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를 잘해야 일본 축구를 바꾼다

日 축구협회서 아카데미 만들어 영재교육

"생각하는 능력이 축구 기술보다 중요"

인문계 영재 키우듯 다양한 문화 체험
  • 등록 2008-11-13 오전 8:13:11

    수정 2008-11-13 오전 8:13:11

[조선일보 제공] "애매한 표현은 사용하지 마세요."

"말할 때 주어가 누구인지 확실히 밝혀야 합니다."

"논리적인 판단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선생님의 요청에 학생들은 짧은 시간에 논리 정연한 대답을 하기 위해 진땀을 흘린다. 2006년 일본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인 후쿠시마 J 빌리지에 건립된 'JFA 아카데미 후쿠시마'의 수업 현장이다.

일본축구협회(JFA)는 '일본어 능력이 일본 축구를 바꾼다'는 독특한 발상으로 내일의 일본 축구를 이끌어갈 영재들을 키우고 있다. 현재 남자 중학생 15명(학년별 5명씩), 여자 중·고생 30명 등 45명으로 이뤄져 있다. 2011년부터는 남녀 각각 30명씩 60명 정원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 아카데미의 교육과정을 보면 축구영재를 키우자는 것인지, 인문계 영재를 키우자는 것인지 혼동된다. 공을 차기 이전에 제대로 된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학 교수를 초빙해 토론 수업을 하고, 모심기, 어업체험, 스모 훈련 등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학년별로 실시하고 있다. 일반 교육과정은 인근 지역 중·고교에서 위탁교육을 하고 있다. 물론 하루 3시간 반씩 실시하는 축구 훈련에는 유럽과 일본 최고의 지도자들이 철저하게 기본기 위주로 가르친다.

특히 역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는 수업이 '언어기술(言語技術)' 향상이다. 긴 이야기를 듣고 문장으로 재구성하는 '재화(再話)', 짧은 문장 가운데 육하원칙에서 빠진 부분을 즉시 대답하는 '문답(問答) 게임', 하나의 그림을 보고 상황을 논리적으로 해석하는 '그림 분석' 등 일본어를 논리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수업이 이어진다.

일본축구협회가 매년 2억엔씩 투자하는 이 아카데미가 무엇을 얻어 내려고 하는지 궁금했다. 이 아카데미 교장을 맡고 있는 일본축구협회 다시마 고조 전무는 기술위원장이던 2002년 이 아이디어를 냈다.

"청소년대표팀 감독으로 세계 무대에 나가 보니 축구 테크닉보다 더 중요한 것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 나가는 능력이었어요. 독일이나 브라질 선수들은 자신들이 문제를 풀어가는 반면, 일본 선수들은 감독 얼굴부터 쳐다보죠."

다시마 전무는 "아카데미에서 공부한 두세 명만 축구선수가 나와도 좋다"며 "나머지는 의사나 변호사, 농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엘리트를 배출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런 일을 왜 축구협회가 하는지 의아했다.

"축구야말로 늘 세계와 부닥치고 싸워야 하는 분야이지 않습니까. 하향평준화와 획일적인 일본 교육에 대한 도전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다시마 전무는 노무라종합연구소가 주최한 2008년 학생 소논문 콘테스트에서 아카데미의 여학생이 최우수상을 받은 사실을 자랑했다. 그는 "논문의 내용도 좋았지만, 학교에서 권한 것도 아닌데, 혼자서 모든 콘테스트 접수 절차를 진행한 자립심이 칭찬할 만하다"고 말했다. 매년 남녀 각각 5명씩 모집하는 이 학교에는 700~900명의 지원자가 몰려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스포츠 엘리트 양성에 지적 능력을 강조하는 것은 축구만이 아니다.

일본은 2000년부터 정부가 '스포츠진흥기본계획'을 만들어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탁구도 '최강 중국의 벽을 넘자'며 올해부터 엘리트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도쿄의 내셔널트레이닝센터에서 숙식을 하며, 인근 학교에서 위탁 교육을 받는 방식이다. 중학교 1학년 남학생 6명과 여학생 2명 등 8명이 영재교육을 받고 있다.

일본탁구협회 마에하라 마사히로 전무는 "기존 방식으로는 세계의 벽을 넘을 수 없다고 판단해 시작했다"며 "지적 능력이 없는 선수는 최고가 될 수 없기 때문에 학업에도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토요일에는 가정교사로부터 국어와 수학, 영어 등 기본 과목을 보충하고, 일요일에는 영어회화를 별도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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