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8일 2007 아시안컵 3, 4위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거둔 승리는 '숙명의 라이벌전'인 한,일전 최고의 명승부 반열에 오를 만 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거둔 통쾌한 승리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박지성 설기현 이영표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3총사를 비롯 ‘진공청소기’ 김남일까지 부상으로 빠지는 등 거의 1.5군 수준으로 아시안컵에 출전, 악전고투끝에 3, 4위전으로 밀린 처지였다. 조별리그에서 기사회생한 뒤 8강전과 4강전은 연장에 이어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벌여 체력도 바닥이 난 상황.
반면 일본은 나카무라 순스케(셀틱), 다카하라(프랑크푸르트) 등 핵심 해외파를 동원하고 호주와의 8강전만 승부차기를 벌이는 등 한국보다 처지가 훨씬 나았다.
지난 1954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스위스 월드컵 예선 1차전에서 5-1로 크게 이긴 것을 시작으로 69차례나 벌어진 한일전 사상, 최고의 승리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만했다.
이전까지 꼽혔던 한일전 최고의 명승부는 ‘후지산이 무너져 버립니다’라는 중계 캐스터의 흥분한 멘트가 나왔던 1997년 프랑스 월드컵 최종 예선.
한국은 당시 일본 도쿄에서 열린 경기에서 0-0으로 팽팽하게 맞서다 후반 22분 일본의 야마구치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경기 종료 7분전 서정원이 동점골을 뽑은 데 이어 후반 41분 이민성의 왼발 바운드 슛이 일본 골문을 갈라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었다.
인도네시아 팔렘방에서 한국 대표팀이 이룬 승부차기 승리의 감격도 이에 못지 않았다. 대회 시작부터 부실한 경기 내용으로 질타를 받아오던 대표팀이 마지막 자존심을 회복한 것은 물론, 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는 랭킹 58위로 36위인 일본보다 비록 22계단이나 뒤처져 있지만 실력만큼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