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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PD 혼자의 힘은 아니다. 혼자 4년 동안 쉼 없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섭외하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나영석 사단’이라 불리는 동료들이 있어 가능했다. KBS 재직 시절 ‘해피선데이-1박2일’를 함께 한 신효정 PD·이우정·최재영·김대주 작가 등을 비롯해 CJ E&M 공채 1기인 양정우·이우형·이진주 PD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협업이 만들어 낸 프로그램의 성공과 나 PD의 리더십에 대해 되짚어 봤다.
◇단점 보단 장점을 보라
나 PD의 예능프로그램은 대체적으로 비슷한 틀을 가지고 있다. 프로그램이 지닌 정서나 분위기는 조금씩 다르다. 함께 하는 공동 연출의 색깔이 반영된 결과다. 매번 새로운 느낌을 주는 이유다.
신효정 PD는 ‘1박2일’ 시절 막내 PD였다. 지금은 ‘신서유기’ 공동 연출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어느새 메인 PD로 성장한 신 PD는 “후배 직원의 단점을 혼내기는 쉽다. 그런 단점을 덮어두고 장점을 칭찬하기는 어렵다”면서 “나 PD는 후배 PD의 장점을 찾아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고 말했다. 신 PD의 특징은 B급 감성이다. 뚝뚝 끊기는 듯한 편집과 톡톡 튀는 자막이 이를 말해준다. 나 PD는 신 PD의 독특한 성향을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분류했다. 신 PD는 자신의 색깔을 그대로 살려 ‘신서유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신혼일기’를 공동 연출한 이우형 PD는 서정적인 감성에 강하다. 덕분에 ‘신혼일기’는 기존 예능과 비교해 탁월한 영상미와 감성적인 OST로 주목 받았다.
김대주 작가는 ‘1박2일’ 부터 ‘윤식당’까지 10년 동안 나 PD와 함께 했다. 김 작가는 나 PD를 ‘유연한 PD’라고 표현했다. 김 작가는 “연차와 경력이 쌓이면 고집이 생길 수도 있는데, 나 PD는 경험이 적은 막내, 나이 어린 후배의 의견도 귀 담아 듣는다. 좋은 아이디어면 스스럼없이 채택한다”고 말했다.
이는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나 PD의 프로그램을 거쳐 간 출연진들은 “예능을 찍고 있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입 모아 말한다. 그만큼 제작진이 출연진에게 강요하는 ‘그림’이 없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제작진의 의도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출연자가 무엇을 하든 자연스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그 다음에 어떻게 편집할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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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에는 주변 사람에게 가깝게 다가가고자 하는 나 PD의 노력이 있다. 이 PD는 ‘꽃할배’ 시절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 PD는 “나 PD는 술을 잘 마시는 편이 아니었다. ‘할배’ 4인방과 이서진이 술을 좋아한다. 나 PD는 술자리마다 새빨간 얼굴로 함께 했다. 그만큼 상대방을 잘 맞춰주고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후배 입장에선 배우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또 이 PD는 나 PD에 대해 “높은 선배이지만 친구처럼 편하게 지낸다”고 말했다. 이 PD는 ‘상암동 사는 남자들’의 줄임말인 ‘상남자’ 클럽의 멤버다. 나 PD, 최재영 작가, 김대주 작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테니스를 치기 위해 모였지만 사실은 술을 마시는 모임”이다.
출연진과도 끈끈한 우정을 자랑한다. ‘꽃할배’·‘삼시세끼’·‘윤식당’을 함께 한 이서진이 대표적이다. “언제든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망할 것” 등 서로 독설을 퍼붓는다. 두 사람이 서로 얼마나 신뢰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대주 작가는 나 PD의 친근한 매력이 프로그램에 투영됐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나 PD의 예능은 세련되거나 지나치게 독특하지 않다. 프로그램처럼 나 PD는 평범한 사람이다. 때문에 시청자도 편안히 받아들이고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