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1996년 일본 슈에이사 만화잡지 ‘주간 소년점프’에 연재된 농구 만화 이노우에 다케히코 作 ‘슬램덩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 때만 해도 스트레치형 빅맨은 흔치 않았다. ‘슬램덩크’가 국내 소개됐을 당시 등장인물 채치수, 변덕규 등은 농구팬들의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들은 스트레치형 빅맨이 아니었다. 골밑 장악 능력이 뛰어난 정통 빅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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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4대 센터로 불리는 하킴 올라주원과 데이비드 로빈슨, 패트릭 유잉, 샤킬 오닐은 대체로 골밑 장악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빅맨들이었다. 물론 올라주원과 로빈슨, 유잉은 꽤 먼거리의 중거리슛도 쉽게 넣곤 했지만, 3점슛은 거의 시도하지 않았다. 오닐의 행동반경은 세 선수보다 림 부근에 더욱 집중됐다.
당시 시카고 불스의 경기를 본 이들이라면 키는 꽤 큰 데 외곽에서 겉돌았던 토니 쿠코치를 기억할 것이다. 쿠코치는 211cm의 큰 키로 외곽슛, 특히 3점 슛에 능했다. 쿠코치는 키 208cm로 당시 센터를 봤던 알론조 모닝보다 3cm가 컸지만, 역할은 스몰포워드였다. 그와 리그 최고의 식스맨 자웅을 겨루던 ‘독일 용병’ 데틀레프 슈렘프도 206cm의 꽤 큰 키에 뛰어난 외곽슛 능력을 보였다.
세계화와 더불어 포지션 파괴 움직임은 급물살을 탔다. 빅맨이 외곽으로 나와 중장거리 슛을 쏘는 경향은 늘어났다. 미국 주요 스포츠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에 따르면 지난해 리그에서는 총 5만2974개의 3점슛이 나왔다. 총 3점슛 개수는 지난 1989년 1만개를 돌파한 이래 2만개(1994년), 4만개(2007년) 등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쿠코치와 클리포드 로빈슨, 맷 블라드 등이 1990년대 대표적인 스트레치형 빅맨이다. 208cm 이상 빅맨의 3점슛 비율은 1980년대 후반 5% 남짓에서 1990년대 중후반 7% 내외로 늘어났다. 유럽권 선수들의 NBA 진출이 활발해진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그 비율은 10~12%를 유지하고 있다. 1980년대에 비해서 비율은 약 2~3배 늘어난 셈이다.
연도별 빅맨들의 3점슛 성공률을 살펴보면 올 시즌이 눈에 뛴다. 빅맨들의 3점슛 시도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사실 성공률을 따졌을 때 정통 3점 슈터들보다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빅맨들의 3점슛 성공률은 2001년과 2009년, 2011년을 제외하고는 항상 리그 평균 3점슛 성공률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 지금까지 208cm 이상 빅맨들의 3점슛 성공률은 리그 평균을 2%p 웃돌고 있다.
올 시즌 현재까지 경기당 1개 이상의 3점슛을 던지는 키 208cm 이상의 빅맨은 무려 20명이 넘는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스트레치형 빅맨은 어느덧 NBA의 트랜드로 자리 잡았다. 러브와 크리스 보쉬, 라마커스 알드리지, 채닝 프라이 등 많은 빅맨들이 경기당 최소 1개 이상의 3점슛을 쏘고 있다. 굳이 3점슛만이 아니라 중장거리 점퍼를 자주 구사하는 빅맨들까지 포함하면 그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위력적인 보드 장악력에 점퍼까지 갖춘 데이비스도 스트레치형 빅맨 시대를 이끌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골밑 공격과 중장거리 슛이 능한 빅맨을 보유하고 있으면 감독으로선 전술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스트레치형 빅맨을 이용해 상대 빅맨을 외곽으로 나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변칙적인 리바운드 싸움이 가능해지고 ‘스몰라인업’의 팀들에게도 제공권 장악의 기회가 온다.
경우에 따라서는 넓은 시야와 패싱 능력까지 갖춘 빅맨들이 외곽에서 드리블하며 변형적인 공격을 선보일 수도 있게 된다. 수비 면에서 다소 약점이 노출될 수 있지만, 스트레치형 빅맨을 잘 활용하면 팀 전력을 상승시킬 수 있다. 앞으로 스트레치형 빅맨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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