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유희열 "뻔한 덕담 더 해야돼요? 우린 악담으로도 통해요"

  • 등록 2008-05-16 오전 8:52:07

    수정 2008-05-16 오전 8:52:15

▲ 두 라디오 스타가 만났다. 이적(왼쪽)과 유희열은 시종 농담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드러냈다. 이적은“메이크업을 안 했다”며 선글래스를 벗지 않았다.

[조선일보 제공] "적이 방송이요? 열심히 듣죠. 그렇게 방송하면 안 된다는 걸 참고하려고요." "제 방송 끝내고 희열이형 프로그램을 들으면 저를 막 '씹고' 있어요. 그럼 저도 다음 날 보복하지 않을 수가 없죠."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 두 30대 남자가 어린아이들처럼 티격태격하며 말 장난을 하고 있다. '돌아온 라디오 스타' 유희열(37)과 이적(34)이다. 이미 90년대 중반 각각 'FM 음악도시'와 '별이 빛나는 밤에' 진행자로 잔잔하지만 질긴 호응을 끌어냈던 이들이 2008년 다시 마이크 앞에 앉았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KBS 2FM(89.1㎒) '유희열의 라디오천국'과 SBS 파워FM(107.7㎒) '이적의 텐텐클럽'이 새로운 '아지트'다.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엽서 대신 인터넷 '한 줄 사연'이 분 단위로 수 백개씩 쏟아지는 스튜디오. 10여년 전보다 훨씬 급박해진 환경 속에서도 음악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흘러 넘치는 이들의 음성은 청취자들을 '마음의 천국'으로 인도한다. 원래 음악인으로 절친한 두 사람은 요즘 서로의 프로그램을 비교하느라 신이 났다.

"다시 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 왔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어요. 평생 직업을 가져보라고 하면 DJ를 선택할지도 모르겠어요. 프로듀서나 작곡가보다 오히려 더 제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만드는 쪽보다 들려주는 쪽에 더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할까요?"(유희열)

"2시간 동안 온전한 저만의 공간을 할애 받은 거죠. 행복합니다. 여기서 제 마음대로 놀 수 있는 거잖아요.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즐겁죠. 라디오는 듣는 사람들의 애정과 친밀도가 TV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요."(이적)

두 사람은 각자의 프로그램에서 서로에게 장난스러운 '악담' 대결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상대방의 음악을 소개하면서 "이런 음악은 앞으로 신청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농담하는 식이다. 유희열은 방송에서 "저희 프로그램 사연이 너무 많으니까 이적씨한테도 좀 보내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어휴, 희열이형 방송은 저에 대한 각종 음해와 놀림으로 점철돼 있어요. 저도 지지 않죠. '유희열씨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프로그램 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하죠. 그래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DJ 명단에 희열이형은 꼭 들어갑니다. 워낙 유머가 넘치는 사람이에요."

"적이는 라디오 방송에서 저와 궁합이 딱 맞는 친구예요. 마이크 앞에 앉으면 자꾸 적이가 생각나고 그래서 농담을 하게 되죠. 그리고 워낙 다방면으로 훌륭한 친구라 무슨 장난을 쳐도 다 받아준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시종 장난스럽던 유희열은 '사명감'에 대해 말하면서 진지해졌다. "우리가 지금 꼭 해야 할 일은 진지하게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는 일이에요. 모처럼만에 찾아온 기회인데 '우리만의 잔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거죠."

이적은 "90년대와 비교해 보면 라디오 프로를 만드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호흡이 엄청나게 빨라졌다"며 "한 달쯤 실시간으로 날아오는 청취자들의 문자 사연을 중심으로 방송을 진행해봤더니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호흡 조절이 중요해요. 조급증을 내지 말고 차분해져야죠."

라디오는 100년 가량의 역사를 가진 대표적 올드 미디어다. 하지만 TV와 인터넷의 폭주 속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두 사람 또한 라디오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감성적으로 가장 의존하는 매체가 라디오라는 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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