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세계로" 日배우가 품은 '코리안드림'(인터뷰)

'드라마의 제왕' 후지이 미나·'이웃집 꽃미남' 미즈타 코우키
한국서 도약 "한국 활동 흥미 둔 일본 연예인 많아"
한국 대중 문화? "서양과 비슷해 앞서가는 이미지"
한국 드라마 '밤샘 촬영'·변하는 스토리 신기 '감정 표현도 극적'
  • 등록 2013-01-03 오전 8:15:59

    수정 2013-01-03 오후 1:24:30

일본 배우 후지이 미나(사진 왼쪽)와 미즈타 코우키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김영환 기자] ‘코리안 드림(Korean Dream)’. 3D 업종에 종사하는 동남아 근로자 얘기가 아니다. 대중문화 선진국인 일본에서 자란 젊은이들의 한국 연예계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일본에서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배우 후지이 미나(24). 그는 아시아스타를 꿈꾸며 한국에서 활동 중이다. SBS ‘드라마의 제왕’이 최근 출연작이다. 그와 비슷한 길을 걷는 이가 있다. 미즈타 코우키(22)는 이달 tvN ‘이웃집 꽃미남’으로 한국 연예계에 데뷔한다. 서던올스타즈·후쿠야마 마사하루 등이 속한 일본 유명 연예기획사 어뮤즈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일본에서 자란 이들이 왜 시장도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에서 활동하려는 걸까.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국제적이죠. 중국 등 아시아 진출도 쉽고요.” 후지이 미나의 말이다. 미즈타 코우키는 “한국 활동에 흥미를 보이는 또래가 많다”고 했다. 새로운 ‘코리아 컬쳐(Culture) 드림’이다. 독도문제 등으로 최근 경색된 한·일 관계 속 ‘문화 훈풍’이 불고 있다. 한류(韓流)의 일방적 수출이 아닌 문화교류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는 의미가 깊다. 일본 두 청년에게 ‘문화 국경’은 없었다. 두 일본인을 통해 한류의 현실과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일본 대중문화 시장이 더 크다. 자국에서 활동하는 게 더 유리하지 않나

▲후지이 미나(이하 미나): 한국에서 활동한다고 일본과 멀어지는 게 아니다. 한국 드라마 대부분 일본에서 바로 방송된다. ‘드라마 제왕’만 해도 내년이면 일본 방송에 전파를 탄다. 한국에서 활동해도 일본 사람들이 현지에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에서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한국에서 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일본 사람과 한국 사람이 보는 내 이미지가 각기 달라 변화도 다양하게 할 수 있다. 배우로서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솔직히 돈(출연료)은 아직 일본에서 보다는 못 받는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한국에 관심이 워낙 많았고 내가 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미즈타 코우키(이하 코우키):한국 연예인이 일본에서 활동하는 걸 보고 많은 자극을 받았다. 나도 해외 활동 경험을 쌓고 싶었다. 일본이냐 한국이냐는 지역적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후지이 미나
-한국 활동이 걱정되지 않았나? 일본에 대한 문화적 배타가 아직 남아 있다


▲미나: 두려운 건 없었다. 한국에서 활동한다고 하니 주위에서 말리는 사람도 없었고. 적어도 내 주위 사람들은 한국에 관심이 많았고 여행 오려는 사람이 많아 그런 생각을 안 해봤다.

▲코우키: 큰 걱정은 없었다. 외국이지만 친근한 느낌이 있다. 외국이 아니라 그냥 지방간다는 느낌이랄까. 미국 뉴욕보다 친근하다. 한국 드라마 촬영에 앞서 빅뱅 멤버 승리와 함께 ‘김전일 소년 사건부 홍콩 구룡재보 살인사건’이란 드라마를 함께 촬영했다. 그때 한·중·일 다국적 배우들과 함께 찍어 낯섦도 덜었다.

-한국 대중문화에 관심을 둔 계기는

▲미나: 드라마 ‘겨울연가’가 시작이었다. 이를 계기로 5년 전부터 한국어를 공부했다. 대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했고. 그러다 동방신기와 장근석을 알게 됐다. 한국 아이돌 그룹 노래를 많이 들었다. 그룹 노을 노래로 한국어 공부도 했다. 브라운아이드소울 노래도 좋아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대중문화에 젖어들었다. 배우로는 손예진을 좋아한다.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 보고 감동 받아 울었다. 드라마 ‘연애시대’도 봤다.

