면 수중신 여부가 그의 첫 질문일 정도다.

“하백은 수국의 왕이잖아요. 당연히 물에 들어가는 장면이 예상됐죠. 소화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컸어요. 그동안 극복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거든요. 제작진과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덕분에 여러모로 배려를 받았어요. 고마운 부분이죠.”

이밖에도 1회 멧돼지 추격 장면을 위해 실제로 동원된 멧돼지와의 일화, ‘장롱면허’ 소유자로서 능숙하게 운전해야 했던 속내 등을 유쾌하게 풀어놨다. 특히 멧돼지를 떠올리며 “산책을 하면서 꼬리는 흔드는 모습이 귀엽더라. 멧돼지가 사랑스러운 동물인지 몰랐다”고 웃었다. 극중에서 멧돼지에 혼비백산으로 쫓기던 그의 모습과는 180도 달랐다.

◇19년 만에 재회한 서태지

그 사이 특별한 프로젝트가 있었다. 서태지 데뷔 25주년 리메이크 앨범 참여였다. 신세경은 1998년 서태지 앨범 ‘테이크 파이브’ 포스터로 데뷔했다. 당시 여인의 눈빛을 가진 앳된 얼굴의 소녀로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다. 이번 리메이크 뮤직비디오에는 28세 신세경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면 9세 신세경이 받는 장면이 나온다. 일종의 성장 앨범이었다.

“뜻깊은 작업이었어요. 연락을 받고 반가웠죠. 그땐 잘 몰랐어요. 당시 사촌언니가 굉장한 서태지 팬이었는데 주변 언니들의 반응을 보면서 놀라운 프로젝트라는 걸 알았죠.”

이후 신세경은 CF 모델로 활동하다 10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배우의 길을 걸었다. 영화 ‘어린신부’(2004), ‘오감도’(2009), ‘푸른소금’(2011),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2009),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2011), ‘남자가 사랑할 때’(2013), ‘냄새를 보는 소녀’(2015), ‘육룡이 나르샤’(2015) 등 성실히 필모그래피를 완성했다. 시트콤부터 사극, 로맨틱코미디, 정통멜로 등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넘나들었다. 다른 20대 여배우에겐 없는 독보적인 분위기는 그의 강점이었다. 겉으론 부침 없는 꾸준한 활동이었지만 남모를 속병도 있었다.

사진=나무엑터스
“어렸을 땐 그만둘까 생각했어요. 가끔 왜곡 당했단 기분이 들어요. 연예인은 매체를 통해 대중을 만나는데, 그 과정에서 오해 받으면 속상하죠. 직장 다니는 친구들이 ‘회사 때려 치고 싶어!’라고 하는 것과 같아요. 그러다가 아침이 되면 출근하듯, 일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요. 행복과 보람을 연기에서 찾듯 말이죠.”

데뷔 19년차의 내공이 돋보이는 말이었다. 약간의 여유도 전해졌다. 그는 “지혜롭게 판단하고 행도하는 요령이 생겼다”면서 “좋지 않은 말을 들었을 때 같이 까르르 웃고 넘기게 해주는 사람들도 곁에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겁이 많다고 했지만 그는 외유내강이었다. 여배우는 나이 먹기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편견에도 당당했다.

“오히려 기대감이 생겨요. 어릴 때부터 일을 해 현장에서 늘 막내였어요. 어느새 누나 혹은 언니가 됐죠. 아직까진 기분 좋은 설렘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하백의 신부’는 초심을 되새긴 시간이었어요. 앞으로도 소아처럼 서사가 풍성한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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