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국민의 방송 맞나요?…광복절에 사과만 두 번

기모노·기미가요 '눈살'
뒤집힌 태극기 "실수했다"
광복절 기획 마지막은 이승만 다큐
  • 등록 2024-08-16 오전 6:00:00

    수정 2024-08-16 오전 8:13:38

(사진=KBS1 방송화면, ‘기적의 시작’ 포스터)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 KBS 한국방송.”

한국인이라면 다 아는 로고송이 무색하게 KBS는 제 79주년 광복절인 15일 두 차례나 사과문을 게재했다. 공영방송으로서 공정성을 회복하고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했던 KBS는 오히려 신뢰를 잃은 모양새다. 광복절 기획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것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KBS1 방송화면)
KBS1 ‘KBS 중계석’은 15일 ‘대한민국오페라 페스티벌 : 푸치니 나비부인’을 편성했다. 15일 0시, 광복절이 ‘되자마자’ KBS에선 1900년대 일본 제국주의를 배경으로 한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의 ‘나비부인’ 공연이 송출됐다.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를 입은 출연자들, 일본 문화, 일본 국가 기미가요까지. ‘광복절’의 사전적 의미는 1945년, 우리나라가 일본 제국주의자들에게 빼앗겼던 나라의 주권을 다시 찾은 날로, 8월 15일이다. 극 중 주인공들이 비극적일지라도 사랑을 노래할 때 우리나라는 침탈에 맞서 독립과 해방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20세기 초반 제국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데다 최근 반일 정서 영향으로 무대에서 만나기 힘들었으나 지난 6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됐다.

KBS 시청자 자유게시판에는 오전부터 시청자들의 항의글이 폭주했다. 청원글까지 등장했다. 시청자들은 “JBS로 개명하세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요?”, “공영방송이 이래도 됩니까?” 등의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계속되자 KBS는 “당초 6월 29일에 공연이 녹화되었고, 7월 말에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올림픽 중계로 뒤로 밀리면서 광복절 새벽에 방송됐다”고 해명했다. 올림픽 중계에는 밀렸지만 광복절 의미와는 상관 없이 방송된 것이다.

또 KBS 측은 “바뀐 일정을 고려하여 방송 내용에 문제는 없는지, 시의성은 적절한지 정확히 확인·검토하지 못한 제작진의 불찰로 뜻깊은 광복절에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방송 경위를 진상 조사해 합당한 책임을 묻는 등 제작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바뀐 일정’, ‘제작진의 불찰’에서 공영방송 KBS의 책임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KBS가 제작진을 상대로 진상조사 하겠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16일 예정됐던 재방송에 대해서도 “다른 공연 방송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후에야 급하게 수습하는 듯한 모양새가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진=KBS1 방송화면)
“KBS는 오늘 뉴스 프로그램의 날씨 코너에서 태극기 이미지 표출에 실수가 있음을 확인하고 즉시 수정하였습니다.”

좌우반전된 태극기 이미지에 대한 KBS의 해명이다. KBS는 ‘KBS 중계석’ 사과문 이후 약 2시간 30분 만에 새 입장을 보냈다.

이날 오전 방송된 KBS1 ‘930뉴스’ 속 날씨 코너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배경화면 일부에 쓰인 태극기 이미지가 좌우반전돼 있었기 때문이다. KBS는 측은 이를 실수라고 칭하며 “인물이 태극기를 들고 있는 장면에 맞추기 위해 제작자가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태극기 그림을 반전시킨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실수와 관련해 KBS는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향후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서 제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작은 이미지일지라도 정확한 정보 제공이 목적인 뉴스에서 뒤집힌 이미지는 잘못된 정보다. 또한 태극기 장면을 맞추기 위해 그림을 반전시켰다는 해명도 이해가 쉽진 않다.

(사진=KBS1 방송화면)
KBS1이 광복절 당일인 목요일 ‘광복절 기획’으로 방송한 작품은 이승만 전 대통령 다큐멘터리 ‘기적의 시간’이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기적의 시간’은 당초 영화진흥위원회에 독립영화 인정을 신청했지만 “객관성이 결여된 인물 다큐멘터리로 독립영화 인정기준에 부합하지 않기에 불인정한다”는 통보를 받은 바 있다.

이처럼 ‘기적의 시간’은 영화로 분류되지 않았음에도 ‘독립영화관’에 자리를 마련했다. 또한 광복절 방송을 위해 KBS는 매주 금요일 방송되던 ‘독립영화관’을 목요일에 추가 편성했다.

“이승만은 정말 친일파, 독재자로만 평가 받아야 할까요?” 다큐멘터리 초반엔 이같은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이후 백선엽 전 장관부터 이 전 대통령의 며느리, 6·25 참전용사, 탈북민 사업가, 원자핵공학 박사 등의 인터뷰가 나열됐다. 또 다른 인터뷰이로 나선 김재동 대한역사문화원장은 이승만의 업적을 설명하며 대한민국 건국이 1948년 8월 15일이라고 주장했다. 다큐멘터리 포스터에도 ‘건국대통령’이 강조돼있다.

논쟁거리가 있는 다큐 편성에 대해 지난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를 비롯한 전국언론노동조합, 제주4·3범국민위원회 등이 편성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청원 게시판 역시 편성 취소를 요구하는 청원과 반대 입장을 담은 청원이 게재됐다.

KBS는 청원이 게시 후 30일 동안 1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청원 달성 이후 30일 이내 답변을 해야 한다. 광복절 하루에만 기미가요, 태극기 게양, 이승만 다큐까지 수많은 청원이 대기 중인 가운데 KBS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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