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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책해야 할 교수는 오히려 “잘했다”며 학점을 부여했다. 주변에서는 ‘특혜’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학교는 ‘우연’이라며 억울해했다. 정권 비선 실세라고 일컬어지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얘기다. 총장은 퇴진했고, 학교는 감사를 기다리고 있다. 130년 역사를 지닌 명문 사학 이화여자대학교에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또 다른 대학생이 있다. 골프를 좋아하는 이 학생은 남들보다 두 배의 노력으로 프로골퍼가 됐다. 1년 내내 이어지는 투어로 학교 생활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마추어든 프로든,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은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부와 명예를 다 가진 남자 타이거 우즈는 명문 스탠퍼드대학교를 2학년 때 중퇴했다. 골프 역사를 바꿔놓을 정도의 대단한 업적을 세웠지만 학교만은 그를 ‘골프황제’가 아닌‘ 학생’으로 대했다. 우즈는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후회하는 것은 스탠퍼드 대학에서 중퇴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반면 한국은 운동만 잘하면 소위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고, 졸업까지 큰 장애물이 없다. 일부 대학은 스포츠 스타를 유치하기 위한 한바탕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노력에 대한 보상과 동기 부여를 위해 어느 정도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어느새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모셔온’ 학생들은 수업은 물론이고 과제물에서도 자유를 보장받는다. 동료는 따가운 시선을 보내지만 ‘그들만의 세상’으로 치부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때론 인터넷 동영상 강의로 대체하는 곳이 많아 외국인들 사이에 ‘사이버 대학’으로 의심받기도 하지만 웃어넘기면 그만이었다. 대학생 스포츠 스타들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운동만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쉽게 바뀔 수는 없다.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전인교육’이란 말도 되새길 시점이다. 실용적인 기능과 애국심만을 강조하는 교육이 아닌 넓은 교양과 건전한 인격을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생겨난 것이 전인교육이다. 최근 은퇴한 박세리는 후배들을 향해 “준비한 자만이 인생 2막을 화려하게 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 준비는 사교육이 아닌 학교 교육에서 출발한다. ‘운동 잘하는 학생’을 육성하는 것보다 사회구성원으로 바람직한 학생을 키워내는 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필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