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경기 중 3경기를 치렀으니 마라톤으로 치면 반환점을 돈 셈인데, 받아든 성적표는 꽤 우려스런 수준이다. 3경기 1무2패 2골 4실점. 조별리그 최하위로 처진 것은 물론, 승점 면에서는 선두 마르세유(7점)에 6점이나 뒤져 있다. 첼시(B조) 맨체스터Utd.(F조) 아스널(H조) 등 여타 조에 속한 EPL 라이벌 클럽들이 조 1위를 달리며 순항중인 것과도 비교된다. 이유가 뭘까.
전력 업그레이드, 그러나…
이적 시장 개방 중 리버풀 스쿼드에 합류한 스타들의 면면은 꽤나 화려하다. 스페인 대표팀의 주포 F.토레스(전 A.마드리드)를 비롯해 R.바벨(전 아약스) Y.베나윤(전 웨스트햄Utd.) A.보로닌(전 레버쿠젠) 등이 붉은 군단에 가담했다.
고액 이적료를 지불한 신입멤버 중 대다수가 공격 자원인 점에서 알 수 있듯 개혁 작업의 초점은 ‘골 결정력 보강’에 맞춰졌다. 2006-07시즌 디펜스라인이 38경기를 27실점으로 막아내며 선전한 것과 견줘 득점포(57골)의 무게감이 다소 부족했다는 내부 결론이 근거가 됐다.
실제로 토레스를 주축으로 새롭게 짜인 포워드라인은 시즌 초반이긴 하나 구단 경영진으로부터 “기대치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초반 9경기를 치르며 16골을 터뜨렸는데, 이는 지난 시즌 같은 시점의 기록(9골)을 훨씬 웃돈다. 실점 또한 11골에서 5골로 대폭 줄였다. 데이터상으로만 보면 ‘달라졌다’는 평가를 내리기에 충분하다.
조직력 실종의 그림자
좀처럼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다보니 상대에게 끌려 다니는 모습도 점차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3경기다. 토트넘(리그 8라운드, 2-2무) 에버튼(리그 9라운드, 2-1승) 베시크타스(챔스조별리그, 1-2패) 등과 맞붙었는데, 공히 수세에 가까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1승1무1패라는 전적이 말해주듯, 결과 또한 신통치 않았다. 3경기 모두 비기거나 지고 있다가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토튼햄전), 결승골(에버튼전), 만회골(베시크타스전)을 터뜨려 간신히 ‘강호’로서의 체면을 지켰다.
원인으로는 ‘조직력 부재’가 첫손에 꼽힌다. 선발진에 새 얼굴이 다수 등장하면서 전력의 구동축 역할을 담당하는 ‘캡틴’ S.제라드의 경기 조율이 효과적으로 먹혀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사령탑의 지도 역량이 탁월한 데다 팀플레이를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여전해 조만간 슬럼프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지만 희망만 믿고 마음을 놓을 순 없다. 특히나 챔스 조별리그의 경우 이미 일정의 절반을 소화한 상태라 시간과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남은 3경기를 무조건 이겨 승점10을 확보한 뒤 나머지 클럽들의 동향을 지켜봐야 할 처지다.
그런 의미에서 11월6일로 예정된 4차전(베시크타스) 결과가 무척 중요하다. 자칫 또 한 번 발을 헛디딜 경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만큼 조직력 회복을 통해 경기 지배력을 높일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베스트 일레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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