▲코우키:‘K팝’이 큰 계기가 됐다. 한국말이 낯설어 음악에 제일 먼저 관심을 뒀다. 초등학교 때부터 세븐을 좋아했다. 가수 비, 신화 뮤직비디오 등을 유튜브를 통해 접하며 따라 불렀다. 동방신기 빅뱅 샤이니 비스트 포미닛 다 좋아한다. ‘K팝’은 음악이나 춤이 서양이랑 비슷하다. 그래서 좀 더 앞서 있다는 이미지가 있다. 배우로는 이병헌을 좋아한다. 일본에서 정말 유명하고 연기도 대단한 것 같다.

-한국에서 연예 활동을 생각하는 일본인들이 주위에 또 있나

▲코우키: 내 주위 배우들을 보면 한국 활동에 흥미가 많다. ‘K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본에서 알고 지냈던 친구인 다쿠야는 실제 한국에서 크로스 진이란 아이돌그룹으로 데뷔했다. 한국에서 2년 동안 지내더니 더 성장한 것 같다고 하더라.

미즈타 코우키
-한국은 드라마 촬영 일정이 촉박하다. 실제 방송과 맞물려 ‘생방 촬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적응이 쉽지 않았을 텐데


▲미나: 일본에서는 내 역할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고 촬영했다면 한국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고 찍더라. 그런 점은 다른 것 같다. 하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시청자 반응 보면서 이야기를 바꿔가는 게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에 충실한 작품이 되는 거잖나.

▲코우키: 한국의 ‘밤샘 촬영’ 촬영은 일본에서 이미 들어 마음의 준비를 했다.(웃음) 일본은 일주일에 한 회가 방송되는 데 한국은 두 회가 방송된다. 그만큼 빠듯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촬영 속도도 엄청 빠르더라. 일본은 보통 리허설 등 네 단계를 거쳐 촬영하는데 한국은 다르다. 순발력이 필요한 거 같다. 한국은 배우 클로즈업 샷이 많다. 눈동자 움직임까지 잡는 거 같다. 일본은 바스트(가슴)샷이 많다.

-내용상으로 비교하면 어떤가

▲코우키: 한국 드라마는 스토리 예측을 못 하겠더라. 변화무쌍하다. 그게 일본과 가장 다르다. 일본은 드라마를 처음 보면 결말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일본드라마는 다소 특정 대상을 향한 소재가 많다. 반면 한국드라마는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제빵왕 김탁구’가 일본에서 인기가 많았다. 감정 표현이 솔직하고 극적인 게 한국드라마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아역 분량이 많은 것도 신기했다. 일본은 아역 분량이 많아야 드라마 2회에서 다 끝난다.

후지이 미나와 미즈타 코우키 인터뷰
-한국에서 활동하며 가장 놀라웠던 일은

▲미나: ‘드라마의 제왕’에 나와 기자회견을 했는데 말하고 5분 후에 인터넷에 기사가 나왔더라. 매우 빨라 신기했다. 일본에서는 대부분 녹음을 해서 쓴다. 딱히 힘든 일은 없다. 아, 날씨가 너무 춥다. 택시비가 싼 건 좋다.(웃음)

▲코우키: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더라. 충격이었다. 배우 윤시윤과 함께 ‘이웃집 꽃미남’을 찍고 있는데 일본어를 잘하고 중국어까지 공부하더라. 글로벌 의식에 놀랐다. 아, 택시 탈 때 승객이 직접 문을 열고 닫아야 하는 게 신기했다. 일본은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닫힌다. 그리고 정말 춥다. 한국어를 빨리 배워야 하는데 고민이다.(웃음)

-한국에서의 목표는

▲미나:꾸준히 활동하고 싶다. 얼마 전 혼자 동대문에 쇼핑하러 갔는데 알아봐 주시더라. 고맙고 신기했다. 같이 사진 찍고 선물로 양말도 받았다.

▲코우키:비슷하다. 좋은 작품으로 한국에서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후지이 미나·미즈타 코우키는?

후지이 미나는 일본 ‘엄친딸’이다. 명문 사립 게이오 계열 고등학교를 거쳐 게이오대학 문학부를 졸업했다. 아버지는 의사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일본에서 연예 활동을 시작했다. 영화 ‘심슨즈’ ‘무사의 가계부’ 등과 드라마 ‘블러디 먼데이’ ‘사랑하는 메종~!레인보우 로즈’ 등에 출연했다. 지난 2008년 동방신기가 일본에서 발표한 ‘어째서 너를 좋아하게 됐을까’ 뮤직비디오에도 나와 주목을 받았다. 미즈타 코우키는 일본에서 뮤지컬 배우로 주로 활동했다. 남성적이면서도 귀공자 같은 외모가 배우 이민호와 닮았다.

(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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