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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MBC 예능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스타 PD 출신 tvN 송창의 대표는 자신의 연출 지론에 대해 “시청자보다 딱 반 발짝만 앞서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이나 ‘변화’도 시청자들의 고정 관념을 벗겨내는 정도여야지, 너무 앞서가면 대중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한채영은 17일 개봉한 영화 ‘걸프렌즈’(감독 강석범, 제작 영화사 아람)에서 딱 그만큼의 변신에 도전했다. 기존 연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뭔가 다른 느낌이 있는 게 ‘걸프렌즈’에서 한채영이 연기한 진이다.
‘걸프렌즈’의 진은 그동안 한채영이 보여줬던 도도하거나 발랄한 캐릭터로 시시각각 변한다. 여기에 조증이 더 심하기는 하지만 조울증도 있다. 클럽, 라이브바에서 춤, 노래를 선보이기도 하고 우울증 약도 먹는다. 부유한 남편에 국내에서 손꼽히는 파티플래너로 커리어를 쌓은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허한 부분이 있는 캐릭터다.
“진이는 관객들이 제게 비주얼적으로 원하는 캐릭터이면서 성격적으로는 제가 연기해보지 않은 면이 있어요. 그래서 보여줄 거리가 매 신마다 많았던 것 같아요.”
한채영은 ‘조금’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변화를 주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 영화에 출연하기 전까지는 절대 안됐던 웨이브댄스를 몸에 익을 때까지 배웠고 3주간 노래 개인교습도 받았다. 덕분에 방준석 음악감독이 작사, 작곡한 ‘문라이트’라는 노래를 영화에서 춤과 함께 불렀고 OST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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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노래를 별로 못하는 편이에요. 처음에 방준석 음악감독이 ‘문라이트’ 가사를 주면서 멜로디에 맞춰 불러보라고 한 뒤 녹음을 했는데 못들어줄 정도였다니까요. 연습을 거쳐 나온 결과물에 대해 주위 사람들 반응은 반반이에요. 절친한 친구인 이인혜는 ‘노래는 진짜 잘했는데 춤은 왜 그러냐’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실력을 알기 때문에 저는 만족스러워요.”
그래도 변함없는 것은 외모와 스타일이다. 과거 바비인형으로 불렸던 한채영은 최근 들어 성숙미까지 더해진 ‘미의 여신’과 같은 이미지로 CF에서 주목받고 있다.
올초 방송된 KBS 2TV 인기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도 그랬다. ‘걸프렌즈’에서도 달라진 것은 없다. 남자주인공 진호(배수빈 분)를 사이에 두고 경쟁자이자 친구가 된 송이(강혜정 분)의 상상 속에서 ‘성은’에 목마른 후궁으로 눈물을 찔끔댈 때는 포복절도할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연장자임에도 송이, 어린 보라(허이재 분)보다 월등한 미모와 스타일을 자랑한다.
한채영은 “‘이제 맛이 갔다’고 생각될 수도 있는데 그렇게 좋게 받아들여 주시니 다행이죠”라며 “배우가 연기적인 부분을 채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거기다 외모적인 부분도 함께 인정받을 수 있다면 축복받은 거죠”라고 말했다.
‘걸프렌즈’는 한 남자를 사랑하는 세 여자가 친구가 돼 가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